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파이] 나의 첫 온라인게임 (8362) 시사

나의 진정한 첫 온라인게임은 "애플파이"

ㅡ어느 초보 게이머의 검색질로 발견된 애플파이...

처음에 이 게임을 어떤 계기로 접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온라이프라는 성지를 알기도 전에 이 게임을 알았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라서 그냥 검색을 하다 우연히 알게 됐다고 추측을 할 뿐이다. 온라인게임 초보라 정보가 부족했던 내가 막 포털 검색을 해서 막연히 온라인게임을 찾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현재는 온라이프를 통해서 쉽게 쉽게 정보를 접하는 환경과 비교하니 세상이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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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파이의 초기화면, 아련한 추억 속으로...

그건 그렇고. 사실 애플파이가 내가 접한 "첫" 온라인게임은 아니다. 애플파이를 접하기 이전에 한 두개 정도의 게임을 접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첫번째 온라인게임" 이라는 주제로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애플파이가 어떤 의미에선 나의 "첫번째 온라인게임" 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의미" 가 무엇이냐?

ㅡ애플파이는 첫사랑?!?! 

바로 내가 처음으로 "애착을 가지고 꾸준히 즐긴" 첫번째 게임이 바로 애플파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서다. 그 전에는 막 온라인게임에 입문한 초보로서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가지고 무턱대고 해보는 수준이었지만 애플파이를 접하고 나서는 처음으로 진정한 온라인게임의 재미와 의의를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애플파이의 첫인상?

ㅡ애플파이? 사과파이라도 만드는 게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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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나 말하는 거냐?

첫인상은 참 인상깊었다. 아직도 생각이 난다. 게임 이름만 가지고는 전혀 어떤 내용의 게임인지 어떤 스타일의 게임인지를 알 수가 없어서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도대체 "애플파이" 라는 이름가지고 어떻게 추측을 하느냔 말이다. 뭐, 사과파이 만드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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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스터가 너무 귀여웠다.

그렇게 황당한 추측만을 가지고 처음 접해 본 애플파이의 모습은 "동화적인?"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 비록 그래픽은 빼어난 수준이 아니었지만 캐릭터나 몬스터 그리고 배경들이 전체적으로 잘 어울려 포근하고 편안한 느낌의 동화를 보는 듯 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건 몬스터들이 하나도 무섭지 않고 오히려 귀여웠단 것이다. 당시 초보였던 나는 '주인공이 왜 이렇게 귀여운 몬스터들을 때려 잡는 것일까' 라고 생각했을 정도. 당시 타 게임들을 보면 중세 판타지다 무협이다 해서 좀 무겁고 어두운 느낌이 강했는데 애플파이는 이렇게 그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온라인게임의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애플파이"

애플파이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순식간에 휩쓸려 어느덧 줄기차게 즐기게 되었다. 당시 애플파이는 베타테스트를 굉장히 오래했다는 기억이 있다. 그때까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게임이라 유저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이미 골수팬은 꽤 됐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친구를 끌여 들여 함께 플레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파티를 해서 함께 몬스터를 잡으면서 아웅다웅하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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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파이도 한때는 인기가 많았을 때가...

ㅡ아, 앞으로 이런 재미를 또 느낄 수 있을까?!?!

그때 처음 친구랑 파티플레이를 하면서 "함께 하는" 온라인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함께 게임에 대한 담소를 나누면서 몬스터를 함께 잡기 위해 파티시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아이템 배분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초보답게 일일이 하나하나 의견을 교환했다. 초보여서 그런 과정들 자체도 너무 재밌었다. 현재의 스피드를 강조하는 획일화된 플레이 환경의 온라인게임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아마 앞으로 영원히 느낄 수 없는 재미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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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적인 풍경...

ㅡ더불어서 즐겼던...요즘 게임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친구뿐만 아니라 플레이를 통해서 다른 유저들과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친해지는 유저가 생겨났다. 그런 식으로 온라인게임에서 꾸준히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고 사귀게 되는 훈훈한 즐거움까지 얻게 된다. 과거 집에서 혼자하는 비디오 게임기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즐거움인 것이다. 혼자가 아닌 더불어서 함께 즐기는 게 바로 온라인게임의 기본적인 의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애플파이를 통해서 했던 것 같다. 분명 온라인게임이면서도 아직도 솔플이 각광 받고 있는 요즘 게임들을 보면 뭔가 많이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애플파이와 오버랩하면 향수병에 걸릴 지경이다.

애플파이만의 독특한 개성이 있었다!

애플파이라는 게임을 곰곰히 기억에서 끄집어 내보니 요즘 게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대단히 획기적이고 시대를 앞서갔다고 해야 할까? 또 확실한 소신을 가지고 있는?

