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조회 11062 추천 1 댓글 8

RPG라고 하면 분명히 역할분담게임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무슨 역할을 한단 말인가? RPG의 세계속에서 스스로 역할을 만들어내 플레이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악의 세력에 대한 역할을 스스로 맡아 선량한(?) 유저들을 공격하는 것도 RPG의 정당한 플레이인가?

사실 현재의 RPG는 시스템에서 주어지는 역할분담은 미미한 것 같다. 물론 파티사냥의 경우 각자의 역할을 맡게 되지만 RPG에서 역할이란 세계관을 통한 지위와 위치에 맞는 행동을 말한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TRPG(테이블 기반)에선 역할의 개념만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30여년 전에 위저드리(Wizardry)라는 최초의 PC기반 RPG가 나왔다. 이때 이미 RPG에 캐릭터 육성이라는 개념이 들어갔다. CRPG(PC기반)에서 MMO(온라인기반)로 발전해 갈수록 역할의 개념은 미미해지고 육성이라는 개념만이 남게 된다.


▲ 위저드리 - 최초의 CRPG

역할이 시스템에서 주어지던, 스스로 만들어 내던 간에 캐릭터 육성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떻게 보면 MMO에서는 당연한 귀결인 것 같다. 혼자만 플레이 하던 RPG가 대규모 인원이 플레이 하다 보니 캐릭터간 경쟁과 차이를 두어야 하는건 꼭 필요 할 것이다.

필자가 하고픈 말은 현재의 MMORPG에 역할의 개념을 다시 살리자는게 아니다. 어차피 육성의 개념이 광대해진 지금 좀 더 완성도 있는 육성의 요소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한 요소중 하나의 예를 들어 보겠다. 일단 흥미와 이해를 돕기 위해 만화책을 소개할까 한다.


▲ 비디오걸 아이 1~15 전권 - 필자의 소장품♬

필자는 비디오걸 아이라는 만화를 보면서 두가지 특색을 발견했다. 하나는 주인공의 정신적 성장이다. 특히 작가의 심리묘사는 아주 뛰어나다. 중요한건 두번째 특색이다. 우리가 만화라는 매체에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여지 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믿어 의심치 않는 부분이기에 이 두번째 특색은 필자를 비롯한 극소수만이 발견 했을 것이다.

주인공 캐릭터가 1권에서 부터 에피소드 종결인 13권에 걸쳐 아주 서서히 육체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만화 캐릭터가 성장해 간다? 아니 서서히 늙어 간다?


▲ 비디오걸 아이 - 1권(왼쪽위) / 7권(오른쪽위) / 13권(아래) <저작권 위반을 조심했다>

스캔을 할려고 책을 펼치니 우드득하며 제본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 디카로 찍은걸 이해해 주기 바란다. 뛰어난 심리묘사를 통한 주인공의 정신적 성장과 서서히 캐릭터 자체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고 이 만화책을 기꺼이 소장해 주었다. 얼굴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캐릭터의 외형을 보면 성장해 가는걸 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다시 RPG로 돌아가 보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RPG의 캐릭터도 '심즈' 처럼 캐릭터의 외형이 서서히 나이 들어 갈수는 없는가? 더 나아가 수명(?)을 다하면 게임내의 무덤에 묻거나 특별한 마법약을 사용해서 젊음을 되살리자.

혹자는 역할분담게임에 육성시뮬레이션이 왠말이냐며 아우성 칠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현재의 RPG는 레벨업(육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캐릭터의 능력은 물론이려니와 아이템도 레벨업이다. 그렇다면 캐릭터의 외형도 레벨업을 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캐릭터 외형의 성장을 통해 많은 새로운 콘텐츠가 생겨 날 수 있다. 그리고 유저들에게 신선한 즐거움도 줄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하드웨어가 나날이 성장해 가는 지금 RPG도 하이브리드(복합쟝르)로 간다. 이런 상황이기에 육성시뮬레이션도 접목해 보자.

앞으로 RPG가 사라지고 HPG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이브리드-플레잉 게임 말이다.



[온라이프존] 병아리논객 '하데스'
이 글은 오직 온라이프존에만 게시되어 있습니다.

