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one lives forever (1608) 나의 상상


"이봐 얼마나 걸릴까?"

"대부분 순풍이었으니 일주일이면 오로나스에 도착 할겁니다"



 '정크야드' 오로나스. 북쪽의 마지막 항구. 거인 오로나족이 살던 곳이여서 붙여진 지명으로 오로나족은 실제로 지금도 오로나스 항에서 살고있다. 오로나스 위로도 항구가 몇몇개 있다고하나 사실상 필요한 물건을 구할수 없어서 미친놈들 외엔 가질 않는다. 정크야드라고 불리는 이유는 아마 온갖 인간쓰레기며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이 오로나스에 모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만약 배나 무기가 필요하다면 첫번째로 꼽는 곳이 바로 여기. 아마 지도만 보고 실정을 모르는 사람은 왜 하필 체스트 제국 바로 위에 있느냐라고 반문하겠지만 세상 그 어느곳보다 탈출이 쉬운 항구는 여기뿐이지만, 더현실적인 이야기로 체스트 제국은 야쿠츠크 외항까지는 관여를 하나 그 이상은 막말도 돈이 안되기 때문에 그런걱정 또한 없다.



 마르시옹에서 출발한지 약 30일, 이 배의 이름은 마그레시아 호인데 희망이라는 뜻이다. 목적은 마르시옹-오로나스 정기편으로  사실 북쪽 설원지대에 가까웠던 오로나스는 항구가 커지기 시작하며 '도둑의땅' 베스시티로부터 전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애초에 대부분 범죄자거나 밀수업자들이었던 오로나스의 개척자들은 베스시티로부터 큰 지원을 받아냈으나 그 관계를 알게된 체스트 제국은 장병 일만명 함선 오백척을 동원하여 베스섬을 점령 및 통제하였고 오로나스는 그 뒤로 사실상 황무지에 가까워졌으나 '검은성' 슈발리움으로부터 뜻밖에 지원을 얻는다. 바로 이 마그레시아, 희망을 받았던 것이다. 그 이후 오로나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마을이자 소규모 국가를 형성하였는데 그 중심인물로는 출신불명의 '삼성장군' 몬두스이며 있으며 그 휘하엔 갈레온급 무장함대의 규모가 열척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객실엔 나말고도 여럿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거나 코를 골고 있는데 대부분 밀수꾼이거나 상인이고 모자를 깊게 눌러쓰거나 얼굴을 가리는 것들을 두른 작자들은 도망자들이 대부분이다. 



"어이 자네, 어디가는건가?"

"나? 왜, 너가보기엔 천국행 배편을 탄거 같나?"

"까칠하긴 와서, 한잔하지"



 밀수꾼들에게 중요한 원칙이자 첫번째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입이다. 내 행선지는 곧 그들의 먹잇감이 되는건 불보듯 뻔했고 최소한 이 배안에서는 평화롭게 쉴 수 있다. 하염없이 주절대는 저 턱수염은 마르시옹에서 몇번인가 본적있는 얼굴이다.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어부인데 오로나스 근해에서만 얻을수 있는 특별한 생선을 찾아오는 원정어부이다. 나도 그의 생선을 즐겨찾긴 하나 그 옆에 있는 사내들은 누군지를 모르니 그저 입다물고 술이나 마실뿐.



"그래 자네는 어딜간다고?"

"..."

"이봐 난 알다시피 물고기나 잡으러가는 어부일세"

"그래? 그럼 나도 어부라고 해두지"

"오? 그래? 뭐 특별한놈이라도 있나?"

"..."



 때때로 귀찮은 질문을 해대는 턱수염에게 둘러대고는 잔을 놓고 갑판으로 다시 나갔다. 누더기를 기운듯한 돛은 바람을 받으며 순풍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망원경으로 둘러보아 저 멀리 갈매기 비슷한 것들이 나는게 아까 그 항해사 말대로 인거같다. 이 마그레시아 호는 제국에서도 빠르기로 유명한데 . 군함들의 경우 베스시티 외항인 베시안 근해로 가는데만 토벌당시 약 오십여일이 걸렸다고 한다. 이 배 역시 오로나스를 들러 베시안을 거치는 항로를 택하는데 오로나스-베시안의 항해일수가 약 30일인 것을 감안하면 빠르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배삯을 치른 이상 함교와 무기고외엔 누구도 막질 않지만 단 하나, 화물을 싣는것은 금지였다. 제국의 무법지대 오로나스가 행선지인 배이기에 순찰선 내지는 군함 혹은 확인되지않은 무법함선 즉 해적의 발견즉시 도망가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원과 물자만을 싣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이 배는 원래 갈레온 급 거함이였습니다."



 나는선장이요 하는 모자를 눌러 쓴 사내가 어느샌가 술잔을 들고 옆에와서 입을 열었다. 아까 그 항해사와 이야기 하던 사내였는데 아마 선장인게 맞는것 같다.



"갈레온급이 이렇게 되려면 얼마나 많이 부셔져야 하는거요?"

"흐흐흐, 도망다니다보니 많이 부셔졌지요."

"흠 재밌군요"

"마르시옹에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몬두스를 만나러 간다지요?"

"네 뭐 그렇습니다."

