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이야기입니다. 게임의 개발진과의 인연 이야기입니다. 게임명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이라 해당 게임에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이 내용을 어느 누구에게도 밝히길 꺼려 했습니다. 피해는 둘째치고 개발진과 친하다는건 유저들에게 있어서 타도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처음 밝히는 이야기입니다.
■ 서비스 도중 게임을 갈아 엎은 개발진
2004년 봄으로 가 보겠습니다.
그 게임을 시작하면서 불만이 많이 생겼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캐릭터가 너무 약했기 때문입니다. 밸런스가 맞지 않다고 느낀거죠. 그때 부터 3일에 한번꼴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욕도 하고, 협박도 하고, 안티가 되어 버린거죠. 이렇게 불만 가득한 시각으로 게임을 열심히 바라보다 보니, 어느 순간 전체적인 게임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왜 밸런스가 맞지 않는지 전체적인 시각에서 직접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밸런스를 맞추는건 불가능하다는걸 발견하였고, 게시판에 게임 시스템을 갈아 엎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물론 공허한 외침이 되겠죠. 유저가 갈아 엎어라고 해서 그 어떤 게임사가 갈아 엎겠습니까?
글을 올리고 난 후 게임내에서 사냥을 하고 있는데 모 개발자가 찾아 왔더군요. 전 허위사실 유포로 계정블록 시키는줄 알고 벌벌 떨었습니다. 당시 개발자가 GM의 역할도 하고 있었죠. 그러나 이런 저런 사적인 대화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나중에 다른 개발자로 부터 '팀장'이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약 한달후, 개발진들이 정말 게임을 갈아 엎었습니다. 2004년 12월의 일입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 이후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입니다. 개발진들이 충분히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었습니다. 새로워진 상황에 적응을 하지 못한 수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떠나 버렸던 거죠. 한마디로 게임이 망했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망할 수도 있다는 우려속에서도 패치를 강행한 그들의 용기로 인해 시스템 패치 이후에 수출한 해외에선 초대박을 치게 됩니다. 3개국에서 몇년간 MMORPG순위 1위를 지키게 되었고, 현재도 상당히 활성화 되어었습니다.
■ 유저들을 일일이 추적하는 밸런스 작업
제가 게시판에 밸런스에 대한 글을 올리기 전에 이미 시스템을 갈아 엎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게임에선 찾아 볼 수 없는 신선한 시스템들이 생겨 났기 때문이며, 캐릭터 육성의 자유도가 무한대로 늘어나 버렸습니다. 12개의 캐릭터만 선택 가능했다면 이젠 유저들의 손끝에서 무한대의 캐릭터가 만들어 질 수 있었습니다. 한달만에 가능한 작업은 아니었죠.
그럼 상상을 초월하는 밸런스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겁니다. 유저들은 최강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캐릭터를 실험하고 있었고, 한명의 밸런스 담당 개발자가 일일이 유저들이 어떤 캐릭터를 만들고 어떤 능력을 가지는지 추적했습니다. 만약 개발진의 두뇌를 뛰어 넘는 유저가 있다면 사기(무적) 캐릭터가 만들어 질 수 있었기 때문이며, 개발진이 생각치도 못한 캐릭터들에 대한 밸런스 작업도 이루어졌습니다.
그 한명의 밸런스 담당 개발자는 신분을 숨긴 채 같이 사냥하는 유저였으며, 분쟁을 해결하는 GM이었으며, 유저들과 밸런스를 의논하는 개발자였으며, 아이템 강화 때문에 징징짜는 친구였으며, 저를 소환해서 자신이 만든 멋진 신무기를 구경시켜 주던 평범한 사람이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몇달간의 노력끝에 정확한 밸런스를 맞추어 버립니다. 그 누구도 밸런스에 대해선 불만을 가지지 않을 정도였죠. 이후 바로 다른 게임 개발팀으로 이동하였고, 그 게임 역시 밸런스 만큼은 그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고 있습니다.
