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 6시간 클리어? 제대로 즐기고 있는 거 맞나? (14353)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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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디아느님의 재림!

2012년 상반기, 온라인게임계 최고 이슈로 등록될 "디아블로3(이하 디아3)" 의 정식 발매가 지난 15일에 있었다. 대성공을 거뒀던 전작 이후 12년 만에 출시된 기대작이니만큼 발매가 되기도 전부터 쭉 주요 이슈로 떠들썩 했었는데 역시나 발매 이후에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중이다. 뭐, 시작하면 고3 수험생들이 수능을 망치게 될 게임이라느니 직장인은 직장 때려치게 될 것이라느니 하면서 디아3의 게임성 및 중독성을 비유한 재밌는 루머 아닌 루머들도 나도는 등 디아3는 현재 최고의 트러블메이커(?)다.

뭐? 6시간만에 디아블로가 잡혔다고?!?!

그런데 개인적으로 보기에 좀 씁쓸한 이슈거리가 눈에 띄었다. 바로 디아3의 마지막 보스인 디아블로를 정식 발매 이후 단 6시간 만에 클리어한 유저가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디아3 열풍이 불고 있는 온라인 상에선 이 때문에 디아3가 더 큰 이슈가 되었고 심지어 외국에서까지 이 소식이 전해지며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보니까 대체로 다들 "unbelievable" 한 반응이다. 발매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어떻게 그렇게나 빨리 디아블로가 정복됐는지 믿기 어려워하는 분위기였다.

솔직히 나도 굉장히 놀랐다. 이 소식을 접한 후, 그러니깐 발매 이틀 뒤인 17일에 충동적으로(?) 디지털 판을 구매해서 나도 악마를 잡으러 뛰어들었는데 액트2 초반까지 2시간 30분 가량이 걸렸다. 이것만 봐도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 "6시간 클리어" 라는 말은 아무런 현실성이 없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말도 안돼! 아니 어떻게 6시간 만에 깨냐고!

나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즐겨봤다.

물론 나는 천천히 즐겼다. 많은 이들이 발매 전부터 숭배하고 찬양하던 이 명작이자 대작인 게임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샅샅이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임성과 완성도의 대명사로 불리는 블리자드의 최신작을 생각도 없이고작  레벨놀음에나 빠져 즐기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기본적으론 스토리를 음미했다. 주인공(캐릭터)과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를 세세히는 아니더라도 속독으로라도 전부 훑었다. 그리고 게임의 배경, 사물 등이나 아기자기한 요소들도 두 눈 크게 뜨고 살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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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아내가 이미 죽어서 목까지 떨어진 해골 임에도 아직 살아있다고 믿는 어느 정신나간 농부. 게임의 주요 스토리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이벤트 퀘스트지만 게임 진행 간에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더구나 인물 간 대화는 모두 음성 대화로 진행되어 나름 실감도 난다.


나중에 악몽이나 지옥 등의 고 난이도를 플레이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레벨이나 아이템 등에 좀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디아3 임을  알고 있기에 최소한 일반 난이도에선 하나하나 디아3의 전반적이고 세세한 부분을 천천히 즐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디아3는 일반 온라인게임과 다른 패키지게임 아닌가?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첫 플레이에서라도 게임 자체에 대해 음미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디아3의 진면목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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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진행 도중에 영입된 용병은 틈틈히 음성으로 주인공(캐릭터)에게 말을 걸어 온다. 이 때문에 솔플을 하면서도 혼자 게임한다는 생각이 별로 들질 않는다. 때문에 어두침침하고 스산한 디아3의 배경도 그다지 무섭지 않는 듯? 


이런 플레이 스타일 때문에 단 2시간 만에 디아3의 게임성, 완성도에 감탄하게 됐다. 단지 앞으로 업데이트해 나가면서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핑계로 낮은 완성도로 허술하게 등장하는 여타 많은 게임들을 비웃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 글은 리뷰가 아니기 때문에 세세한 건 설명할 순 없으나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하나 꼽자면 "깨알 같은 음성 대화로 인한 스토리 전개" 이다. 비단 주요 스토리 진행 뿐만 아니라 이벤트 퀘스트나 주요 스토리와 관계는 없는 부분에서도 음성 대화를 추가해 이를 들으면서 게임을 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기존 게임들에선 퀘스트만 하더라도 읽는 게 귀찮아서 그냥 넘기는 게 다반사가 아니었나?

그는 과연 디아3를 제대로 즐긴 걸까?

다시 씁쓸한 이슈거리라고 했던 부분으로 돌아가자. 6시간만에 디아블로를 정복했다는 것은 사실 내가 디아블로를 접한 방식과는 정반대의 방식이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단지 그냥 레벨 올리고 마지막 보스를 잡는 것이 목적일 뿐인 플레이라고 본다. 시간에 쫓겨 오로지 칼질 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는데 그 어떤 깨알 같은 재미를 얻을 수 있겠으며 게임성이나 완성도를 음미할 수 있겠는가?

게임 자체를 즐기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제일 빨리 디아블로를 잡은 유저" 라는, 허울뿐인 타이틀이 목적이 아닐까? 디아3의 흔한 좀비 시체 같은 "공명심" 이 아닐까? 12년 만에 드디어 후속작이 나왔지만 12년 전의 구태의연한 모습은 여전한 것 같아 정말 씁쓸하다. 오로지 레벨에 집착하고 누가 더 빨리 깨냐 마냐에 매몰된 의식 말이다. 우리는 이런 명작을 즐길 권리도 있지만 세심히 음미하면서 즐길 의무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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