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싸이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아빠' 의 대표글로 선정되었던 글입니다.
아빠에게 쓰는 편지
♥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아빠 ♥
내가 초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짧은 카드 말고
이렇게 길게 편지 쓰는건 아마 처음일꺼야.
종이에 써서 줬어야 하는데 이렇게 쓰는게
더 빨리 아빠한테 갈 것 같아서..
3일동안 나 힘들게 했으니까 좀 쉬어보려고 잠을 청했는데
엄마가 너무 우는 바람에 깼어.
학원에서 수업 듣고 있을 때 동생한테 연락이 왔어.
순간 내용도 안봤지만 나 직감했어... 수업 도중 짐 챙겨서 뛰쳐 나가서,
아빠를 확인하러 병원 영안실에 갔는데
아저씨들이 아빠를 냉장고에서 꺼내더라. 꼭 드라마 같았어.
하얀 포를 걷는 순간 아빠가 아니길 간절히 바랬지만 무참히도 아빠였어...
아빠를 만지면 아빠 죽은걸 확실히 느낄까 봐 못 만지고 있었지만
안 만지면 아빠 또 서운해 할까 봐 손을 댔는데 왜 그렇게 파랗고 차가웠어?
아빤 나한테 늘 따뜻했잖아.
난 사실 지금도 실감 안나...
장례식장에 가본 일이 거의 없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지만
다행히 어른들이 다 알려주시고, 검은 상복은 할머니가 입혀 주셨어.
엄마 그거 보고 울더라..
이렇게 예쁜 딸한테 이런 옷을 입히냐면서...
아빠 염이 끝났다고 아저씨들이 아빠 보러 오라고 했을 때
나 제일 먼저 뛰어갔어. 평소에 잘 꾸미지도 못하고
깔끔하지도 않게 다녔는데 관 속에서는 왜 그렇게 깔끔했어?
아저씨들이 하얀 국화로 예쁘게 장식도 해주셨더라.
눈, 코, 입 하나하나 만지면서 내가 말 많이 했잖아. 다 들었지?
근데 왜 면도도 안했어?
내가 맨날 면도하라고 쫓아다니면서 그랬는데..
첫날은 파랗더니 관 속에서는 하얗고 피부도 촉촉하더라...
아빠 빈소에 사람 많이 안 찾아와서 아빠 외롭게 갈까 봐 걱정했는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오셨고 나도 헛살지는 않았는지 친구들이 와서
도와주고 교사들이 와 주고 신부님도 와 주셔서 나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너무나 고마웠어.
발인하는 어제, 아침부터 심장이 너무나 뛰었어.
장례미사하러 가지 말고 그냥 계속 장례식장에서 있었으면 했어.
차라리 아빠 관을 집으로 갖고 오고도 싶었고...
연령회 아저씨들이 오셨는데 꼭 저승사자 같더라.
그래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
장례미사 보는 내내 우느라 나 성가도 하나도 못 부르고
아빠 관만 쳐다보고 있었어. 화장터로 가면서도 나 울지 못했어.
나 울면 우리 아빠 힘들까 봐 우리 엄마도 힘들까 봐..
근데 화장터에서 그 10분을 못 기다리고 들어가면 어떻게 해..
운구하는 사람들만 오라길래 나는 밥 먹다 못 오면 안될까 봐
미리 와 있으라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난 넘어가지도 않는 밥
먹고 있었는데 급하게 뛰어가보니까 이미 들어갔더라.
아빠 한번 안아주고 아빠가 좋아하던 내 뽀뽀도 해주려고 했었는데...
아빠가 잘 참는건 알지만 거긴 너무 뜨거웠지? 하얀 뼈만 나왔는데
그 큰 아빠가 어떻게 그 작은 함 속에 들어갈 수가 있어?
동생이 그러더라.. 먼 납골당까지 가는 동안에도 계속 따뜻했다고..
아빠를 납골당에 모셔두고 버스 타고 오면서
나 정말 너무 많이 울었어. 자꾸만 미안해서...
아빠 몰랐지? 나 사실 아빠 좀 창피해 했어.
다른 아빠들처럼 깨끗하게 하고 다니지 않고
그냥 편하게 후줄근하게 입고 다녀서..
같이 까르푸 장보러 갔을 때 나 아빠 앞쪽으로 먼저 걸어간거야.
