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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플랫폼의 하드웨어도 나날이 발전하면서 이제 온라인에나 어울릴법한 퀄리티의 작품들이 모바일에서도 무리 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장르의 다양성 또한 눈에 띄는 점인데, 그 중 퍼즐 장르는 하드웨어의 발전과 무관하게 모바일 플랫폼에서 상당히 오래 전부터 출시되어온 뿌리 깊은 장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하나의 모바일 게임이 히트하면 그와 유사한 게임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와 모두 옷 만 다르지, 알맹이는 똑같은 반면에 퍼즐 게임은 퍼즐이라는 요소에 다양한 시스템을 접목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게임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에 속합니다. 그런 점 때문에 유독 모바일에서는 다양한 퍼즐 게임을 좋아하고 즐기게 됐는데, 그 중 모뉴먼트 밸리는 그 정점에 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보면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에 착시 현상을 통해 놀라움을 자아내는 퍼즐 요소. 여기에 몽환적인 테마가 더해져 마치 예술 작품과 같이 깊이 있고, 게임이 전해주고자 하는 궁극의 목적인 재미까지 갖춰 두 가지 매력을 정확히 포착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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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먼트 밸리의 그래픽은 아름다우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가득합니다. 레벨 디자인 구현에 일가견이 있는 유니티 엔진의 성능을 극대화 한 것처럼 느껴지는 비주얼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포근하게 해 줄 정도며, 파주 출판단지에 들어선 다채로운 디자인의 건물 못지 않게 퍼즐이 펼쳐지는 건축물의 외형은 가히 환상적이고 놀랍습니다. 여기에 다채로운 색감을 활용하여 건물의 개성까지 돋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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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레벨 디자인만으로도 모뉴먼트 밸리의 세계는 신비롭습니다

특히, GDC 2015 어워드에서 최고의 모바일 게임상, 혁신상. 여기에 비주얼 아트상까지 더해 3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뭔가 화려한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는 그 대단함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개발사인 USTWO 게임즈의 리드 디자이너 켄 윙은 이런 독특한 건축물은 그가 스페인과 러시아, 모로코, 파키스탄 등 전 세계를 여행하며 감상한 건축 스타일을 참고했다고 하며, 네덜란드의 판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패턴과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작품에서도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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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석판화 ‘상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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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테마를 거들 듯 몽환적인 배경 음악이 게임의 이미지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마치 꿈속을 헤매 듯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물어 유저에게 자유로운 느낌을 안겨주는 음악은 아이다의 움직임에 따른 다양한 효과음과 합쳐져 하나의 이상적인 세계를 구현하게 됩니다.

모뉴먼트 밸리에서는 유저가 조작하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여 모두 각각의 소리를 내게 됩니다. 이는 아이다를 조작 할 때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음색이 펼쳐지면서 아이다를 이동시켜 게임을 하다 보면 마치 자신이 하나의 음악을 연주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입니다.

아이다를 이동시키기 위해 건물 어디를 클릭할 때, 발판을 누를 때, 파츠를 돌릴 때, 건물이 돌아갈 때 등 모든 상황에 음색을 부여하여 각자 고유의 소리를 내면서 하나의 하모니가 완성됩니다. 때문에 모뉴먼트 밸리의 음색에 조금이라도 귀를 더 기울이고자 스피커가 아닌 이어폰을 착용한 채 플레이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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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모든 요소에 효과음을 삽입하여 의미를 부여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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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는 침묵의 공주 아이다를 최종 목표 지점에 이동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아이다는 특별한 대사 하나 없으며 그녀의 표정도 결코 알 수 없습니다. 그녀의 외모 중 특징적인 것은 꼬깔 모자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 뿐입니다.

아이다와는 별개로 건물에는 까마귀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적이 아니라 그저 건물에 상주하는 NPC와 비슷한 역할을 해서 아이다와 접촉을 해도 공격을 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게임오버 되는 경우는 없으며, 시간제한 또한 없기에 그저 느긋하게 아이다를 최종 목적지로 인도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까마귀를 자세히 보면 외형이 아이다를 다른 각도에서 봤을 때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착시 현상을 강조한 게임인 만큼 아이다와 까마귀라는 캐릭터에 이런 효과를 부여하여 게임의 테마이자 성격을 캐릭터적인 부분에도 부여한 것이죠.

그리고, 엔딩을 보면 아이다와 까마귀가 왜 같은 형상이었는지 궁금증을 풀게 됩니다. 캐릭터성이 잘 살아있지만 않지만,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나 유저가 이끌어야 하는 아이다라는 캐릭터가 가진 개성이 몽환적인 테마 및 건물의 디자인과 맞물려 전혀 이질감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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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가 가까이 다가가면 특유의 소리로 울부짖는 까마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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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도달하면 모자에서 큐브를 꺼내 스테이지의 종료를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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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감은 아예 없습니다. 전투라는 부분이 존재하지 않으며, 외적으로 타격감을 느낄 만한 부수적인 요소 또한 전혀 없습니다. 여타의 퍼즐 게임이 퍼즐을 푸는 과정에 있어 액션이라는 양념을 더해 타격감을 살린 게임들도 적지 않게 있는 반면에 모뉴먼트 밸리는 퍼즐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으며, 게임의 성격상 액션이라는 요소는 애초부터 배제할 수 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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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먼트 밸리의 목적은 지극히 간단합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멋진 디자인의 건축물이 등장하고, 아이다를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퍼즐이 되느냐고 반문 할 텐데, 여기에 착시 현상을 사용하여 전혀 갈 수 없는 경로가 길이 되기도 하면서 아이다를 이동시킬 수 있게 됩니다.