ㅡ세종대왕님이 이뻐할 애플파이 

아이템이나 스킬 이름들이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상당수가 순수 한글로 이뤄졌었던 기억이 난다. 아쉽게도 일일이 기억이 나질 않지만 한글로만 이루어진 아이템 이름을 보며 개발자가 뭔진 정확히 몰라도 확실히 소신이 있구나? 라고 생각을 했다. 전사 캐릭터의 어떤 스킬이름이 "노을" 이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뭔진 모르지만 반딧불, 행복한 토라짐이라는 아이템 등등. 그러고보니 한글로 지은 이름때문에 생긴 단점이 있긴 했다. 직접 보고 사용해보기 전엔 어떠한 효과가 나는지 어떤 종류의 장비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글이름과 해당 아이템의 효과나 종류와는 별다른 관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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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사용해보기 전엔 어떤 아이템인지 절대 모름

ㅡ다른 게임들은 뭐 번역가능한 것도 외국어로...

예를 들면, "노을" 이라는 스킬의 이름으로 무엇을 예측할 수 있을까? 실제로는 공격스킬이었다. 예쁜 한글이름들이 많아 눈은 즐거웠지만 이처럼 단점도 존재하긴 했다. 그래도 타 게임들처럼 외국어가 최고인 것 마냥 온갖 이름에 영어를 갖다 붙이는 모습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한글이름이 자주 안 써서 어색하고 낯선 것이지 익숙해지면 그 어떤 이름보다도 친근하고 예쁘다. 애플파이 이후로 애플파이의 마인드를 가진 게임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ㅡ이미 오래 전에 전문직업을 갖춘 애플파이

요즘 게임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선택하게 되는 "직업" 말고도 생산 컨텐츠의 일환으로 "전문직업" 이라는 시스템을 많이들 도입해놨다.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장비 제작이라든가 약초 채집이나 광물 채집 등등 다양하다. 요즘 게임이라면 대부분의 게임에서 이렇게 전문직업이 따로 존재함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가 있다.

하지만 오래 전 게임인 애플파이는 이미 전문직업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에 존재했던 타게임과 비교하면 상당히 시대를 앞서간 게임이 된다. 많은 양산 게임들이 제대로 된 퀘스트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했던 시절이기 때문에 전문직업까지 갖추고 있던 애플파이는 미처 몰랐지만 지금보면 대단한 게임이었던 것 같다.

ㅡ흥미로운 도둑, 검사, 변호사의 유기적 관계

그런데 나는 단지 전문직업이 있었다고 애플파이를 추켜 세우려는 건 아니다. 전문직업 내에 정말 독특한 직업이 있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애플파이의 전문직업에는 요즘 게임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대장장이(아이템 강화), 세공술사(특수 능력 부여), 연금술사(아이템 제작) 같은 직업이 있을 뿐 아니라 정말 특이한 직업이 있었는데 바로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도둑이 바로 그것이다.

검사와 변호사, 도둑이라고 하니 많은 분들이 RPG라는 환경에서 과연 이들이 어떠한 역할을 가지고 있는 건지 의아해 할 것이다. 먼저 애플파이의 범죄수치(정확한 명칭이 생각나질 않아서 일단 가칭)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다. 이 범죄수치는 유저가 비속어 등으로 인해 채팅창 욕설 필터링에 걸렸을 때나 채팅창 도배 행위에 걸렸을 때 일정량 증가하기도 하는데 독특하게 증가하는 경우가 한가지 있었다. 바로 전문직업 중 하나인 "도둑" 의 훔치기 스킬에 의해서다.

이 스킬은 사용하기 쉽다. 타 유저에게 접근해서 그냥 훔치기 스킬을 시전하면 된다. 아주 조용히 신속히 진행된다. 성공하게 되면 상대방 유저의 인벤토리에서 랜덤으로 아무 아이템이나 훔쳐오게 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범죄수치는 대폭 상승하게 되는 패널티를 안게 된다. 아주 신선한 직업이지 않은가? 물론 요즘 게임에 이런 직업을 만든다면 문제가 좀 많겠지만 만약에 생긴다면 아주 재밌을 것이다. (물론 도둑의 입장에서만...)

근데 여기서 의문을 한가지 가질 것이다. 그럼 "범죄수치" 로 인한 패널티는 무엇인가? 물론 패널티가 분명 있다. 그 패널티를 집행하는 게 바로 "검사" 직업이다. 이 검사는 불특정 유저의 범죄수치를 조회할 수가 있는데 그냥 해당 유저의 근처로 가서 조회를 하면 된다. 그런데 조회만 하고 마느냐? 절대 아니다. 검사에게는 "검거" 라는 스킬이 있는데 일정량 이상의 범죄수치를 가진 유저가 이 스킬에 걸리면 "감옥" 으로 직행한다. 믿지 않는 분도 있으실 거다. 무슨 감옥 같은 게 있냐고. 그런데 정말 감옥이 존재했다. 애플파이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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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들은 감옥가지 마셈.