이럴줄 알았으면 팔짱끼고 같이 걸어주는건데...
아빠랑 장보러 가자고 일찍 오라 해놓고 나는 귀찮아서 동생이랑만
갔다오라고 했는데 그날 같이 갔어야 되는건데...
초밥도 아빠는 2개만, 그것도 내가 억지로 먹으라고 해서 먹었지
잘 먹지도 않고 내가 배고프다고 난리쳐서 나 다 먹으라고 하고..
아빠가 날 위해서 안 먹고 안 입은건데도 나 참 나쁘다.. 그치?
생각해보니까 너무나 미안한게 많더라고. 예전에는 짜증내고 나면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바로 했는데 이번엔 좀 늦었더라.
아무리 아빠를 붙잡고 미안하다고 사랑하다고 해도,
그럴 아빠가 아닌데 아빤 날 보고 웃어주지도 않고..
뭘 그런걸 미안해 하냐고 하지도 않더라..야속하게도...
나 또 생각해보니까 맨날 하던 "다녀오세요"라는 말을
아빠 나가는 날은 안했어. 면도 했는지 안했는지 확인도 안하고,
약 먹었냐고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래서 자꾸 아빠 그 뒷모습만 생각이 나.
내가 다녀오라고 안해서 그냥 간거야?
아빠 우리 연습시키려고 3일동안 안들어오고,
전화도 잘 안 받았던거야? 그러지 않아도 됐는데..
내가 예전에 아빠 술 마시고 들어온 날 아빠 딸 안한다고,
아빠같은 사람이랑 절대 결혼 안한다고, 아빠가 나한테
뽀뽀하려고 했는데 밀쳐낸거 정말 미안해...
아빠는 힘들어서 마시고 온 걸텐데..
맘은 그게 아닌데 왜 그랬나 모르겠어.
아빠는 짬뽕을 먹을 땐 해물 좋아하는 나 주려고 오징어, 홍합
다 건져서 나 주고 아빠는 국물이랑 면만 먹고,
고기 먹을 때는 구워지는대로 다 나랑 엄마랑 동생주고
아빠는 우리 다 먹고 난 뒤에야 구워서 먹고,
생선 먹을 때는 다 발라서 나 주고 아빠는 머리랑 꼬리만 먹고...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아빠 좀 챙겨주고 맛있는 거 좀 사드릴 걸...
아빠 유품이라고 온 지갑과 핸드폰, 너무 많이 낡았더라.
내꺼는 최신형으로 비싼 핸드폰, 브랜드있는 지갑인데
아빠는 다 싼거... 내가 하나 사주려고 하던건데 너무 늦었나 봐.
다 구멍 난 아빠 양말 아직도 빨래 건조대에 있어.
당분간 우리 아빠 물건 정리 안하기로 했어.
근데 나 아직도 실감이 안나는 거 있지? 꼭 아빠가 들어올 것 같고...
아빠 돈도 별로 없는데 내가 달라고 하면 다 빼주고,
밤 늦게 들어올 때 밥 사실 안 먹었으면서 아픈 엄마나 내가
차려주기 귀찮아할까 봐 먹고 들어왔다고 한거 나 다 알아.
얼마나 미안했는지 몰라. 우리 땜에 힘들게 돈 벌어오는데
그깟 밥상 차려주면서 나 생색냈잖아.
그래도 아빠, 나 일본가기 전에 이렇게 돼서 나 참 다행이야.
추우니까 가지 말라고 그런거야?
난 아빠 많이 힘든지도 모르고 환율 걱정하고 여행에 들떠 있었네.
아빠가 예전에 울면서 나한테 아빠도 힘들다고 했을 때
그때 맘 좀 지금까지 유지했더라면 아빠 힘들게 하지 않았을텐데..
나 정말 양심도 없지?
아빠는 안 먹고 안 입으면서 내가 사달라는건 다 사주고...
생각해보니까 아빠가 나하고 엄마한텐 목걸이랑 반지, 팔찌
이런거 다 사줬지만 정작 아빠는 그런거 하나 없더라.
아빠는 손가락 다치면 그냥 전기 감는 그 까만 테이프로 감고 다녔는데
나는 간호 좀 배웠다고 다치면 감염된다면서
소독하고 약 바르고 밴드 붙이고 혼자 난리쳤지...