■ 개발자 그들은 누구인가?
개발자에 대해 알기 위해 '개발자의 심리학'에서 몇구절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이 내용대로라면 개발자는 외롭고 딱딱한 직업일 것 같습니다. 특히 유저와의 직접적인 대화를 자주 하기 보다는 유저들의 불만 의견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처리하는게 작업에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위의 제 경험담에서 나오는 개발자는 일반적인 개발자의 성향과 반대의 경우라고 봅니다. 단순히 유저들의 의견만을 가지고 밸런스 패치를 한다면 상대적 입장에 놓인 유저들에게는 불리한 역밸런스 패치가 될 우려가 있을 겁니다. 이게 반복 되어서 캐릭터 마다 돌고 도는 팔랑(귀)개비 밸런스가 되겠죠.
개발자가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완벽했다면 밸런스를 논한다는건 무의미할겁니다. 그렇지 못하기에 유저들의 끊임없는 밸런스 불만 글들이 올라오구요. 만약 유저들과 동고동락을 하면서 밸런스 작업을 한다면 빠른 시간안에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각 파트별로 서로간의 이해도가 다르고 대립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게임개발의 특성상 극소수의 게임사만 가능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그 개발자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정말 대단한 일을 해 냈다고, 도데체 어떻게 했길래 밸런스가 맞아 떨어 졌느냐고 물었죠.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을 바꾸니 쉽게 해결 되던데요?"
기존의 관습을 답습하지 않고, 생각을 바꾸는 창의적인 마인드의 개발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온라이프존] 병아리논객 '하데스'
이글은 오직 온라이프존에만 게시되어 있습니다.
■ 서비스 도중 게임을 갈아 엎은 개발진
2004년 봄으로 가 보겠습니다.
그 게임을 시작하면서 불만이 많이 생겼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캐릭터가 너무 약했기 때문입니다. 밸런스가 맞지 않다고 느낀거죠. 그때 부터 3일에 한번꼴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욕도 하고, 협박도 하고, 안티가 되어 버린거죠. 이렇게 불만 가득한 시각으로 게임을 열심히 바라보다 보니, 어느 순간 전체적인 게임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왜 밸런스가 맞지 않는지 전체적인 시각에서 직접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밸런스를 맞추는건 불가능하다는걸 발견하였고, 게시판에 게임 시스템을 갈아 엎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물론 공허한 외침이 되겠죠. 유저가 갈아 엎어라고 해서 그 어떤 게임사가 갈아 엎겠습니까?
글을 올리고 난 후 게임내에서 사냥을 하고 있는데 모 개발자가 찾아 왔더군요. 전 허위사실 유포로 계정블록 시키는줄 알고 벌벌 떨었습니다. 당시 개발자가 GM의 역할도 하고 있었죠. 그러나 이런 저런 사적인 대화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나중에 다른 개발자로 부터 '팀장'이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약 한달후, 개발진들이 정말 게임을 갈아 엎었습니다. 2004년 12월의 일입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 이후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입니다. 개발진들이 충분히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되었습니다. 새로워진 상황에 적응을 하지 못한 수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떠나 버렸던 거죠. 한마디로 게임이 망했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망할 수도 있다는 우려속에서도 패치를 강행한 그들의 용기로 인해 시스템 패치 이후에 수출한 해외에선 초대박을 치게 됩니다. 3개국에서 몇년간 MMORPG순위 1위를 지키게 되었고, 현재도 상당히 활성화 되어었습니다.
■ 유저들을 일일이 추적하는 밸런스 작업
제가 게시판에 밸런스에 대한 글을 올리기 전에 이미 시스템을 갈아 엎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게임에선 찾아 볼 수 없는 신선한 시스템들이 생겨 났기 때문이며, 캐릭터 육성의 자유도가 무한대로 늘어나 버렸습니다. 12개의 캐릭터만 선택 가능했다면 이젠 유저들의 손끝에서 무한대의 캐릭터가 만들어 질 수 있었습니다. 한달만에 가능한 작업은 아니었죠.
