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리스2blue의 서비스종료를 보며... (43417)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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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리스2blue의 서비스종료 소식을 접하고...

포트리스2blue(이하 포트)가 서비스종료된다는 게임뉴스를 보고 잠시나마 안타까운 마음에 옛 추억을 회상해 보았다. 온라인게임 시장이 그리 성숙하지 못했던 2000년대 초반, RPG에 보란 듯이 캐주얼 열풍을 일으키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포트가 쓸쓸한 최후를 맞는다니 한때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곤 했던 한 유저의 입장에선 씁쓸하고도 오묘한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진정한 캐주얼게임이었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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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난 바람때문에 좀 짜증나곤 했다 ㅋㅋㅋ

캐주얼게임답게 간단한 조작법에만 익숙해진다면 누구나가 쉽게 접할 수 있을 만큼 부담이 없는, 쉬운 게임이 바로 포트였다. 먼저 포탄을 날릴 각도를 조정한 후 상대방 탱크의 거리를 어림짐작으로 파악해 적절한 파워 조절을 하면 끝이었다. 일단 포탄을 날리면 자신의 감과 운에 맡기면 그만이었다. 내가 날린 포탄이 적 탱크에 명중하면 그만큼 스트레스를 날릴 만한 일이 없었으며 혹여 명중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음번에는 꼭 맞춰야지 다짐하며 머릿 속에 나름 치밀한 계산을 하는 일은 게임을 함에 있어서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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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모두 개성있고 특색있는 탱크 라인업!

내가 선택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탱크의 종류와 개성은 또 다양해서 이들을 하나하나 플레이해보는 것 또한 굉장한 즐거움이었다. 각기 장단점이 있는 탱크들은 유저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선택되어서 전장에서 활약하곤 했는데 맵마다 특정 탱크들의 활약도가 달라져서 유저의 판단에 따라 적절한 탱크를 선택해 플레이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재밌었다. 나는 미사일탱이라는, 미사일이 주무기인 탱크를 자주 애용했었던 기억이 난다. 한번에 여러발을 난사할 수 있어서 공격 집중도는 떨어지지만 명중률은 그런대로 괜찮아서 실력이 좀 딸린 내가 많이 선호했었던 탱크였다.또 한번에 상대방 여럿을 명중시켰을 때의 쾌감이 아주 좋았다.

포트리스가 쇠퇴하게 된 이유들

이렇게 남녀노소 누구나가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 접근도가 높으면서도 재미가 있었던 이 포트의 인기가 점차 쇠퇴한 이유는 내가 생각해 본 바로는 두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첫째로 강력한 후발주자들의 출현 그리고 둘째로 포트 후속작의 대실패를 꼽을 수 있다.

ㅡ첫째로는 각종 후발주자들과의 경쟁

일단 첫째에 대한 얘기를 풀어 보면, 포트가 국민게임 반열에까지 오르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자 자연스럽게 진행된 것이 바로 각종 아류작 및 다양한 캐주얼 경쟁작의 출현이었다. 포트와 비슷한 방식의 게임이 속속들이 출현하는 것도 모자라 포트로 인해 캐주얼 게임의 가능성을 엿본 개발사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다른 종류의 캐주얼 게임들을 선보인 것이었다. 이들 모두가 포트의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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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리스와는 다르게 수중전을 하는 "배틀마린". 나름 개성과 재미가 있어 인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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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캐주얼 열풍을 이끈 "크레이지 아케이드"

포트가 인기를 끈 것도 사실 그 자체에 강점이 있기도 했지만 사실 RPG 외에는 달리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을 만한 캐주얼 풍의 게임이 별로 없었던 시장 환경이 크게 한 몫했기 때문인데 이렇게 후발주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건 포트의 인기 유지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유저들의 게임을 보는 눈높이가 높아지고 또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욕구가 늘어감에 따라 포트도 뭔가 결단을 내려야 했다.

ㅡ둘째로는 후속작의 처참한 몰락

여기서 포트가 쇠퇴한 둘째 이유를 언급해야 한다. 포트는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야심차게 후속작을 내놓게 되는데 바로 포트리스3 패왕전(이하 패왕전)이 그것이다. 포트에서 좀 더 발전해 공성전이라든가 코스튬 같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골수 유저들에게 야심차게 뭔가를 보여주려는 모습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그런 모습에 많은 유저들이 크나큰 기대를 품는 건 당연한 거였다. 그래서 막 패왕전이 등장했을 때에는 포트 신화는 오래토록 지속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포트의 인기는 패왕전으로 인해 멈추었고 신화는 막을 내린다. 포트를 너무 바꾸려고만 했던 게 문제였을까? 패왕전은 포트 고유의 재미를 너무 간과하고 유저들의 익숙함 또한 너무 간과해 버렸다. 너무나 이질적인 모습에 유저들은 등을 돌리고 만다. 이에 포트에서 자연스럽게 패왕전으로의 유저의 이동을 유도했던 운영자의 의도는 산산조각이 되어 버리고 결국엔 포트가 살아남고 패왕전은 사라져 버리는 기형적인 형태로 서비스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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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이게 누구신가!?!?

그렇게 포트의 서비스가 유지되긴 했지만 한번 꺾여 버린 인기는 한물간 아이돌의 인기와 다를 바 없었다. 점점 유저들의 뇌리에서 사라져가며 그냥 즐기는 사람만 즐기는, 가끔 옛 생각에 들르는 사람들이 즐기는 그런 게임으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그리고 오늘에 이른다.

포트리스2blue가 사라지긴 하지만 blue에서 red 명칭을 바꾸며 다시 등장한다고 한다. 글쎄 어떻게 재등장을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끊임이 없다. 무서우리만큼 냉정한 게 바로 우리 유저들이기 때문이다. 흘러간 강물에 다시 눈길이라도 돌리긴 할까?

그래도 캐주얼 게임의 원조이자 대표

어찌됐든 이쯤에서 포트는 정말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게임이라고 말하고 글을 마무리 하고 싶다. 누가봐도 현재 크게 인기를 끄는 장르인 캐주얼 장르에서 모든 캐주얼 게임 등장의 시초가 된 원조 게임이고 한때마나 큰 인기를 끈 국민게임이 바로 포트이다. 하나의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유저들에게 많은 즐거움과 많은 추억거리를 남겨준 점 또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훗날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논할 자리가 있다면 분명 캐주얼 게임의 대표 주자로 언급될 거라고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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