나 정맥주사 연습할 때, 나 잘 할 줄도 모르면서 연습한다고
아빠한테 팔 대보라고 하고, 아빠는 혈관 다 터지면서도
안 아프다고 괜찮으니까 계속하라고 하고..
다음날 양 손에 멍든 아빠 보면서 나 진짜 너무나 미안했어.
아프다고 뭐라고 좀 하지. 안 아프긴 뭐가 안 아프냐.
나는 찌르는 것조차도 아프다고 난리였는데..
아빠 너무나 힘들었을 거 같아.
그 순간 얼마나 고통스럽고 우리 가족 보고 싶었을까..
이 세상에서 한없이 바보같고, 착하고 순수한 우리 아빠.
오로지 우리밖에 없었는데 우릴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어.
미안해서 꿈에도 안 나오는거야?
아빠. 그래도 나 이만큼 키워줘서 정말 고마워.
진작 말했어야 하는건데 고마움을 잊고 살았어.
내가 엄마랑 동생 잘 데리고 아빠가 아끼던 우리집 청소도
열심히 하면서 잘 지낼께. 아빠 몫까지 톡톡히 해내면서.
다들 아빠 사진보면서 내가 아빠랑 판박이라고 한거 있지?
알잖아~ 난 이름 안대도 사람들이 아빠딸인거 다 아는거..
아빠랑 나는 둘도 없이 서로를 위한거.
나 어릴 때 그랬다며..
울다가도 아빠가 안아주면 그치고 아빠 품에서만 잠 잤다며.
체해서 아픈 날도 잠 못 자다가 아빠 팔베개하면서 잠 잔거..
다 큰 나를, 늦잠 자면 아침 못 먹는다고 2층 내 방에서 안고 내려오고,
혹시 아프면 수시로 와서 열 나나 계속 있어주고,
벌레도 못 잡는 나 땜에 여름에 계속 내 방 와서 모기 잡아주고,
나방 잡아주고... 아빠 실습갈 때,
아빠가 빨리 안가면 지각한다면서 아빠한테 짜증내고 그래서 미안해.
고3때 나 힘들다고 매일매일 학교까지 데려다 준 아빤 이 세상에 없을꺼야.
집이 그렇게 먼 것도 아닌데... 다들 내가 공주 같았대.
매일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고.. 그 뒤에도 아빠의 희생이 참 컸지.
일하다가 새벽에 들어와서 잠 많이 자지도 못하고
새벽에 나 지각 안하게 하려고 태워다 주고.. 나 여행 갔다오고 시골 갔다오면
사실 별로 무겁지도 않은 짐들 무거워 죽겠다면서 맨날 데리러 오라 그러고..
이제 누가 나 데리러 나와주나? 아빠 시공해서 차에 먼지 많은데,
아빠 자리는 털지도 않으면서 내가 타면 손으로 먼지 털어주고...
아빠, 이제 아빠 차 언제 타..
나는 왜 아빠가 힘든 걸 눈치도 못채고 그랬을까...
이제 아빠한테 면도했냐고 언제 물어봐?
아빠 잘때 코 골아서 티비 소리 안 들린다고 툭툭 치고..
나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말로는 못했잖아..
그거 언제 들을꺼야? 거기서 다 들려?
아빠 내 피아노 치는 소리 한번도 못들었고,
내가 만든 떡볶이 한번도 못먹었고.. 아직 아빠랑 할 게 너무나 많은데...
취직하면 아빠 옷도 사주고, 지갑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아빠, 우리랑 온천 가자면서 이렇게 가면 어떻게 해..
아픈 엄마 두고 어떻게 간거야...엄마는 계속 아빠한테 미안하다면서
우는데 어떻게 할거야...거기서 우리 가족 지켜줄거지?
우리 잘 되도록 도와주고 안 아프게 해 줄거지?
나 오늘 엄마 핸드폰 사고, 아빠 사진으로 열쇠고리 만들러 가.
그렇게 해야할 것 같아서...
집에서 아무리 사진을 찾아보려고 해도 아빠 사진 별로 없어
그나마 증명사진이 있어서...
대문소리가 나는데 꼭 아빠가 들어오는것 같네.
나 너무나 미안하고 정말 보고 싶어서 미치겠어.
내가 우리 아빠 너무 못 챙긴거 같아서 미안해 죽겠어.