그럼 상상을 초월하는 밸런스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겁니다. 유저들은 최강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캐릭터를 실험하고 있었고, 한명의 밸런스 담당 개발자가 일일이 유저들이 어떤 캐릭터를 만들고 어떤 능력을 가지는지 추적했습니다. 만약 개발진의 두뇌를 뛰어 넘는 유저가 있다면 사기(무적) 캐릭터가 만들어 질 수 있었기 때문이며, 개발진이 생각치도 못한 캐릭터들에 대한 밸런스 작업도 이루어졌습니다.
그 한명의 밸런스 담당 개발자는 신분을 숨긴 채 같이 사냥하는 유저였으며, 분쟁을 해결하는 GM이었으며, 유저들과 밸런스를 의논하는 개발자였으며, 아이템 강화 때문에 징징짜는 친구였으며, 저를 소환해서 자신이 만든 멋진 신무기를 구경시켜 주던 평범한 사람이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몇달간의 노력끝에 정확한 밸런스를 맞추어 버립니다. 그 누구도 밸런스에 대해선 불만을 가지지 않을 정도였죠. 이후 바로 다른 게임 개발팀으로 이동하였고, 그 게임 역시 밸런스 만큼은 그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고 있습니다.
■ 개발자 그들은 누구인가?
개발자에 대해 알기 위해 '개발자의 심리학'에서 몇구절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 개발자는 자기 자신과 일을 가장 많이 한다. 타인과 같이 일하는 시간보다, 자기 자신과 대화하면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함께 일하는 데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그런데 개발자라고 처음부터 내성적이고,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직업 특성상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오랫동안 외롭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개발자와 함께 일하는 관리자와 이해 관계자들은 이러한 개발자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유리하다.』 『 개발자가 열심히 무아지경에 빠져서 개발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개발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고객으로부터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고객은 온갖 짜증을 내면서 이따위 시스템 못 써먹겠다고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이 순간 개발자의 무아지경 상태는 깨졌고, 이를 다시 회복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머릿속에 장전해 놓은 각종 명명규칙, 공통 API, 디자인 패턴, DB 테이블 구조, 성능, 상호 인터페이스 등등 많은 내용이 순식간에 언로드(unload)되고 고객의 짜증섞인 불만 내용이 머릿속에 로딩(loading)된다.』 [한용희] 개발자의 심리학 중에서(링크) |
이 내용대로라면 개발자는 외롭고 딱딱한 직업일 것 같습니다. 특히 유저와의 직접적인 대화를 자주 하기 보다는 유저들의 불만 의견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처리하는게 작업에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위의 제 경험담에서 나오는 개발자는 일반적인 개발자의 성향과 반대의 경우라고 봅니다. 단순히 유저들의 의견만을 가지고 밸런스 패치를 한다면 상대적 입장에 놓인 유저들에게는 불리한 역밸런스 패치가 될 우려가 있을 겁니다. 이게 반복 되어서 캐릭터 마다 돌고 도는 팔랑(귀)개비 밸런스가 되겠죠.
개발자가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완벽했다면 밸런스를 논한다는건 무의미할겁니다. 그렇지 못하기에 유저들의 끊임없는 밸런스 불만 글들이 올라오구요. 만약 유저들과 동고동락을 하면서 밸런스 작업을 한다면 빠른 시간안에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각 파트별로 서로간의 이해도가 다르고 대립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게임개발의 특성상 극소수의 게임사만 가능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그 개발자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정말 대단한 일을 해 냈다고, 도데체 어떻게 했길래 밸런스가 맞아 떨어 졌느냐고 물었죠. 그리고 그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을 바꾸니 쉽게 해결 되던데요?"
기존의 관습을 답습하지 않고, 생각을 바꾸는 창의적인 마인드의 개발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온라이프존] 병아리논객 '하데스'
이글은 오직 온라이프존에만 게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