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19 13:28

"Back to Ba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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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로드 조학룡 이사

현재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은 과포화상태. 춘추전국시대라 해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 나라의 온라인게임은 RPG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리니지와 뮤 등 소위 대박을 터뜨린 게임들이 MMORPG라는 점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이 장르에 더욱 애착을 갖는 것일 수도 있겠다.

MMORPG가 갖는 매력은 무엇인가. 바로 몰입이 쉽기 때문에 한 번 맛을 들이면 발을 빼기가 쉽지 않다는 것. 게임 기획자들은 여러 시스템들을 통해 레벨업의 동기를 부여하고, 좋은 아이템을 착용해야 하는 이유를 게이머들에게 제시한다. 게임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을수록 게임 몰입도가 크며, 커뮤니티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동시접속자 수와 게이머들의 플레이타임 수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반면, 국내 MMORPG들은 유료화라는 큰 장벽에 부딪혀 무너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A3, 트라비아 등 오픈베타 당시 성공작으로 평가받던 게임들이 최근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은 게임 매니아로서 매우 애석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오픈베타 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게임들은 유료화 이후 더욱 참담한 실패를 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국내 MMORPG는 1개월 정액제와 시간 종량제를 기초로 한 전면유료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오픈베타에서 상용화로 전환할 때 일반적으로 게임 마케터들이 동시접속자를 측정하는 공식은 오픈베타 동시접속자 X 1/5. 암울하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한 실정이다. 이는 전면 유료화를 단행할 경우이나, 부분 유료화를 할 경우 – 부분 유료화의 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 오픈베타 동시접속자의 1/2까지도 동시접속자를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전면 유료화를 단행했다가 다시 무료 선언을 한 MMORPG도 여럿 있다. 공성전, 거래 등이 원활하지 않아서 게이머들이 게임을 진행하기가 힘들어지고,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게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암울한 공식이 국내에서 개발된 MMORPG에 주로 적용된다는 점 또한 애석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에서 수입된 MMORPG의 경우 좀 나은 편이다. 대표적인 예로 Dark Age of Camelot(DAOC)은 유료화 시 오픈베타 테스터의 70% 이상이 유료 회원으로 전환한 케이스. 물론 오픈베타 당시 동시접속자 수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상용화를 하면서 떨어져나간 회원수도 많지 않기 때문에 공성전과 같은 대규모 전투를 진행하거나 길드시스템을 통한 커뮤니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해외 게임의 게임성이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단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오픈베타 때 10만명의 동접자를 끌어모아 2만명의 유료회원을 남길 것인가. 아니면 5만명의 동접자를 끌어모아 4만명의 유료회원을 남길 것인가. 오픈베타 때의 동시접속자 수는 어떻게 보면 수치에 불과할 수도 있다. 문제는 돈을 내고 할만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게임성에 관한 원초적인 문제인 것이다. 부분 유료화를 하더라도 게이머들에게 게임성에 대한 어필을 하지 못한다면 성공하기 힘들다. 게임업계의 혹자는 요즘 부분 유료화를 하면 본전치기 이상이더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는 부분유료화에 대한 안일한 생각일 뿐이다. 최근 부분 유료화로 승부수를 띄우는 게임들이 부쩍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허나 이 역시 유료화의 한 가지 방법일 뿐, 유저 이탈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 또한 명확한 사실이다.

대한민국에는 수 백개의 게임이 개발 중이거나 이미 게이머에게 공개되어 있다. 게이머들은 언제든지 다른 게임을 선택할 수 있으며, 앞으로 나올 게임들 역시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이들이 수 백개의 게임을 다 하지는 않는다. 아주 간단한 단어를 쓰자면 ‘재밌는 게임’을 발견하고, 이 게임의 게임성이 자신을 만족시켜줄 때 그 게임에 정착하게 된다. 주위에 온라인게임 매니아라고 불리는 이들 역시 여러 가지 게임을 즐기고는 있으나 스스로 재밌다고 생각한 게임에 정착하고 그 게임에 빠져 즐거워한다.

화려한 마케팅을 통해 회원수를 늘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본질을 잊고 마케팅을 하는 것은 석유통을 짊어지고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재미’요소와 게임성이 떨어지는 게임은 유료화 이후 추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수백개의 경쟁작들이 수백만명의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많은 정책들을 생각해야할 때 ‘소비자는 과연무엇을 원하는가’라는 항목은 가장 첫번째로, 그리고 수시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것, ‘Back to Ba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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