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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곳 '게임의 추억' 게시판에 쓰고 싶은 내용은, 특정 게임에 대한 것이 아니라 게임 플레이에 관한 것임을 먼저 밝힌다.

개인적으로 FPS를 좋아하고, 초기 FPS 게임인 울펜스타인이나 둠, 듀크 뉴켐 등등은, 그러니까 원시인들이 돌도끼로 공룡을 사냥하고, 그 가죽으로 옷을 해 입던 시절에 꽤 재미있게 즐겼다. 물론, 당시만 해도 게임 자체의 장르가 요즘처럼 다양하지가 않았으니 그저 '게임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야 어디 그런가. 다양한 게임을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하며 즐길 수 있는 시대.

FPS라면 모름지기 원샷 원킬! 아니면 떼거리 학살! 물론, 이런 플레이도 나름대로 재미를 주겠지만, 나는 FPS 장르에서 '깃발 뺏기'라는 플레이 방식, 정확하게는 게임 모드에 아련한 추억이 있다.

깃발 뺏기는 물론 아주아주 간단한 플레이 모드다. 블루 팀/레드 팀으로 나뉘어 적의 기지 복판(혹은 후방)에 위치한 깃발을 스리슬쩍해 그걸 자신의 기지로 가져오면 1점 획득. 이런 식으로 대부분 5점을 먼저 나면 승리하게 되어 있었다. 적어도 옛날의 퀘이크 3나 언리얼 토너먼트에서는.

이 깃발 뺏기가 참 묘한 게, 일반 데쓰매치에서는 죽고 또 죽고 일백 번을 고쳐 죽으면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아닌 다음에야 '화'가 나게 되어 있고, '내 다음 판에 1킬도 못하고 죽는다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깃발 뺏기에서는 조금만 플레이를 하다 보면 '팀의 승리'를 우선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정식 대회나 클랜전 등에서는 꽉 짜여진 전술이 우선시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낯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플레이라 할지라도 뭔가 유기적인 플레이, 뭔가 유기적인 전술을 쓰게끔 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독고다이 플레이는 깃발 뺏기에서는 발 딛고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사실 깃발 뺏기라면 퀘이크와 언리얼 시리즈가 독보적인 재미로 유명하지만, 깃발 뺏기라는 플레이 모드 자체에 특화된 듯한 게임도 있기는 했다. 국내에선 2편만이 정식으로 출시된 트라이브스가 그것. 맵 자체가 광활한 차원을 넘어 무지무지 넓은데, 부스터를 사용하면서 적 기지의 깃발 획득 자체가 가장 큰 목표가 되었던 것이다(실제 전장으로 치자면, 분대지원급 화기를 떡하니 놓고서 다른 건 다 제쳐두고 깃발만 사수하는 보직을 수행하는 병사가 따로 있을 정도였으니). 배틀필드 시리즈도 깃발 뺏기 + 깃발 사수에만 특화된 게임이었고.

다들 거기서 거기 같은 국산 온라인 FPS에, 딱히 깃발 뺏기만이 아니라 천편일률적인 폭파 미션과 데쓰매치 대신에 좀 다양한 플레이 모드, 좀 다양한 플레이 방식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은 언제나 나올려나...? 아, 워록이라는 예외가 있긴 하지만 이상하게 그 게임은 별로 취향이 아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