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원짜리 휴대폰과 게임에서의 박탈감 (6605) 시사

1.jpg

17만원짜리가 된 갤럭시3

요즘 한창 10만원 대에 팔리고 있는 갤럭시3 때문에 인터넷에선 큰 이슈가 되고 있지요? 할부원금이 단 돈 17만원까지 떨어진 데다 그 외 조건도 대단히 파격적이라 이걸 사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는 분들과 이미 비싸게 주고 산 후라 분통을 터뜨리는 분들이 모여 온갖 말들이 오고 가고 있습니다.

저는 마침 현재 쓰고 있는 휴대폰이 이미 약정이 끝난지라 슬슬 어떤 걸로 바꿀까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기에 이 17만원짜리 휴대폰이 좀 반가웠죠. 다만, 혹시나 더 떨어지진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으로 일주일 정도 더 기다려볼까 하다가 급작스런 방송통신위원회의 이통사들에 대한 보조금 경고 관련 기사를 보고 후다닥 구매 결정을 해버렸습니다. 17만원짜리 휴대폰 정책이 곧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거든요. 원래는 아이폰5가 나오기 전까진 계속 이어지리라 봤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 기사가 나간 후 금새 중단되었더군요.(SKT 기준) 그와 함께 한발 늦어 통곡을 하는 분들도 보기도 했고. 저는 현재 새 휴대폰을 배송 받기만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원래는 하루 이틀이면 배송이 되는데 개통 신청자가 폭주해 전산 관계상 다소 지연된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많았으면...

2.jpg

  17만원짜리가 된 휴대폰에 분노한 기존 고객들

그건 그렇고 이 17만원 때문에 분노하는 분들이 많다는 인터넷기사를 적잖이 접했습니다. 이 갤럭시3가 출시되자마자 사서 액면가 그대로 주고 산 분이나 얼마 전에 갤럭시3 혹은 갤럭시3보다 하위급 휴대폰을 더 비싸게 주고 산 분들이 많이들 황당해 한다고 하더군요. 고가의 폰을 이런 식으로 대폭 할인해서 파는 건 기존 고객을 완전히 농락하는 거라는 주장도 보입니다. 하긴 아직 할부금이 몇 만원씩 꼬박 꼬박 나가고 있는 와중인데 17만원짜리가 되어 버렸으니...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저 같아도 엄청 황당해하고 분노했을 겁니다. 기껏 비싸게 주고 샀더니만 몇 달이나 됐다고 헐값에 팔리고 있다면 박탈감이 상당할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온라인게임에서도?

그런데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본 듯한 느낌이 확 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데자뷰 현상인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온라인게임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길을 터 온 "선행주자" 들이 시간이 흐른 후 상대적 피해를 보면서 "후발주자" 들에 박탈감을 느끼는 상황은 온라인게임에선 알게 모르게 항상 겪어 오던 일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게 있겠네요.

게임 내에서 정말 구하기 힘들면서 강력한 무기가 있습니다. 이 무기를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퀘스트를 진행해야 하며 더불어 각종 고가의 희귀 재료를 모아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이 무기는 개나 소나 얻을 수 있는, 흔한 무기가 아니죠. 때문에 이 무기를 지니고 있는 유저는 무기의 성능은 둘째치고 그 희소성에 자부심을 느끼며 게임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갑자기 운영자는 게임 내 밸런스를 조정해야 한다는 명분, 후발 유저들의 편의성을 제고한다는 명분 등을 내세웁니다. 그리고 때때로 수익을 늘리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캐시아이템 등으로 이 무기에 대한 희소성을 희석시킵니다.

이때부터 해당 무기를 가진 유저는 박탈감에 빠져듭니다. 자신이 그렇게 노력하고 고생하고 적잖은 투자를 해서 만든 무기가 점점 성능이 약해지고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개나 소나 들고 다니는 무기가 되어 가는 걸 보고 게임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고 더불어 허무한 감정까지 가지게 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제 개인적인으로 이와 비슷한 경험도 있긴 합니다. 던파라는 게임을 하면서 오랜 시간 퀘스트를 통해 얻은 재료로 얻을 수 있는 장비 아이템을 드디어 얻었습니다. 그냥 운 좋게 드랍되서 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라 적잖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기에 꽤 뿌듯했습니다.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그런 뿌듯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죠.

운영자가 후발 유저들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의도였는지 조건을 대폭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당연히 소요되는 시간이 많이 줄었죠. 그걸 보고 저는 내가 뭐하러 그렇게 시간을 많이 투자했을까?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될 뻔 했네 등등의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박탈감이 꽤 있었죠.

▶ 17만원 휴대폰은 단순 경쟁을 위한 원칙훼손의 결과물

17만원 휴대폰은 사실 이통사 간의 가입자 유치 전쟁에서 비롯된 씁쓸한 결과물입니다. (물론 저는 감사합니다ㅡ_ㅡ;) 원래 정해져 있던 보조금 원칙까지 스스로 무너뜨리면서 서로 간에 출혈 경쟁을 펼친 거죠. 이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상대적 피해자" 가 생긴 거구요. 물론 이 때문에 저처럼 나름의 이득을 본 얄미운 사람도 있지만 결과적으론 이통사들에 대한 불신을 넘어 시장에 대한 불신을 낳는 폐해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부작용을 예상할 수 있겠지요.

온라인게임에선 후유증이 더 클 수 있다.

앞서 예를 들었던 온라인게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운영자가 박탈감을 느낄 유저들도 충분히 배려를 하고 감안을 해야지요. 물론 수많은 유저들이 있는데 이들 만을 일일이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운영자들이 서비스 초기에 내세웠던 정신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세심한 배려를 통해 이들 유저의 불만을 덜어주고 박탈감을 덜어줄 수 있겠지요.

유저들이 게임 운영에 불신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 게임은 이미 반은 망했다고 생각합니다. 운영상의 불가피성 때문에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할 땐 그에 따른 피해자가 예상된다면 당연히 최소한의 양해라도 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 일단 일을 벌여놓고 그냥 너네는 알아서 따라와라 그런 후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제서야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식은 이제는 지양해야 합니다.

이통사야 자연히 옮겨 다니게 돼 있지만...

이통사는 특성상 고객이 몇 개월 몇 년에 한번 씩 자주 옮겨 다니게 되어 있지만 온라인게임은 현실적으로 그러기 힘들다는 걸 명심하길 바랍니다. 유저는 냉정하거든요. 유저의 열정은 한번 식으면 되돌리기 힘듭니다.

<끝>

 
TAG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회원 가입후에 사용 가능합니다

[회원가입] [로그인]

같은 분류 목록

이 블로그의 월간 인기글

이 분류에 다른 글이 없습니다.

profile그냥 뭐... 

방문자수 페이지뷰
254 오늘 342
952 어제 1,858
2,137,820 전체 13,994,632

온라이프존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