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BS에서 수목드라마로 방영중인 ‘싸인’은 국내최초로 법의관을 주제로 한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살인사건을 법의관, 경찰, 검찰 등이 나서 수사하는 내용으로 지금까지 나왔던 한국 드라마보다는 CSI같은 미국 드라마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최근, 이 ‘싸인’이란 드라마에서 연쇄적으로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를 주제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는데, 사이코패스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 이유는 바로 게임중독이다.
1. 시사프로그램, 뉴스, 드라마까지… 게임으로 시선이 쏠린다.
게임중독을 주제로 다룬 프로그램을 늘 있어왔지만 최근처럼 연속적으로 TV매체에 나온 적은 없었다. 심지어 드라마까지 등장했다. 2011년 1월 5일 KBS2 ‘추적60분’에서 ‘살인을 부른 게임중독,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주제로 방송됐고, 얼마 전 주말 MBC 뉴스데스크에서 게임중독 폭력성 실험이라는 뉴스가 방송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그리고 최근 SBS에서 방송되고 있는 ‘싸인’이란 드라마에서 연쇄적으로 살인을 일으키고 있는 사이코패스가 게임중독에다 게임개발자, 심지어 살인을 게임시나리오대로 일으킨다는 소재로 드라마가 방송됐다.
이처럼 많은 TV방송 프로그램들이 게임으로 주제를 잡고 방송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게임중독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음을 뜻한다.
2. 방송들의 공통된 키워드는 ‘게임중독’ 그리고 ‘폭력성’
이 세 프로그램들을 다 봤다면 공통된 키워드가 두 가지 존재한다는 걸 느낄 것이다. 이는 결국 이 프로그램들이 우리나라 게임시장, 게임문화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게임중독으로 인해 학생들이 제대로 학교를 가지 않거나 공부를 하지 않고, 점점 현실세계에서 게임속 세계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하고 사람을 실제로도 죽여보고 싶다는 감정을 가지게 만든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토록 게임이라는 이미지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싸인’에서는 게임중독자를 포함해 게임을 만드는 게임개발자까지 부정적인 이미지를 드라마에 사용했다. 우리나라 인구중에 게임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은 몇 없겠지만, 이 프로그램들을 보고 게임을 한번도 해보지 못한 사람은 과연 게임에 대한 이미지를 어떻게 가지게 될까
3. 많은 문화산업 중 왜 게임이 유독 심할까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쇼, 오락 등… 소위 문화산업이라고 부르는 여러 가지 부류 중 유독 게임이 이런 안 좋은 이미지를 독식하는 이유는 다른 부류보다 게임이 훨씬 중독성과 폭력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화관은 연인들이 데이트를 주로 하는 장소로 보여지고,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이 상상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는 모습으로, 드라마, 쇼, 오락 등은 가족들이 집에서 모여 함께 즐길 수 있는 컨텐츠로 조명되고 있지만 게임은 아니다. 언론과 매체에서 보여주고 있는 게임이란 이미지는 혼자 방 안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제대로 자지 않는 모습으로만 비출 뿐이다. 이걸 무조건 언론과 매체의 잘못이라고 봐야 할까? 필자는 우리나라 게임산업과 게임문화가 훨씬 더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4. 때리고 죽이는 게임 그만 나왔으면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중인 많은 온라인게임에서 칼이 나오지 않는 게임은 몇이나 될까? 온라인FPS는 상대방을 총이나 칼로 죽여 자신의 점수를 쌓고, MMORPG에서는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려면 몬스터를 죽여 경험치를 획득해야 한다. 이 시스템이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시장에선 뼈 속 깊이 들어가 굳어버렸다. 그야말로 게임에 ‘폭력성’을 배제하면 게임을 만들 수 없는 시대다. 거기다 피를 넣고 실제처럼 느껴지는 사운드까지 입히면 ‘중독성’이라는 요소가 추가된다. 어찌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치면 신작 컨텐츠가 계속 때리고 죽이는 액션 장르의 영화나 애니메이션만 출시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렇게 되면 영화나 애니메이션 역시 게임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게임산업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좋아지게 만들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다양하고 참신한 방법으로 게임을 개발해야 하고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컨텐츠를 많이 선보여야 한다.
5. 잘못된 실험, 발언은 결국 게임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
추적 60분과 뉴스데스크 게임중독 폭력성 실험 방송은 사실 잘못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추적 60분에서의 여성가족부위원회 위원장님의 말은 너무나 잘못된 부분이 많았고, 뉴스데스크는 어린 학생들에게 ‘GTA:산 안드레스’ 라는 말도 안 되는 게임을 하도록 시키고, PC방의 전원을 내려서 폭력성을 실험하는 모습은 누리꾼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결국 이런 발언과 실험이 고스란히 방송매체를 타고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이유는 결국 게임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경고로 봐야 한다. 결국 게임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가면 갈수록 언론과 매체는 더욱 게임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될 것이고, 결국 게임산업은 갈수록 인정받기 힘든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SBS드라마 ‘싸인’은 정말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게임중독 사이코패스의 반전은 필자에겐 그리 달갑지 않았다. 결국 이 스토리는 연쇄살인사건, 즉 살인게임의 개발자는 게임중독 사이코패스인 이호진(김성오)이었고, 그 연쇄살인사건을 실행한 유저, 즉 플레이어인 우재원은 이호진의 고등학교 친한 친구이자 게임개발자 사이코패스였다. 결국 이 드라마는 게임의 이미지를 한 껏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밀어줬다. 물론 드라마 제작자들을 욕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충분히 그런 반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소재를 통해 드라마의 재미를 끌어올릴 수 있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SBS 드라마 '싸인'에서 게임중독 사이코패스 역의 이호진(김성오)
그리고 게임개발자 사이코패스인 우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