아빠는 우리 가족 위해서 하루도 편하게 쉰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거기서 편하게 쉴꺼지?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먹고 싶은거 다 먹으면서..
제발 우리가 먹다 남은 음식 다 먹지 말고 거기서는
새 옷입고 새 음식 먹으면서 행복해야 돼. 아빠 물건들 잘 간직할께.
그리고 아빠 난 아빠 딸이어서 너무나 행복했어. 알지?
다음에도 또 아빠 딸 할께.
아님 내가 아빠 엄마로 태어나서 정말정말 잘해줄께.
성당도 열심히 나갈께. 아까 미사 볼때 정말 미안하더라..
우리 성당에서 아빠랑 나랑 같이 미사 보는게 장례 미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서. 같이 가자고 할때 티비 본다고 안 갔는데...
아빠 혼자 얼마나 쓸쓸히 미사봤을까? 성당와서 나 아는 척 하면
나 아빠가 부끄러워서 끝났으면 얼른 집에 가라고 보내고...
부탁할건 다 부탁하면서.. 정작 아빠 손도 한번 제대로 안 잡아주고.
내가 사랑하는거 알지? 나 정말 엄마랑 동생한테 잘할께.
아빠 맨날 집에 와서 좋아하는 스포츠 채널, 낚시 채널도 보고 그래.
사다 놓고 한번도 안 입은 옷도 입고 구두도 신고
음식도 맛있는거 해 놓을테니까 먹고..
아빠 정말 정말 사랑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빠는 최고로 멋진 아빠였어. 우리 꼭 만나자.
- 혼자 저희 아빠한테 쓰는 거지만 광장에 올리는건..
여러분들도 부모님께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셨으면 해서요.
저처럼 너무 늦게 하면 후회스럽거든요. 대답도 못 듣거든요.
얼마나 미안하고 한이 되는지 몰라요.
정말 우리를 위해 애쓰시는 아빠를 위해
딱 한번만이라도 아빠만을 위한 생각을 했으면 해서요...
------ 요즘 저두 철들어서 아버지를 보는 태도가 달라졌지만.. 저두 이 소녀에입장과 비스하내요-----
이글처럼후회하지않으렵니다.
아빠에게 쓰는 편지
♥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아빠 ♥
내가 초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짧은 카드 말고
이렇게 길게 편지 쓰는건 아마 처음일꺼야.
종이에 써서 줬어야 하는데 이렇게 쓰는게
더 빨리 아빠한테 갈 것 같아서..
3일동안 나 힘들게 했으니까 좀 쉬어보려고 잠을 청했는데
엄마가 너무 우는 바람에 깼어.
학원에서 수업 듣고 있을 때 동생한테 연락이 왔어.
순간 내용도 안봤지만 나 직감했어... 수업 도중 짐 챙겨서 뛰쳐 나가서,
아빠를 확인하러 병원 영안실에 갔는데
아저씨들이 아빠를 냉장고에서 꺼내더라. 꼭 드라마 같았어.
하얀 포를 걷는 순간 아빠가 아니길 간절히 바랬지만 무참히도 아빠였어...
아빠를 만지면 아빠 죽은걸 확실히 느낄까 봐 못 만지고 있었지만
안 만지면 아빠 또 서운해 할까 봐 손을 댔는데 왜 그렇게 파랗고 차가웠어?
아빤 나한테 늘 따뜻했잖아.
난 사실 지금도 실감 안나...
장례식장에 가본 일이 거의 없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지만
다행히 어른들이 다 알려주시고, 검은 상복은 할머니가 입혀 주셨어.
엄마 그거 보고 울더라..
이렇게 예쁜 딸한테 이런 옷을 입히냐면서...
아빠 염이 끝났다고 아저씨들이 아빠 보러 오라고 했을 때
나 제일 먼저 뛰어갔어. 평소에 잘 꾸미지도 못하고
깔끔하지도 않게 다녔는데 관 속에서는 왜 그렇게 깔끔했어?
아저씨들이 하얀 국화로 예쁘게 장식도 해주셨더라.
눈, 코, 입 하나하나 만지면서 내가 말 많이 했잖아. 다 들었지?
근데 왜 면도도 안했어?
내가 맨날 면도하라고 쫓아다니면서 그랬는데..
첫날은 파랗더니 관 속에서는 하얗고 피부도 촉촉하더라...
