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라고 하면 분명히 역할분담게임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무슨 역할을 한단 말인가? RPG의 세계속에서 스스로 역할을 만들어내 플레이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악의 세력에 대한 역할을 스스로 맡아 선량한(?) 유저들을 공격하는 것도 RPG의 정당한 플레이인가?
사실 현재의 RPG는 시스템에서 주어지는 역할분담은 미미한 것 같다. 물론 파티사냥의 경우 각자의 역할을 맡게 되지만 RPG에서 역할이란 세계관을 통한 지위와 위치에 맞는 행동을 말한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TRPG(테이블 기반)에선 역할의 개념만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30여년 전에 위저드리(Wizardry)라는 최초의 PC기반 RPG가 나왔다. 이때 이미 RPG에 캐릭터 육성이라는 개념이 들어갔다. CRPG(PC기반)에서 MMO(온라인기반)로 발전해 갈수록 역할의 개념은 미미해지고 육성이라는 개념만이 남게 된다.
▲ 위저드리 - 최초의 CRPG
역할이 시스템에서 주어지던, 스스로 만들어 내던 간에 캐릭터 육성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떻게 보면 MMO에서는 당연한 귀결인 것 같다. 혼자만 플레이 하던 RPG가 대규모 인원이 플레이 하다 보니 캐릭터간 경쟁과 차이를 두어야 하는건 꼭 필요 할 것이다.
필자가 하고픈 말은 현재의 MMORPG에 역할의 개념을 다시 살리자는게 아니다. 어차피 육성의 개념이 광대해진 지금 좀 더 완성도 있는 육성의 요소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한 요소중 하나의 예를 들어 보겠다. 일단 흥미와 이해를 돕기 위해 만화책을 소개할까 한다.
▲ 비디오걸 아이 1~15 전권 - 필자의 소장품♬
필자는 비디오걸 아이라는 만화를 보면서 두가지 특색을 발견했다. 하나는 주인공의 정신적 성장이다. 특히 작가의 심리묘사는 아주 뛰어나다. 중요한건 두번째 특색이다. 우리가 만화라는 매체에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여지 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믿어 의심치 않는 부분이기에 이 두번째 특색은 필자를 비롯한 극소수만이 발견 했을 것이다.
주인공 캐릭터가 1권에서 부터 에피소드 종결인 13권에 걸쳐 아주 서서히 육체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만화 캐릭터가 성장해 간다? 아니 서서히 늙어 간다?
▲ 비디오걸 아이 - 1권(왼쪽위) / 7권(오른쪽위) / 13권(아래) <저작권 위반을 조심했다>
스캔을 할려고 책을 펼치니 우드득하며 제본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 디카로 찍은걸 이해해 주기 바란다. 뛰어난 심리묘사를 통한 주인공의 정신적 성장과 서서히 캐릭터 자체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고 이 만화책을 기꺼이 소장해 주었다. 얼굴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캐릭터의 외형을 보면 성장해 가는걸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다시 RPG로 돌아가 보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RPG의 캐릭터도 '심즈' 처럼 캐릭터의 외형이 서서히 나이 들어 갈수는 없는가? 더 나아가 수명(?)을 다하면 게임내의 무덤에 묻거나 특별한 마법약을 사용해서 젊음을 되살리자.
혹자는 역할분담게임에 육성시뮬레이션이 왠말이냐며 아우성 칠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현재의 RPG는 레벨업(육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캐릭터의 능력은 물론이려니와 아이템도 레벨업이다. 그렇다면 캐릭터의 외형도 레벨업을 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캐릭터 외형의 성장을 통해 많은 새로운 콘텐츠가 생겨 날 수 있다. 그리고 유저들에게 신선한 즐거움도 줄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하드웨어가 나날이 성장해 가는 지금 RPG도 하이브리드(복합쟝르)로 간다. 이런 상황이기에 육성시뮬레이션도 접목해 보자.
앞으로 RPG가 사라지고 HPG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이브리드-플레잉 게임 말이다.
[온라이프존] 병아리논객 '하데스'
이 글은 오직 온라이프존에만 게시되어 있습니다.
RPG에서 말하는 '역할'이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너는 어떻게 할래? 라는 물음입니다
최근에 나온 RPG '폴아웃3'을 보면 이 역할이 잘 녹아 있죠. 게임은 플레이어를 갓 볼트 밖으로 빠져나온 풋내기라는 신분으로 만들어 놓고 각종 상황에 빠트립니다. 예를 들어서 '노예 시장에 끌려간 아이를 구출해야 하는데, 넌 어떡할래?' 라는 거죠. 여기서 플레이어는 자기가 생각하는 주인공상을 연기합니다.
나의 주인공은 난폭한 악인이니까 노예시장을 통채로 폭파시켜 버리고 아이의 시체를 줏어 갈꺼야. 그리고 구출해달라고 한 녀석도 속여서 죽여 버리고 내가 필요한 물건을 뺏어야지. 라고 할 수도 있고 '내 여주인공은 매력적이지만 총은 잘 못쏴. 그러니 문지기를 농밀한 매력과 말솜씨로 녹여버리고 들어가서 애만 빼내서 와야지'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게 웰 메이드 RPG라는 거겠죠
RPG의 재미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연기'
가상의 상황이 닥쳤을 때 나의 행동을 결정하고 그 반응을 즐기는 거죠.
두 번째는 '보상'
앞에서 한 연기에 따라 나오는 반응, 그에 따라 내가 얻게 되는 이익과 불이익이 있겠죠
그 이익을 모으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거죠
MMORPG는 특성상 한 플레이어만을 위한 시나리오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연기'의 부분이 많이 약합니다
게임이 플레이어를 '상황(situation)'에 몰아넣을 수 없단 말이죠. 그래서 이걸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 퀘스트와 인던인데.. 현재 한국의 MMORPG들 중에는 퀘스트 활동에 있어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시피한 것이 가장 큰 문제에요.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도 없고
퀘스트의 해결 방식도 능동적으로 정할 수 없지요.
DDO나 와우를 보면 퀘스트가 한 라인만을 따라 있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맘대로 골라 할 수 있도록
횡적으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DDO만 예를 들면 레벨 1때 시장거리로 가서 심부름을 할 수도 있고 창고에 나타난 몬스터를 해치울 수도 있는 반면 조금 어렵지만 하수구로 가서 어떤 음모에 대해 조사할 수도 있고 마법사의 도구를 구하는 걸 도울 수도 있죠
이걸 하기에 따라 얻게 되는 보상도 다 다르고 팩션이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무기점 주인 부탁을 들어주면 시장 사람들의 호감과 좋은 칼을 얻을 수 있겠지만 대신에 시청에서 고블린 잡아달라는 의뢰는 못한단 말이죠. 어떤 선택을 강요받고 그 결과에 따라 살아나가는 것.. 이런 게 진짜 RPG의 재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