Who's 하데스

profile
그림자 속의 숨은 진실을 찾아 내고픈 아마추어 논객...
그림자 속의 진실이 허상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진정한 논객이 되어 있을 것이다.

[OnlifeZone] 병아리 논객 "하데스"
Comment '8'
  • ?
    血劍 2009.10.27 16:37
    TRPG도 레벨이 있었고 캐릭터 카드에 장비를 착용했었으니 육성의 요소는 현재의 RPG처럼 있었죠.. 육성의 요소 자체는 언제나 RPG에 동일하게 녹아 있었지만 '역할'의 부분만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축소된거죠

    RPG에서 말하는 '역할'이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너는 어떻게 할래? 라는 물음입니다

    최근에 나온 RPG '폴아웃3'을 보면 이 역할이 잘 녹아 있죠. 게임은 플레이어를 갓 볼트 밖으로 빠져나온 풋내기라는 신분으로 만들어 놓고 각종 상황에 빠트립니다. 예를 들어서 '노예 시장에 끌려간 아이를 구출해야 하는데, 넌 어떡할래?' 라는 거죠. 여기서 플레이어는 자기가 생각하는 주인공상을 연기합니다.
    나의 주인공은 난폭한 악인이니까 노예시장을 통채로 폭파시켜 버리고 아이의 시체를 줏어 갈꺼야. 그리고 구출해달라고 한 녀석도 속여서 죽여 버리고 내가 필요한 물건을 뺏어야지. 라고 할 수도 있고 '내 여주인공은 매력적이지만 총은 잘 못쏴. 그러니 문지기를 농밀한 매력과 말솜씨로 녹여버리고 들어가서 애만 빼내서 와야지'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게 웰 메이드 RPG라는 거겠죠

    RPG의 재미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연기'

    가상의 상황이 닥쳤을 때 나의 행동을 결정하고 그 반응을 즐기는 거죠.

    두 번째는 '보상'

    앞에서 한 연기에 따라 나오는 반응, 그에 따라 내가 얻게 되는 이익과 불이익이 있겠죠
    그 이익을 모으는 데서 재미를 느끼는거죠

    MMORPG는 특성상 한 플레이어만을 위한 시나리오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연기'의 부분이 많이 약합니다

    게임이 플레이어를 '상황(situation)'에 몰아넣을 수 없단 말이죠. 그래서 이걸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 퀘스트와 인던인데.. 현재 한국의 MMORPG들 중에는 퀘스트 활동에 있어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시피한 것이 가장 큰 문제에요.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도 없고

    퀘스트의 해결 방식도 능동적으로 정할 수 없지요.

    DDO나 와우를 보면 퀘스트가 한 라인만을 따라 있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맘대로 골라 할 수 있도록
    횡적으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DDO만 예를 들면 레벨 1때 시장거리로 가서 심부름을 할 수도 있고 창고에 나타난 몬스터를 해치울 수도 있는 반면 조금 어렵지만 하수구로 가서 어떤 음모에 대해 조사할 수도 있고 마법사의 도구를 구하는 걸 도울 수도 있죠

    이걸 하기에 따라 얻게 되는 보상도 다 다르고 팩션이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무기점 주인 부탁을 들어주면 시장 사람들의 호감과 좋은 칼을 얻을 수 있겠지만 대신에 시청에서 고블린 잡아달라는 의뢰는 못한단 말이죠. 어떤 선택을 강요받고 그 결과에 따라 살아나가는 것.. 이런 게 진짜 RPG의 재미가 아닐까요?
  • 하데스 2009.10.27 17:09
    #血劍
    좋은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

    역할을 플레이 할 수 있는 MMO 게임을 해 보지 못해 제가 역할이라는 개념을 너무 간과했네요.
    혈검님 말씀 들어 보니 RPG의 진짜 재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 ?
    Xenia 2009.10.27 16:50
    血劍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전에 RPG에 대해서 글을 쓴적이 있었습니다. 뭐 그 내용도 비슷하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플레이하게 된 캐릭터가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 중요한 겁니다. 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RPG라고 할 수 있죠.

    또한, 퀘스트의 보상이 퀘스트 자체의 목적이 되어버리게 되어, 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도록 장치를 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게임 특성상 매인(에픽) 퀘스트가 존재할 수 있지만 해당 퀘스트를 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피해는 가능한 줄여야 합니다.