아빠 빈소에 사람 많이 안 찾아와서 아빠 외롭게 갈까 봐 걱정했는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오셨고 나도 헛살지는 않았는지 친구들이 와서
도와주고 교사들이 와 주고 신부님도 와 주셔서 나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너무나 고마웠어.
발인하는 어제, 아침부터 심장이 너무나 뛰었어.
장례미사하러 가지 말고 그냥 계속 장례식장에서 있었으면 했어.
차라리 아빠 관을 집으로 갖고 오고도 싶었고...
연령회 아저씨들이 오셨는데 꼭 저승사자 같더라.
그래서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
장례미사 보는 내내 우느라 나 성가도 하나도 못 부르고
아빠 관만 쳐다보고 있었어. 화장터로 가면서도 나 울지 못했어.
나 울면 우리 아빠 힘들까 봐 우리 엄마도 힘들까 봐..
근데 화장터에서 그 10분을 못 기다리고 들어가면 어떻게 해..
운구하는 사람들만 오라길래 나는 밥 먹다 못 오면 안될까 봐
미리 와 있으라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난 넘어가지도 않는 밥
먹고 있었는데 급하게 뛰어가보니까 이미 들어갔더라.
아빠 한번 안아주고 아빠가 좋아하던 내 뽀뽀도 해주려고 했었는데...
아빠가 잘 참는건 알지만 거긴 너무 뜨거웠지? 하얀 뼈만 나왔는데
그 큰 아빠가 어떻게 그 작은 함 속에 들어갈 수가 있어?
동생이 그러더라.. 먼 납골당까지 가는 동안에도 계속 따뜻했다고..
아빠를 납골당에 모셔두고 버스 타고 오면서
나 정말 너무 많이 울었어. 자꾸만 미안해서...
아빠 몰랐지? 나 사실 아빠 좀 창피해 했어.
다른 아빠들처럼 깨끗하게 하고 다니지 않고
그냥 편하게 후줄근하게 입고 다녀서..
같이 까르푸 장보러 갔을 때 나 아빠 앞쪽으로 먼저 걸어간거야.
이럴줄 알았으면 팔짱끼고 같이 걸어주는건데...
아빠랑 장보러 가자고 일찍 오라 해놓고 나는 귀찮아서 동생이랑만
갔다오라고 했는데 그날 같이 갔어야 되는건데...
초밥도 아빠는 2개만, 그것도 내가 억지로 먹으라고 해서 먹었지
잘 먹지도 않고 내가 배고프다고 난리쳐서 나 다 먹으라고 하고..
아빠가 날 위해서 안 먹고 안 입은건데도 나 참 나쁘다.. 그치?
생각해보니까 너무나 미안한게 많더라고. 예전에는 짜증내고 나면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바로 했는데 이번엔 좀 늦었더라.
아무리 아빠를 붙잡고 미안하다고 사랑하다고 해도,
그럴 아빠가 아닌데 아빤 날 보고 웃어주지도 않고..
뭘 그런걸 미안해 하냐고 하지도 않더라..야속하게도...
나 또 생각해보니까 맨날 하던 "다녀오세요"라는 말을
아빠 나가는 날은 안했어. 면도 했는지 안했는지 확인도 안하고,
약 먹었냐고 물어보지도 않았고...
그래서 자꾸 아빠 그 뒷모습만 생각이 나.
내가 다녀오라고 안해서 그냥 간거야?
아빠 우리 연습시키려고 3일동안 안들어오고,
전화도 잘 안 받았던거야? 그러지 않아도 됐는데..
내가 예전에 아빠 술 마시고 들어온 날 아빠 딸 안한다고,
아빠같은 사람이랑 절대 결혼 안한다고, 아빠가 나한테
뽀뽀하려고 했는데 밀쳐낸거 정말 미안해...
아빠는 힘들어서 마시고 온 걸텐데..
맘은 그게 아닌데 왜 그랬나 모르겠어.
아빠는 짬뽕을 먹을 땐 해물 좋아하는 나 주려고 오징어, 홍합
다 건져서 나 주고 아빠는 국물이랑 면만 먹고,
고기 먹을 때는 구워지는대로 다 나랑 엄마랑 동생주고
아빠는 우리 다 먹고 난 뒤에야 구워서 먹고,
생선 먹을 때는 다 발라서 나 주고 아빠는 머리랑 꼬리만 먹고...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아빠 좀 챙겨주고 맛있는 거 좀 사드릴 걸...
