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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이 엔씨소프트의 IP인 <리니지>를 활용해 개발한 <리니지 2 레볼루션>의 흥행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서비스된 모바일게임들의 각종 기록을 하루가 멀다 하고 갈아치우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정도인데요.

작년 12월14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으로 한 달을 맞는 1월13일까지의 첫 달 매출만 2,06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국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하루 만에 79억 원 매출 달성, 14일 만에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면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 왔고, 그에 발맞춰 누적가입자 수 또한 현재 500만 명을 돌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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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기록을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리니지 2 레볼루션>

결제유저 비율 또한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모바일게임의 첫 달 결제유저 비율이 5% 내외인 것과 비교해 <리니지 2 레볼루션>은 전체의 약 30%인 140만 명 정도의 유저가 결제를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린저씨라 불리는 이들. 즉, 과거 온라인게임으로 서비스됐던 리니지를 즐긴 3,40대 유저들이 지갑을 아낌없이 열면서 <리니지 2 레볼루션>의 매출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넥슨이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코 묻은 돈을 채간다고 할 정도로 저연령 유저들에게 어필한 것과 비교해 <리니지 2 레볼루션>은 경제력이 풍족한 성인 유저들에게 제대로 어필하면서 지르는 금액에서도 저연령층 유저와는 차이가 크기에 이런 엄청난 매출로 이어진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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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는 아직도 국내에서 왕성하게 서비스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리니지 2 레볼루션>의 흥행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딱히, 이런 스타일의 게임이 취향이 아니라는 개인적인 이유가 아닌 국내 게임시장 전체적인 관점에서 <리니지 2 레볼루션>의 흥행은 장기적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신규 IP의 부재

국내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IP의 신작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진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중국 게임들도 국내 게임과 비교해 게임성에서 큰 차이가 없어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산 게임들도 적어졌고, 반대로 중국에서도 굳이 국내에 진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많은 개발사들이 온라인 IP로 눈을 돌리게 됐는데요. 온라인게임으로 이미 선보인 작품을 모바일로 옮겨오거나 패키지 게임의 IP를 모바일로 가져오는 등 새로운 IP의 발굴보다는 기존의 작품을 플랫폼만 바꿔 출시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몇 년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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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지간한 인기있던 온라인게임은 모바일게임으로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터진 <리니지 2 레볼루션>의 흥행은 더더욱 신규 IP가 발붙일 자리를 없게 만들었습니다. 굳이 새로운 IP로 모험을 하기 보다는 이미 유저들에게 익숙한 IP로 승부하려는 생각이 더 강해지는 것이죠. 온라인게임의 역사가 생각보다 짧지 않은 만큼 이미 기억에서 잊혀진 IP까지 끄집어내서 모바일게임으로 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장르의 고착화

한 가지 장르가 흥행하면 그와 유사한 장르의 게임을 만드는 일은 과거 패키지게임 시장에서부터 온라인게임 시장까지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고 꾸준히 이어온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민게임으로 <스타크래프트>가 등극하자, 국내에서 <아트록스>라는 작품을 만들지 않나. 디아블로가 흥행하자 <퇴마전설>이라는 작품도 등장했죠. 모바일에서도 <클래시오브클랜>이 전 세계를 강타하자 국내에서 그와 유사한 작품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것이 이를 반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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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시오브클랜>은 유독 아류작들이 많았습니다

<리니지 2 레볼루션>의 흥행으로 이제 기존에 성행했던 액션 RPG에 MMORPG 스타일이 결합된 모바일게임이 시장에 적지 않게 등장할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국내에서 온라인게임 시장이 활성화 됐을 때 상당히 많은 숫자의 MMORPG들이 등장했는데, 이들이 최신 하드웨어의 기능을 등에 업고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 올 날이 멀지 않은 것입니다.

