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메이플스토리의 몰락 (15067) 온라인게임

 

200908101035243312_1.jpg

"텐비" 라는 온라인 횡스크롤 RPG가 지난 7월 24일 최종 서비스 종료를 했다.

인기가 없어진 온라인게임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서비스 종료를 하는 건 온라인게임계에선 하루 이틀 벌어지는 일도 아닌, 매우 흔한 일이지만 개인적으론 이 게임에 대해 나름의 추억을 안고 있어 소식을 접하곤 꽤 아쉬운 감정이 있었다. 물론 이 게임을 접은 지는 꽤 되었지만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홈페이지에 들러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둘러보곤 했는데 서비스 종료라니...

 

캡처.PNG

서비스 종료 공지는 언제 봐도 씁쓸하다.

 

포스트 메이플스토리를 노렸었지...

2007년 12월에 오픈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이 게임은 "메이플스토리" 이후의 횡스크롤RPG들이 대부분 그러했듯이 "포스트 메이플스토리" 의 자리를 노리며 야심차게 유저들을 사로잡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에 여전히 메이플스토리는 최강자의 자리를 꿰차고 있었고 그 뒤를 이어 "귀혼" 이나 "라테일" 등의 게임들이 나름 선전하며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냥 틈새시장에 만족하는 정도가 아닌 메이플스토리를 밀어내겠다며 등장한 것이었다.

물론 이 같은 당찬 목표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일단, 이 게임의 개발자들은 메이플스토리의 핵심 개발자 출신들이었다. 이들은 메이플스토리를 안정 궤도에 정착시켜 놓고 해당 개발사(넥슨에 인수 당함)에서 퇴사해 새로운 게임을 만들겠다며 다시 개발사를 차리고 이 게임을 개발한 것이었다. 현재 최고 인기 게임을 개발한 이력이 있는데 자신감은 충만했을 거라고 본다.

20080411110109_2333aeea.jpg

메이플스토리 못지 않은 귀엽고 깔끔한 그래픽이 인상적이었다.

 

게임 자체도 기본적으론 횡스크롤 스타일이라 메이플스토리와 상당히 흡사하지만 나름 차별화를 주기 위해 많은 부분에 신경을 쓴 것이 엿보였다. 예를 들면, 먼저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세가지 종족으로 나눈 것이 그러했다.  이 세 종족은 각기 로봇, 슈트, 용의 탈 것을 이용하고 있어서 외향에서부터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했다. 거기에 각기 다양한 스킬들은 그 개성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고 말이다. 이 외에도 스킬 트리, 비행 시스템, 인스턴스 던전 등등 메이플스토리에서 얻을 수 없던 재미가 텐비에는 있었다.

뭘 해도 하향세였던...

텐비가 보여준 타게임과의 차별성에 한동안은 꽤 인기몰이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흐르자 역시나 한계를 드러내는 듯 했다. 보통의 횡스크롤 RPG가 그러하듯이 게임 진행을 하면 할 수록 심해지는 "단순 반복 사냥" 의 폐해는 텐비도 비껴갈 순 없었다. 컨텐츠는 한정되어 있는데 유저의 입장에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여러가지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질 못했다. 또 꾸준한 이벤트로 커버하려고는 하였지만 이마저도 한계를 보였다.

게다가 메이플스토리를 비롯한 다수의 경쟁자들은 여전히 자신 만의 아성을 쌓고 있었다. 특히나 메이플스토리는 꾸준한 업데이트 및 이벤트 공세로 현재까지도 철옹성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 다한 셈이다. 반면에 텐비는 초기의 위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어느샌가부터 그저 그런 게임으로 전락하더니 현상유지 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점점 잊혀지더니 결국 서비스 종료에 이른 것이다. 포스트 메이플스토리를 노렸지만 끝내는 틈새시장도 뚫지 못하게 된 셈이다.

개발진들은 다시 제자리로?

사실 서비스 종료가 발표되기 전에 텐비의 개발진들이 다시 넥슨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무래도 텐비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판단 하에 내려놓은 듯 싶었다. 그때 이미 텐비가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긴 했는데 막상 닥쳐오니 많이 아쉬운 느낌이다. 그 개발진들은 뭐 메이플스토리의 후속작이라도 개발하려는 것 같다.

메이플스토리 잡으려다가 먼저 가버리네...

요즘 또 방학시즌을 맞아 대규모 업데이트로 인기몰이를 하는 메이플스토리를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벌써 10년 차 게임인데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반면에 텐비도 꽤 괜찮은 게임이었는데 많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이렇게 일찍 가버리게 되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로써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게 될 또 하나의 게임이 생겼다.

<끝>

 
TAG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회원 가입후에 사용 가능합니다

[회원가입] [로그인]

같은 분류 목록

이 블로그의 월간 인기글

profile그냥 뭐... 

방문자수 페이지뷰
671 오늘 959
1,099 어제 2,714
2,137,285 전체 13,993,391

온라이프존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