아빠 유품이라고 온 지갑과 핸드폰, 너무 많이 낡았더라.
내꺼는 최신형으로 비싼 핸드폰, 브랜드있는 지갑인데
아빠는 다 싼거... 내가 하나 사주려고 하던건데 너무 늦었나 봐.
다 구멍 난 아빠 양말 아직도 빨래 건조대에 있어.
당분간 우리 아빠 물건 정리 안하기로 했어.
근데 나 아직도 실감이 안나는 거 있지? 꼭 아빠가 들어올 것 같고...
아빠 돈도 별로 없는데 내가 달라고 하면 다 빼주고,
밤 늦게 들어올 때 밥 사실 안 먹었으면서 아픈 엄마나 내가
차려주기 귀찮아할까 봐 먹고 들어왔다고 한거 나 다 알아.
얼마나 미안했는지 몰라. 우리 땜에 힘들게 돈 벌어오는데
그깟 밥상 차려주면서 나 생색냈잖아.
그래도 아빠, 나 일본가기 전에 이렇게 돼서 나 참 다행이야.
추우니까 가지 말라고 그런거야?
난 아빠 많이 힘든지도 모르고 환율 걱정하고 여행에 들떠 있었네.
아빠가 예전에 울면서 나한테 아빠도 힘들다고 했을 때
그때 맘 좀 지금까지 유지했더라면 아빠 힘들게 하지 않았을텐데..
나 정말 양심도 없지?
아빠는 안 먹고 안 입으면서 내가 사달라는건 다 사주고...
생각해보니까 아빠가 나하고 엄마한텐 목걸이랑 반지, 팔찌
이런거 다 사줬지만 정작 아빠는 그런거 하나 없더라.
아빠는 손가락 다치면 그냥 전기 감는 그 까만 테이프로 감고 다녔는데
나는 간호 좀 배웠다고 다치면 감염된다면서
소독하고 약 바르고 밴드 붙이고 혼자 난리쳤지...
나 정맥주사 연습할 때, 나 잘 할 줄도 모르면서 연습한다고
아빠한테 팔 대보라고 하고, 아빠는 혈관 다 터지면서도
안 아프다고 괜찮으니까 계속하라고 하고..
다음날 양 손에 멍든 아빠 보면서 나 진짜 너무나 미안했어.
아프다고 뭐라고 좀 하지. 안 아프긴 뭐가 안 아프냐.
나는 찌르는 것조차도 아프다고 난리였는데..
아빠 너무나 힘들었을 거 같아.
그 순간 얼마나 고통스럽고 우리 가족 보고 싶었을까..
이 세상에서 한없이 바보같고, 착하고 순수한 우리 아빠.
오로지 우리밖에 없었는데 우릴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어.
미안해서 꿈에도 안 나오는거야?
아빠. 그래도 나 이만큼 키워줘서 정말 고마워.
진작 말했어야 하는건데 고마움을 잊고 살았어.
내가 엄마랑 동생 잘 데리고 아빠가 아끼던 우리집 청소도
열심히 하면서 잘 지낼께. 아빠 몫까지 톡톡히 해내면서.
다들 아빠 사진보면서 내가 아빠랑 판박이라고 한거 있지?
알잖아~ 난 이름 안대도 사람들이 아빠딸인거 다 아는거..
아빠랑 나는 둘도 없이 서로를 위한거.
나 어릴 때 그랬다며..
울다가도 아빠가 안아주면 그치고 아빠 품에서만 잠 잤다며.
체해서 아픈 날도 잠 못 자다가 아빠 팔베개하면서 잠 잔거..
다 큰 나를, 늦잠 자면 아침 못 먹는다고 2층 내 방에서 안고 내려오고,
혹시 아프면 수시로 와서 열 나나 계속 있어주고,
벌레도 못 잡는 나 땜에 여름에 계속 내 방 와서 모기 잡아주고,
나방 잡아주고... 아빠 실습갈 때,
아빠가 빨리 안가면 지각한다면서 아빠한테 짜증내고 그래서 미안해.
고3때 나 힘들다고 매일매일 학교까지 데려다 준 아빤 이 세상에 없을꺼야.