다양한 구조물을 좌, 우. 혹은 위, 아래로 움직이는 것은 기본이고, 건물을 돌려서 현재 시점에서 보이지 않는 곳을 볼 수 있으며, 파츠를 돌리는 것만으로 건물의 여러 부위가 회전을 합니다. 이런 일련의 조작들을 통해 현재 보여지는 화면에서는 막다른 길목이었던 곳에 새롭게 이어진 길이 생기거나 끊어졌던 길이 다른 길과 연결되면서 아이다를 계속해서 이동시키게 되는 것이죠. 처음에는 착시 현상의 신기함에 한 번 놀라고, 개발사의 기발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특히, 이런 기하학적인 구조 때문에 아이다는 단순히 평지만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에는 벽을 타고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쩔 때는 머리가 밑으로 향하고 거꾸로 된 채 움직이기도 하죠. 이런 요소는 건축물의 구조 또한 기하학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을 말하며, 특별히 공간적 감각이 떨어진다고 클리어에 있어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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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위치한 곳을 보면 마치 뫼비우스의 띠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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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건물을 돌리면 이렇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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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평한 곳이라면 아이다는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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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 현상을 이용한 게임이 어느 정도 있기는 합니다. 최근작은 아니지만 PS3, PSP로 발매된 무한회랑이 착시 현상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모뉴번트 밸리와 유사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무한회랑의 경우 시점을 바꾸는 방식으로 착시를 이용했고 모뉴먼트 밸리는 건물 전체를 회전시키거나 일정 파츠를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가게 됩니다.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도 무한회랑은 흑백의 조화를 강조했다면, 모뉴먼트 밸리는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면서 화려함을 더했죠. 무엇보다 착시 현상을 이용하는 방식에 있어 단순한 모양이나 구조의 형태가 아닌 빼어난 디자인의 건축물을 이용함으로써 모뉴먼트 밸리만의 특징이 잘 살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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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회랑은 대략 이런 느낌의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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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퍼즐이 비슷한 난이도로 구성된 덕분에 스테이지별 편차는 크지 않으며, 대체적으로 난이도 또한 낮은 편에 속합니다. 대략 하나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시간은 5분에서 10분 내외이며 이런 퍼즐을 해결함에 있어 공간감적 감각이 약간 부족해도 이리저리 파츠와 건물을 돌리고, 구조물을 움직이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길을 찾게 되는 경우도 많아 난이도에 있어 크게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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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착시현상을 이용한 퍼즐 해결에 무난히 적응하면
이후의 스테이지는 재미를 붙여가며, 손쉽게 클리어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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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가 펼쳐지는 화면에는 주 무대가 되는 건축물 외에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면서도 유저가 퍼즐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마치 한 편의 그림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불필요한 요소는 화면 내에서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조작은 터치로 아이다를 이동시키게 되며, 아무리 먼 거리라도 아이다가 이동 할 수 있는 위치라면 터치로 원하는 곳을 쉽게 갈 수 있습니다. 파츠를 돌리거나 건물을 돌리는 조작이 의외로 많은데 이 부분은 조금 매끄럽지 못한 편입니다. 뭔가 부드럽게 돌아가지 않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이라 처음에는 익숙해지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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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높은 계단식 구조도 아이다가 갈 수 있는 곳을 클릭하면 바로 이동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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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먼트 밸리가 완벽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짧은 플레이타임입니다. 퍼즐을 클리어하는 시간이 짧은 것도 그렇지만, 스테이지 숫자도 10개 정도로 총 플레이타임이 1시간에서 2시간 정도에 불과합니다. 유료 게임인만큼 추가 스테이지를 무료로 제공해 줬으면 하는 기대가 많았는데, 8개의 추가 스테이지를 담은 ‘잃어버린 물가’는 따로 구매해야 합니다.

그나마 최근에 아이다의 꿈(IDA'S DREAM)이라는 새로운 챕터가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오픈됐습니다. 아이다의 꿈은 자선 기금 마련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챕터였지만, 현재는 구매자들 모두 무료로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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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스테이지로써 무료로 제공된 아이다의 꿈

추가적으로 비주얼이 상당히 아름다운 작품인 만큼 게임 화면을 스크린샷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스크린샷 기능이 아닌 화면을 줌 인하여 건축물의 특정 구조를 강조하거나 아이다를 강조할 때 사용함으로써 태블릿이나 핸드폰의 배경 화면으로 설정하기에 좋은 기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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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건축물이라면 원하는 장면을 적절한 시점에서 포착해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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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게임은 예술인가’에 대한 논쟁을 계속하고 있는 와중에 등장한 모뉴먼트 밸리를 보고 있자면 ‘게임은 이미 예술의 영역을 넘어섰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술이라고 굳이 거창한 것이 아닌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그것이 예술이 되지 않을까요.
괴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름다움(美)은
모든 예술의 궁극적 원리이며
모든 예술이 지향하는 최고의 목표이다

모뉴먼트 밸리를 소개하는 수식어에는 다양한 말이 덧붙습니다. 멋지다, 끝내준다, 환상적이다. 그 중에서 ‘아름답다’는 말이야말로 모뉴먼트 밸리를 수식하는 최고의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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