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어머니의 이름으로 살아보다. (12171) ㆁ 세상 『 萬事 』

내 제목


11_00000.jpg


'나 기브스 했어!'

인테리어 작업 도중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이때부터 고난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자들이 특히 아내와 엄마로 살아가는 이땅의 어머님들이 왜 위장병에 시달려야 하는지, 보편화 되어진 병인지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내가 길거리 움푹패여진 곳을 잘못 디뎌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기브스를 한 첫날 아들만 둘있는 집안에 살림을 도와줄 인원이 없다!

자신만만하게 옛날 혼자 자취하던 시절의 실력을 떠올리며 잡채도 하고 닭도리탕도 해서 떡 하니 한상 차려서 밥상을 대령했다.

아이들도 아내도 잘먹고 이제 치워야 하는데 맙소사! 한 것도 별로 없는데 무슨 설거지가 하늘로 치솟을 정도로 가득 쌓여 있었다. 이런.. 너무 번잡하게 했나 만드는 과정은 재미있고 신났는데 설거지를 할려니 앞이 깜깜 그래도 도와줄 사람은 없다.

기브스는 약 일주일정도 예정 되어 있고 3일간 임시휴가를 내서 아내를 돌보는 내내 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 남자들이 흔하게 말하는 '집에서 살림이나 하는' 이라는 단어는 다 바보스러운 말 이라는 것을 말이다.

3일간 임시휴가를 내고 본격적으로 집안일을 하는데 아침에 애들 깨워서 밥먹이고 밥상 치우고 설거지 하고 청소하고 커피 한잔 마실때 세탁기 돌아가고 난 빨래를 이때까지 세탁기만 돌리면 끝이라고 생각 했지만 세탁기에서 꺼내서 차곡차곡 건조대에 널고 그리고 마르면 차곡차곡 개서 장농에 넣는다.


11.jpg


쉴만하면 점심 설거지 하고 나서 애들이 학교 끝나고 와서 간식 그리고 조금 있다 저녁준비 식사후 설거지 참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알수 없을 정도로 번잡하고 커피한잔 마시고 나면 청소, 설거지, 식사준비 였다.

남자도 직장을 나가면 많은 사람들과 전쟁을 치뤄야 하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온다. 스트레스를 받은 몸을 술집으로 이끌고 들어가서 한잔 술로 지친 심신을 달랜다.

그러나 아내들은 그럴 기회조차 없는 것이 보였다. 하루종일 청소, 식사준비, 설거지, 애들 뒤치다꺼리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 받는 것을 풀 때가 없었던 것이였다.

힘들게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따스한 미소로 반겨 주어야 하고 힘들다는 표정을 하고 있으면 사소한 말다툼이 일어날까 조바심내고 이렇게 가정의 조율자로 바쁜 일상을 살아가니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걸린다는 위장병에 안걸릴 수가 없는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남성들에 비해 더 위장병이 많이 발생 하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그만큼 더 받는다는 소리이다. 더군다나 계속 반복되어진 집안일을 하다보면 아침에 남편과 아이들을 다 내보내고 지쳐서 점심을 안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허기는 지지만 지친몸을 차라리 조금더 휴식에 사용 하고자 하는 욕망이 더 클수도 있겠다 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설거지는 남편이 일요일날 단한번씩만 기분좋게 도와주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본인도 그렇게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단 한번도 아내들은 좋아서 어쩔줄 몰라한다. 그 표정은 얼굴에서 금방 읽을수 있을 정도로 좋아한다.

물론 돈좀 가지고 있는 부잣집 댁이라면 가사도우미를 불러서 대신 시켜놓고 스포츠센터나 쇼핑을 하러 다니겠지만 대부분의 가정집은 아내와 어머니란 이름으로 혼자서 해결한다.


11_00001.jpg


집안일, 우습게 봤다가 아주 큰코 다친 사례가 3년전 일이였다. 이 일이 터지고 나서 가끔씩 도와주지만 직장을 마치고 돌아와서 집안일을 도와주기란 참 힘든 선택이다.

허나 분명한건 아내와 어머니의 이름으로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이 없는 주부라는 직업을 아무말 없이 수행해 나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래도 일주일에 두어번은 설거지와 청소기를 붙잡는다.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집안일 힘들다. 설거지 할 때는 왜이리 허리가 아픈지 청소기 돌릴때는 분명히 다 한거 같은데 이쪽 저쪽에서 머리카락이 나오는지 수십년을 그렇게 해온 아내가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가만히 생각 해보면 남자들은 휴일과 공휴일 또는 명절등에 많은 시간을 자신의 시간으로 사용하지만 아내와 어머니들은 하루종일 음식과 뒷처리 하느라 평일보다 몇배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당연하게' 라는 말이 무서운 단어라는게 실감이 난다. 남자들은 방안에서 술한잔 걸치고 놀고 대화 하는 동안 부엌에서는 지구를 한바퀴 돌고도 남을 체력을 소진하는 그녀들이 있다는걸 망각 해버리는 것이였다.

명절을 치르고 집에온 아내의 어깨와 허리 한번 제대로 주물러주는 남편이 되어보고 퇴근후 지쳤더라도 설거지라도 해준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지수가 올라가지않을까

가정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일들을 난 지금 또 다시 느끼고 있다. 공사대금 지급이 늦어지는 관계로 인테리어 공사가 늦어지고 있는데 아내는 장애인 도우미로 5일간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공사가 시작 되기 전까지는 내가 살림을 도와주고 있다. 역시, 힘들다 손에 물기 마를려고 하면 설거지 이런.. 아이고 허리야..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아내의 자리와 어머니의 자리는 직장에 출근하는 남편보다 2배는 더 힘들다. 위장병에 잘 걸릴만 하다는 결론이다. 오늘 아내를 위해 어머니를 위해 설거지를 해보아라 아무리 많아도 다하고나면 개운함을 느낄 수 있고 고마워하는 그녀의 웃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땅의 남편들이여 그리고 자녀들이여 오늘 퇴근후 아내에게 또는 어머니에게 '우릴 위해 너무 고생하세요' 라는 한마디라도 전해주자.

평화롭고 행복한 가정을 이끌기 위해 속으로 삭히고 감수하고 남모르는 고통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주부라는 이름에게 이글을 바칩니다.  

 



TAG

댓글을 남겨주세요.

같은 분류 목록

이 블로그의 월간 인기글

이 분류에 다른 글이 없습니다.

profile 

방문자수 페이지뷰
208 오늘 554
402 어제 2,011
4,985,748 전체 36,757,289

온라이프존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