"한가지 당부드리고 싶군요. 왠만하면 그를 만나지 않는걸 당부하고 싶습니다."

"..."

"크, 당신같은 얼굴 많이 봐와서 압니다. 아마도 당신역시 제국내 귀족나부랭이거나 나부랭이의 종이거나 둘중 한명이겠지요."



물인지 술인지 구분도 어려울만큼 많은양을 들이키는 선장은 다 마시더니 끝내 한마디를 남기곤 함교로 돌아갔다. 선장이 틀린 말을 한것은 아니지만 원래 내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둘러대기 가장 편한 것중 하나 몬두스를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땡땡떙,.."


강렬한 금속마찰 종소리가 밤이 깊은 시간에 온 선실에 울려댔다. 술을 퍼부어 마셨는지 사내 몇몇이 욕도 퍼부어 대는 통에 꿈에서 듣는 것인줄 알았던 나도 깨어나야 했다. 배에 타기전 몇몇 위험상황에 대해서 간략하고 등돌리면 잊을만큼 빠르게 설명했었는데 그중 하나가 저 종소리였다. 아까 그 술잔을 비우던 선장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이 확실히 뭔가 문제가 생긴것 같았지만 나로선 선실에 쳐박혀 조용히 자고 싶을 뿐.



 중간에 급작스레 깬 덕에 선잠을 잔듯한 기분으로 눈을 뜨자 선실창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대부분 나처럼 결국 다시 잠을 청한 듯 새우잠을 잔 통에 그다지 밝은 기색들은 아니다. 



"얼마나 걸릴것같나?"

"새벽녘까지만 해도 이틀은 족히 걸릴거라 봤는데 오늘 저녁이면 사거리에 들어갈거 같습니다."

"미친 지금 장난하는건가?"



 궁금한 마음에 선실로 나오자 선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항해사의 대답에 일갈을 터트리며 초조해 했다. 그리고는 다시 선장실로 돌아가며 아침부터 시원하게 욕을 퍼부어 댔다. 



"무슨일입니까"

"쫓기고 있습니다. 제국감시선 같군요."

"이 배는 가장 빠르다고 하는데 쫓기는게 가능한겁니까?"

"가장 빠르다는 이야기야 십년전 이야기고 지금은 제국 서해안함대의 감시선이 가장 빠르죠. 에휴 오늘 제사치루것구만"



그는 남부 케루안 억양으로 강하게 마무리하며 선장실로 따라 들어갔다. 



초저녁이 되자 항해사 말대로 우릴 쫓던 배는 이미 육안으로 크기를 가늠할 정도로 가깝게 다가오고 있었다. 실상 그 크기는 제국 5급 내지 6급 전열함 정도였는데 그 답지않는 고속항해로 마그레시아를 쫓아왔던 것이다. 사실 손님입장에선 뭐가되든 빨리만 가면 좋겠으나 불필요한 물건을 죄다 던졌음에도 시간조차 벌지 못하자 선장역시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다고 했다.



"돛을 거둬라"



 함선 귀네스로부터 나온 첫문장이였다. 이미 저쪽은 함포문을 모두 개방하고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무장이라고 해봐야 10문이 전부인 마그레시아는 그저 순순히 백기를 휘두를 뿐이었다.



"안녕들하신가 선장 그리고 선원들 음 상인들? 밀수꾼? 범죄자? 크크크 좋은 조합일세"

"아무튼 나는 제국 서해안감시대 귀네스 함장 머독 입니다. 당신들은 제국법을 위반하였으며.."



흥미없는 국어책읽듯 그는 한장의 종이쪼가리를 줄줄이 읽어나갔다. 처음엔 다들 긴장하였으나 그가 읽어주는 국어책때문에 내 옆에 있던 사내는 하품까지 하고 있었다.



"에이 씨발 이딴게 무슨소용이야."



머독 역시 읽다가 화가 났는지 뒤에있던 녀석에게 종이를 던져버리곤 자신의 코트를 뒤적였다. 그리고 뭔가 큰 소리와 함께 마그레시아 선장이 쓰러졌다.



"나는 말이야 이 명령이니 뭐니 이딴게 마음에 안들어"

"아 씨발 이새끼들은 범죄자잖아. 근데 왜 궂이 살려서 대리고 가냐고"

"그건 좋다 이거야. 댈꾸가. 가서 뭐하는줄 알아? 그냥 감옥에 쳐잡혀 들어가 감옥에"

"하다못해 뭘 시키기라도 하던가 재판이니 뭐니 질질끌면서, 어휴 멍청한 새끼들이 법을 그따구로 만드니"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한번 큰 소리에 이번엔 항해사가 고꾸라졌다.



"근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령도 있긴하지. 특별명령이다. 방금 선장이 나에게 발포를 한것 같군."



 죽은 선장이 머독에게 총을 쐈을리가 만무하지만 귀네스 선원들은 아랑곳 하지않고 우릴 갑판끝으로 내몰았다. 숨이 막혀왔다. 죽음이 눈앞에 아지렁이피듯 올라오자 눈물인지 아지렁이인지 모를만큼 아득해져갔다. 오르나스를 앞둔채 이렇게 죽기는 싫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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