집이 그렇게 먼 것도 아닌데... 다들 내가 공주 같았대.
매일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고.. 그 뒤에도 아빠의 희생이 참 컸지.
일하다가 새벽에 들어와서 잠 많이 자지도 못하고
새벽에 나 지각 안하게 하려고 태워다 주고.. 나 여행 갔다오고 시골 갔다오면
사실 별로 무겁지도 않은 짐들 무거워 죽겠다면서 맨날 데리러 오라 그러고..
이제 누가 나 데리러 나와주나? 아빠 시공해서 차에 먼지 많은데,
아빠 자리는 털지도 않으면서 내가 타면 손으로 먼지 털어주고...
아빠, 이제 아빠 차 언제 타..
나는 왜 아빠가 힘든 걸 눈치도 못채고 그랬을까...
이제 아빠한테 면도했냐고 언제 물어봐?
아빠 잘때 코 골아서 티비 소리 안 들린다고 툭툭 치고..
나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말로는 못했잖아..
그거 언제 들을꺼야? 거기서 다 들려?
아빠 내 피아노 치는 소리 한번도 못들었고,
내가 만든 떡볶이 한번도 못먹었고.. 아직 아빠랑 할 게 너무나 많은데...
취직하면 아빠 옷도 사주고, 지갑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아빠, 우리랑 온천 가자면서 이렇게 가면 어떻게 해..
아픈 엄마 두고 어떻게 간거야...엄마는 계속 아빠한테 미안하다면서
우는데 어떻게 할거야...거기서 우리 가족 지켜줄거지?
우리 잘 되도록 도와주고 안 아프게 해 줄거지?
나 오늘 엄마 핸드폰 사고, 아빠 사진으로 열쇠고리 만들러 가.
그렇게 해야할 것 같아서...
집에서 아무리 사진을 찾아보려고 해도 아빠 사진 별로 없어
그나마 증명사진이 있어서...
대문소리가 나는데 꼭 아빠가 들어오는것 같네.
나 너무나 미안하고 정말 보고 싶어서 미치겠어.
내가 우리 아빠 너무 못 챙긴거 같아서 미안해 죽겠어.
아빠는 우리 가족 위해서 하루도 편하게 쉰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거기서 편하게 쉴꺼지?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먹고 싶은거 다 먹으면서..
제발 우리가 먹다 남은 음식 다 먹지 말고 거기서는
새 옷입고 새 음식 먹으면서 행복해야 돼. 아빠 물건들 잘 간직할께.
그리고 아빠 난 아빠 딸이어서 너무나 행복했어. 알지?
다음에도 또 아빠 딸 할께.
아님 내가 아빠 엄마로 태어나서 정말정말 잘해줄께.
성당도 열심히 나갈께. 아까 미사 볼때 정말 미안하더라..
우리 성당에서 아빠랑 나랑 같이 미사 보는게 장례 미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어서. 같이 가자고 할때 티비 본다고 안 갔는데...
아빠 혼자 얼마나 쓸쓸히 미사봤을까? 성당와서 나 아는 척 하면
나 아빠가 부끄러워서 끝났으면 얼른 집에 가라고 보내고...
부탁할건 다 부탁하면서.. 정작 아빠 손도 한번 제대로 안 잡아주고.
내가 사랑하는거 알지? 나 정말 엄마랑 동생한테 잘할께.
아빠 맨날 집에 와서 좋아하는 스포츠 채널, 낚시 채널도 보고 그래.
사다 놓고 한번도 안 입은 옷도 입고 구두도 신고
음식도 맛있는거 해 놓을테니까 먹고..
아빠 정말 정말 사랑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빠는 최고로 멋진 아빠였어. 우리 꼭 만나자.
- 혼자 저희 아빠한테 쓰는 거지만 광장에 올리는건..
여러분들도 부모님께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셨으면 해서요.
저처럼 너무 늦게 하면 후회스럽거든요. 대답도 못 듣거든요.
얼마나 미안하고 한이 되는지 몰라요.
정말 우리를 위해 애쓰시는 아빠를 위해
딱 한번만이라도 아빠만을 위한 생각을 했으면 해서요...
------ 요즘 저두 철들어서 아버지를 보는 태도가 달라졌지만.. 저두 이 소녀에입장과 비스하내요-----
이글처럼후회하지않으렵니다.
감동도 오지만 씁쓸하기도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