    옛날에 RPG와 어드벤처는 레벨업의 유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캐릭터가 역할을 하는 부분이 육성보다 우선시 되었죠. 물론, 현재 온라인 게임의 대다수는 육성게임입니다.
  • 하데스 2009.10.27 17:12
    #Xenia
    각각의 주어진 상황에 대한 역할이었군요;;
    본문을 살짝 고치고 싶지만 댓글을 통한 피드백이 중요하기에 본문은 그대로 놔둡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 ?
    血劍 2009.10.27 16:53
    고로 오블리비언은 진리입니다... 뭔 소릴 하는거야, 나는.
  • ?
    레아드 2009.10.29 18:39
    요즘 온라인게임은.. 육성만 가능하면 RPG라는 장르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지요.

    오블리비언.. 제가 소장하고 있는 게임중 하나라죠. 재미있습니다. ㅇㅅㅇb

    덧붙여서.. 육성 조차도 요즘 게임들은 일직선 (너도 나도 똑같이..)으로 가는 것 같아서 아쉽더군요.
  • ?
    싀픠오 2009.10.29 20:56
    정답은 오블인겁니까... ㅋ
  • ?
    라비안로즈 2009.10.30 01:04
    RPG 자체가 육성도 포함 이지만 TRPG 에서는 '연극' 이라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해보지 않아서 그렇지만 네버윈터 나이츠 라든가 직접 모튤을 짜는 경우 퀘스트가 없더라도
    운영자와 함께 하는 게임 형식으로 진행이 되서 무척 두근 두근 하더군요. 뒷일을 알수 없다고 할까요?
    뭐 일단 온라인 게임 자체를 만들어 두고 발자취를 플레이 하게 되는 유저 입장에서
    연극 이라는 것은 없는 건 어쩔수 없지요.
    퀘스트 라고 해도 그것에 대한 질문, 방향은 결국 정해져 있어서...역활분담 이라든가 소설 같은 건 무리지요.

포인트 안내 - 글 작성: 30 / 댓글 작성: 3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742 나도한마디 해킹의 위험으로 부터 2 ℡№ 10.27 4735
» 기획&분석 RPG는 역할이 아니라 육성게임이다 8 1 하데스 10.27 11062
1740 기획&분석 코룸 온라인 던전에 살고 던전에 죽는다 14 title: 크로우2 (파워블로거만 구입가능)강물처럼 10.27 8382
1739 나도한마디 최고의 게임 Lineage 9 Opening 10.26 5084
1738 칼럼 자신이 하는 행동에 책임을 져야한다. 15 1 title: 크로우2 (파워블로거만 구입가능)강물처럼 10.26 3286
1737 나도한마디 써로게이트-전 인류의 폐인화 4 하데스 10.26 11242
1736 기획&분석 물약 상점만 반나절 찾았어요 10 title: 크로우2 (파워블로거만 구입가능)강물처럼 10.26 9989
1735 기획&분석 핵과 전쟁을 하는 운영자에게 힘을.. 32 title: 크로우2 (파워블로거만 구입가능)강물처럼 10.25 10212
1734 나도한마디 던전앤파이터를 회상하다 12 9timez 10.25 8388
1733 기획&분석 정액제에서 부분유료는 탁월한 선택 14 1 title: 크로우2 (파워블로거만 구입가능)강물처럼 10.25 6447
1732 칼럼 뼈대 있는 가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7 싸이코서커스 10.25 9873
1731 기획&분석 신께서 유저를 사랑 하옵시고... ( 신의 일대기 ) 5 title: 크로우2 (파워블로거만 구입가능)강물처럼 10.25 7296
1730 나도한마디 완벽한게임, Tales weaver 25 ℡№ 10.25 13329
1729 기획&분석 기능성게임+온라인게임= ∞ 9timez 10.25 10452
1728 나도한마디 레드덕, 재미를 위해. 6 덴  10.25 6832
1727 칼럼 정치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3 싸이코서커스 10.25 670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26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 ... 239 Next
/ 239

profile 

방문자수 페이지뷰
184 오늘 349
85 어제 254
282,996 전체 1,942,145

온라이프존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