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스톤] 범람하는 오토, 방관하는 블리자드

사례 1.
얼마전부터 하스스톤을 플레이 할 때마다 대전 상대로 주술사를 자주 만나는 A씨. 최근 주술사의 특정 덱이 인기겠거니 하고 대전에 돌입합니다. 그러나, 뭔가 이상합니다. 상대방에게 턴이 돌아가면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을 대충 보면서 어떤 하수인을 타겟으로 하거나, 어떤 카드를 내려고 고민하는지 현재 상대방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알 수가 있는데 상대 주술사의 경우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습니다.

하수인을 처치할 때도 마치 정해진 패턴마냥, 한 치의 주저함 없이 카드를 냅니다. 숨겨뒀던 영웅 카드를 내면, 대부분의 유저들이 영웅 카드를 확인하기 위해 커서를 올리지만 그런 움직임도 없습니다. 나중에 A씨는 자신이 상대했던 것이 오토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계적인 움직임과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정확한 킬 각. 사람과는 다른 게임 감각이었습니다.

해당 이미지는 위 사례1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예시입니다

사례 2.
얼마전 하스스톤 공식 홈페이지에 '숫자로 알아보는 재미있는 하스스톤'이라는 글이 올라 왔습니다. 영웅마다 각각의 영웅 능력이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한 영웅 능력은 바로 주술사의 토템 소환이었습니다. 주술사가 2위와 3위를 기록한 마법사와 전사보다 인기가 월등히 높았던 인기는 무엇일까요. 오토로 주술사를 돌리는 유저들이 그만큼, 아니 전세계적으로 많다는 것 입니다.

사례 1과 같이 하스스톤을 즐기는 유저에게 있어 현재 오토를 만나는 일은 상당히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과거의 경우 오토란 MMORPG 에만 국한된 얘기였습니다. 오토가 특정 사냥터를 접수해 자동으로 사냥을 하면서 돈이나 경험치를 얻는 행위는 MMORPG에 있어 너무나 흔한 일이라 할 수 있죠.

하스스톤의 경우 오토가 딱히 필요한 게임은 아니지만, 재물과 명예에 눈이 먼 많은 유저들이 활발하게 오토를 돌리고 있습니다. 등급전을 통해 더 높은 등급으로 올라가고, 하나의 영웅으로 500승을 달성하면 황금영웅을 제공하기 때문인데, 아마도 이런 혜택을 얻기 위해 오토를 돌리는 유저들이 많습니다. 3번을 이기면 10골드를 주지만, 골드 수급은 이런 등급이나 명예를 얻기 위해 덤으로 제공하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9명의 황금 영웅, 황금 카드와 마찬가지로 보기 좋은 것 외에 게임 내에서의 이점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오토는 예전부터 꽤나 부정적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없다 한들 노력도 하지 않고 뭔가 남들과 비슷한 혜택을 받고자 하는 공짜심리를 공정하게 게임 하는 이가 좋게 받아드리기는 힘드니까요. MMORPG에서의 오토의 사냥터 접수는 아예 다른 사냥터로 이동하면 그들과 직접 맞닥뜨릴 일은 없지만, 하스스톤같은 1대1의 카드 게임에서는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을 상대로 하게 되며 운이 좋으면 이길 수도 있지만, 최근 보고된 오토의 승률은 50%이상 이라는 무시 못할 수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오토만 돌려서 9개의 황금 영웅을 얻고, 전설 등급까지 올라갔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면 오토의 승률이 결코 낮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LoL도 그렇고 등급이 뭐길래 대리니, 오토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을 상대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밀려오는 씁쓸함 느낌이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꽤나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이건 이기나 지나 불쾌함이 가득한 게임일 뿐입니다. 카드 게임은 말 그대로 엄연한 두뇌 대결의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고작 몇 가지 혜택을 위해 그런 것까지 오토에게 맡긴 것을 보면 그저 한심할 따름이고요.

문제는 이런 오토가 성행하는 것에 대한 블리자드의 대처입니다. 현재까지 특별한 제재를 가하지 않은 채 관련 게시물에는 조사하고 있다고만 언급하고 있기에, 오토 유저들은 계속해서 늘고만 있습니다. 또한, 초기에는 주술사로 시작한 오토 프로그램이 점점 다각화로 활성화되어 드루이드, 성기자 등 여러 직업에 걸친 오토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배틀넷 운영 정책에 따르면 '허용되지 않은 제3자 외부 프로그램 사용'에 따른 정책이 공지되어 있으며, 이를 개발, 공유, 배포, 이용할 경우 계정 정지 등의 제재를 가한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오토 유저가 발각되어 계정 정지된 사례는 특별히 없습니다.

이는 국내에서 LoL을 서비스하고 있는 라이엇 게임즈코리아와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LoL에 오토는 없지만 주기적으로 대리 게임 유저들을 적발해 직접 공지를 통해 영구 게임 이용제한 및 30일 이용제한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솜방망이 처벌이라 하더라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이런 불법 행위를 어느 정도 근절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현재의 오토를 방관하고만 있어 피해는 유저들이 고스란히 입게 됩니다. 블리자드는 이미 스타크래프트 2에서도 맵핵이 판을 칠 때 늑장대응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지만, 오토와 같은 불법 프로그램에 대해 여전히 요지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맵핵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스타크래프트 2

블리자드의 하스스톤은 e스포츠에 슬슬 입지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오토를 근절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하스스톤의 유저는 점점 줄어들 것이고, 이는 하스스톤의 e스포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정당한 승부에 편법이 이용되고, 그 편법을 엄중 처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부디 게임만 잘 만드는 개발사가 아닌, 자사의 게임을 즐겨 주는 유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개발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