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외래어종인 초어가 수중 생태계 교란"
생태계의 보고로 거론되는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의 토종 물고기들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 중앙생태계환경보전연구회에 따르면 최근 비무장지대 강산저수지에서 수중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25㎝ 이상되는 붕어 등 토종 물고기들은 대부분 배가 쑥 들어가 있는 이상한 형태가 발견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반적으로 둥근 체형을 유지하는 붕어와는 달리 강산저수지의 붕어들은 머리 만 클 뿐 배가 들어가 있었으며, 잉어는 꼬리로 갈수록 바짝 말라 있는 형태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또 이들 토종 물고기의 몸에는 곰팡이가 생겨나는 등 병에 걸린 것도 상당수 확인됐다.
이처럼 비무장지대에서 유입되는 물을 수원으로 하는 최전방 저수지에서 토종 물고기들의 영양상태가 불량한 이유는 정밀조사가 실시되지 않아 규명되지 못했지만 연구회 측은 이 곳에 방류한 초어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1978년 저수지를 준공할 당시 물속에 잠기는 풀들을 처리하기 위해 방류한 외래어종 초어의 개체수가 30여년 간 불어나 플랑크톤을 생산하거나 광합성 작용을 하는 수초를 싹쓸이해 먹이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활동에 제한을 받는 비무장지대 특성상 초어를 잡을 수 있는 자망 대신 정치망을 이용했기 때문에 초어를 포획하지는 못했으나 저수지 바닥은 이미 초어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수초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곳에 사는 일부 초어들의 경우 무게가 45㎏에 이를 정도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구회는 초어로 수중의 영양상태가 악화된 현상이 토종 물고기의 성장을 교란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중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식성이 왕성한 초어들이 인이나 질소 성분을 흡입하는 조개나 갑각류까지 먹어치울 경우 자정능력이 떨어지면서 부영양화의 원인이 되고 이는 다시 수온을 높여 안개 발생 등을 촉진, 주변 환경의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원 비무장지대 토종 물고기들은 영양상태가 열악한 강산저수지 뿐만 아니라 외래어종인 배스와 불루길이 96.9%를 차지하고 있는 인근 토교저수지에서도 위협받고 있어 정상적인 수중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중앙생태계환경보전연구회 관계자는 "다들 비무장지대는 생태계의 보고로 아는데 강산저수지는 토종 물고기들이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한계점에 다다랐다"면서 "앞으로 정밀조사와 함께 환경부 등이 임시 관리를 맡아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