넷마블은 이미 기민한 움직임으로 <블레이드앤소울>, <이카루스 M>, <세븐나이츠 MMORPG>, <테라> 등 다양한 IP를 바탕으로 액션 RPG와 MMORPG의 기능을 결합한 작품들을 선보여 이미 대박을 터뜨린 <리니지 2 레볼루션>의 계보를 이어나가겠다는 생각을 굳혔습니다.


양산형 게임의 범람

<리니지 2 레볼루션>을 플레이 해보면 알겠지만 시스템적으로 기발하거나 참신함 게임은 아닙니다. 전투는 기존의 모바일 액션 RPG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이 자동사냥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파티 및 혈맹을 중심으로 하는 MMORPG 부분은 온라인게임에서 흔하게 봤던 시스템에 불과합니다. 흔히 말하는 양산형 게임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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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의 차이 외에 동일한 UI 위치, 시점 등 양산형 게임이 범람하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그렇다면 이런 엄청난 매출은 어떻게 발생했는지 의문스러워 할 수 있는데, 이는 그만큼 <리니지>라는 IP가 아직도 국내 한정으로 먹힌다는 것을 말합니다. 과거 온라인게임으로 서비스된 <리니지>를 즐긴 성인 유저들에게는 비슷한 양산형 게임이라도 <리니지>라는 네임밸류의 힘이 엄청난 것이죠. 그렇기에 넷마블이 엄청난 총알만 가지고 각종 IP를 사들이며 다작을 서비스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이미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잔뼈가 굵은 넷마블이 유저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기에, 충성도 높은 IP의 고객과 과금 유도에 정통한 노하우가 맞물려 <리니지 2 레볼루션>이 보기 드문 흥행을 터뜨렸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게임성이 좋다,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게임 내적인 평가보다는 외적인 부분에서 유저들에게 어필한 것입니다. 이런 것도 훌륭한 마케팅이라고 포장한다면 얼마든지 포장할 수 있지만, 결국 수많은 양산형 게임 중에서 그나마 유저들 입맛에 맞춘 양산형 게임에 불과합니다. 나아가 양산형 게임의 흥행은 독창성과 참신함으로 무장한 게임들의 입지를 지속적으로 좁혀 나가 반복되는 양산형 게임의 범람을 초래하게 됩니다.


잘못된 과금유도의 폐해

모바일게임의 과금유도가 심하다는 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리니지 2 레볼루션>의 과금유도는 그야말로 돈이 실력이라는 말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저들 돈 빼 먹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엔씨와 넷마블이 손을 잡았으니 이런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가챠만 봐도 SR등급의 뽑기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며, 꽤 많은 금액을 들여도 S등급에서 만족할 수 밖에 없는 수준입니다. 물론, 과금과 상관없이 무과금도 게임을 즐기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아데나의 부족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으며, 과금과 무과금 유저의 격차는 하늘과 땅차이로 벌어져 돈을 들인 만큼 캐릭터의 성장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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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 종류도 다양합니다. 돈 뽑아먹을 방법은 다양하다는 말

과금을 사용하는 게임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과금이 캐릭터의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임과 외형 변화에만 그쳐 캐릭터 능력의 변화와는 상관이 없는 작품이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후자이며, <리니지 2 레볼루션>은 전자라 할 수 있습니다.

지르지 않는 무과금 유저는 과금 유저와 비교해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캐릭터 격차로 게임에 재미가 떨어지게 되고, 어설프게 질러도 금액의 차이로 인해 만족감을 느끼기 힘든 구조.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이처럼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 어떤 작품도 이를 바로 잡으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유저들의 등골을 빼먹으려 혈안이 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흥행이 무척이나 반갑겠지만, 이런 흥행이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결국 충실한 과금전사만 남고 소외감을 느낀 무과금 유저나 소액만 결제한 유저는 떠나면서 점점 줄어드는 유저와 함께 서비스 종료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럼 유저는 무형의 아이템에 그동안 지른 금액을 보며 허탈감에 빠지고, 기업은 그렇게 벌어들인 금액으로 또 다른 게임을 만들어 유저의 지갑을 노립니다. 이런 구조 속에 제대로 된 게임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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