이 감옥에 가면 해당 유저는 일정량의 경험치를 잃을 뿐만 아니라 범죄수치 만큼의 시간동안 감옥을 빠져 나올 수 없게 된다. 열심히 사냥하던 유저로서는 상당한 패널티인 셈이다. 시간이 될 때까지 주구장창 감옥에 갇혀 있어야 되는 것이다. 그런데 빨리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이 딱 한가지가 있다. 딱 한가지. 바로 "변호사" 직업의 변호 스킬을 통해서다. 변호사가 변호스킬을 시전하면 일정 확률로 잔여 범죄수치가 감소해 실질적으로 감옥에 갇힌 유저는 예정보다 더 일찍 빠져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근데 공짜로 변호해주면 좀 어색하지 않을까? 그래서 재밌게도 전문직업 스킬창에는 아이템 거래창 같이 게임머니를 교환할 수 있는 창이 있어서 감옥에 갇힌 유저가 변호사 유저에게 변호 비용을 지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ㅡ이에 반해 요즘 게임들은 참...

이들 직업들 참 신선하고 재밌지 않은가? 요즘 게임에선 그나마 있는 보편적인 전문직업들도 대충 구색맞추기 용으로 들여 놓고 관리도 안 하고 하는데 이미 오래 전 게임에서 이와 같은 신선하고 재밌는 전문직업이 존재했었다니 직업 해봤었음에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정말 있었던 게 맞을까? 하고 말이다. 요즘 게임에선 왜 이런 게 없을까? 하고 푸념해 본다. 아니면 기존에 있던 거 관리라도 잘 하든가. 뭘 하나 업데이트 하면 관리를 안 해서 완전 사장시켜 놓고...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들

ㅡ훈훈한 어느 부녀지간의 인터뷰

당시에 홈페이지에 어느 부녀 유저의 애플파이 인터뷰가 실린 것으로 기억한다. 인터뷰 내용인즉슨 아버지가 딸이 열심히 즐기던 애플파이를 유심히 지켜보다가 딸과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열심히 배워서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훈훈한 내용인가? 아직도 온라인게임하면 안 좋은 인식이 팽배한 게 사실인데 거의 10년도 가까이 전에 이렇게 부녀 간에 온라인게임을 함께 즐기면 정을 쌓는 광경...아직도 그 인터뷰를 보며 인상깊었던 기억이 난다.

ㅡ상금에 눈이 먼 어느 길드장의 먹튀

한때 애플파이 내에서 큰 논란이었던 사건인데 내막은 이렇다. 이벤트로 게임 내 길드전이 개최되었는데 상금이 무려 현금을 지급하는데다 수십만원이 걸려 있었다. 결국 어느 유력 길드가 우승을 차지해 상금을 받게 되었는데 운영진 측은 길드에 지급하는 단체 경품이었지만 편의상 알아서 잘 하라는 식으로 길드장에게 몽땅 지급을 한 것이었다. 물론 그 길드장이 형평성있게 길드원에게 그 돈을 알아서 잘 배분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느닷없이 그 길드장은 게시판에, 자신은 지급받은 돈을 은행에서 모두 인출해서 집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내용의 글을 쓴다. 그런데 자신은 그만한 돈이 따로 나올 데가 없어 길드원에게 줄 돈이 한푼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사죄의 의미로 아이템 나눠주고 캐릭터를 삭제한다는 식이었다.

이는 곧 해당 길드원 간에 논쟁거리가 되었다. 길드장이 돈 주기 싫어서 거짓말을 하는 거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나는 믿는다네 하면서 게시판이 달아올랐던 적이 있다. 결국 진실은 그 길드장만이 안 채로 묻히고 말았다. 지금에서 생각해 보면 오로지 심증밖엔 없지만 나는 그 길드장이 탐욕에 눈이 멀어 먹튀한 걸로 보고 있다. 자그마치 수십만원이었으니까. 그걸 다 인출해서 지갑에 가지고 있었던 이유도 석연찮다. 들어가지도 않을 거고 말이다.

추억 속의 애플파이

이렇게 되짚어 보니 애플파이에 생각보다 추억이 아주 많았던 것 같다. 처음 온라인게임에 대한 진정한 재미를 알게 되고 그러면서 애착을 가지고 꾸준히 접했던 그 게임에 대한 추억을 하나씩 떠올려 보니 계속해서 밀물 밀려들 듯이 밀려든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부분유료화랍시고 너도나도 돈 빼먹으려 도입하는 사행성 아이템에 찌들고 점점 획일화되어 가는 요즘 게임에 대한 반작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재에 불만족하면 과거의 좋았던 때를 떠올린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요즘 게임과 비교하면 할 수록 당시엔 미처 몰랐던 애플파이만의 매력이 발견되고 또 그리워지는 것 같다. 과연 언제쯤 그러한 느낌과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게임을 또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영원히? 다시 과거의 향수를 느껴 보기 위해 검색이라도 해봐야겠다. 글은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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