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비를 처음 접했던 것은 2001 년 7월의 여름방학 이었다.
전화기를 연결하는 모뎀이 아닌, 처음으로 우리마을에 메가패스 인터넷이 들어왔고
당시 중학생이던 나의 요청에 부모님께서 즉시 달아주셔서 쾌적한 인터넷을 즐길 수 있었다.
인터넷이 빨라지니 더이상 그동안 즐기던 버츄얼캅이나 소닉등의 pc 게임 보다는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온라인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바람의 나라, 포트리스 , 퀴즈퀴즈 , 어둠의전설 , 메틴 등 수많은 게임이 나와 있었지만
나의 이목을 끌은것은 이름도 생소했던 천상비였다.
당시만해도 나에겐 판타지와 마법은 생소한 세계였고, 그나마 포청천이나 황제의 딸 등으로
조금은 접하게 되었던 무협이 더 이끌렸던 탓이다.
게임은 어렵지 않았다.
요즘 나오는 게임처럼 처음 접속하고 퀘스트를 받는것은 없었다.
그저 마을에서 캐릭터가 생성되면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성을 빠져나가 몹을 때려잡았다.
당시만해도 지금처럼 게임의 수가 많지 않았기에 이미 사냥터는 후줄근한 옷차림의
초보유저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몹이 나오는 자리에도 주인이 있고, 그 것을 치면 비매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항상 pc게임, 혹은 스타크래프트 배틀넷과 같은 소수의 인원이 같이 하는것만 경험하다가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에 오니 그 기분만으로도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지루한 게임이었을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달리기가 없어 사람들은 터덜터덜 걸어다녔고
스킬이라 부르는 무공하나 없이 오로지 칼로 때려잡았다.
그 지루함을 없앤 컨텐츠는 바로 채팅이었다.
특이하게도 채널이라는 이름아래 100개의 방이 존재했는데
장사를 위한 채널 / 여성을 위한 채널 / 친목을 위한 채널 등 그 가지수가 무수했다.
천상비의 가장 큰 매력중 하나가 바로 이 채널이었다.
레벨과 능력치가 따로 오르는 시스템덕에 천상비는 사냥에도 두가지가 존재했다.
몹을 빨리 잡아 레벨을 빨리 올리려는 사냥과, 오로지 능력치의 상승을 위한 사냥이다.
가령 힘 능력치를 예로 들자면, 하나의 대상을 때리고 있다보면 힘 스탯의 게이지가 차오른다.
이것을 이용해 많은 유저들은 무기를 벗어 던지고 적은 대미지로 하나의 몹을 오랫동안 치는
방법을 즐겼다. 무기를 벗었으니 약한 몹에도 오래 견딜 수 있는데다가.
생명력이 일정수준 이하 떨어지면 자동으로 약을 먹는 기능이 존재했기에.
누가 일부러 죽이지 않는다면 하나의 몹으로 두시간 이상을 때릴수도 있었다.
이렇게 몹을 때리고 남는 시간은 다른 일을 하거나, 아니면 채팅방으로 들어가 서로의
정보를 공유했다.
어떤 아이템을 어떤 몹이 떨구더라. 하는 정보부터.
어느 지역에 가니까 30분마다 하나씩 나오는 정예몹이 있더라.
하는 고급 정보까지 돌아다녔다.
그렇게 오로지 레벨업만을 목표가 아닌, 어쩔때는 내가 게임을 하는지, 채팅을 하는지
햇갈릴 정도로 많은 수다를 떨었다.
GM들도 다른 게임의 운영자들과 상당히 달랐다.
정해진 게임 공지만 띄우는 것이 아니고, 그 공지로 유저들과 대화를 즐겼다.
자신의 사무실에서 치킨을 시켰다고 좋아서 공지.
야근만 3일째라는 푸념의 공지.
변비가 뚫렸다는 쾌변의 공지 등, 소소한 이야기 거리를 즐겼고
강한 몹이 보고싶다고 귓속말을 넣으면 내 캐릭을
당시 가장 강한몹이던 화산검객이 우글한 곳에 던져놓고는 죽어있는 날 보며 조롱했다. -_-
내가 이 게임을 추천하는 이유는 딱 두가지.
하나는 가장 무협스러움을 잘 표현한 무협게임이고.
또 하나는 각박한 세상에도 아직까지 정을 잃지 않는 참된운영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천상비 역시 발전을 거듭했다.
볼품없던 거적대기는 번쩍번쩍 빛나는 흑룡포로 바뀌었고
느릿느릿 것던 걸음도, 이제는 뛰는놈. 그리고 나는놈이 무수히 많다.
퀘스트라고는 달랑 두개밖에 없던 (정/사 선택과 달리기 배우기) 천상비가
이제는 승급퀘스트, 기연퀘스트등 상당히 많은 퀘스트를 보유하게 되었지만
어쨋거나 그것들은 모두 부가적인 것들. 퀘스트 진행대로 게임을 따라가야하는게 아닌,
해도 좋고 안해도 그다지 나쁠것 없는 퀘스트들일 뿐이다.
스토리도 방대해져서
소림사가 위치한 하남성, 화산파가 위치한 섬서성, 무당파가 위치한 호북성, 곤륜파가 위치한 천해성 등등 광활한 중국대륙을 모두 표현시켰다.
천상비의 그래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건물의 재현도, 각 NPC의 직업에 맞는 복장등을 조금만 보더라도
그 하나를 위해 얼마나 제작진이 신경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을것이다.
그저 잠자기 전에 한 번 둘러본 참에 써본글이라
두서없이 횡설수설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내생에 최고의 게임 이란 타이틀에 너무나 부합되어서 쓴 글이니
욕은 자제좀...
- 천상비 로딩시간에 나오는 시 한수가 있는데
옛날 컴퓨터야 그 시를 끝까지 다 볼 수 있었지만 ... 요즘은 너무
빨라진 컴퓨터로 인해 몇 글자 나오기도 전에 로딩이 끝나버리더군요.
나의 탁월한 기억력으로 여기에 적어봅니다.
봄날 비바람에 날개가 찢겨 죽는 나비처럼,
한 계절 영화에 몸을 불사르는 꽃처럼,
혹은 한 줄기 유성처럼...
그 모든것이 정녕 화려한 기(氣)와 기(技)의 촌각 속에서
한 조각 편운같은 명예를 쫓아
부나비처럼 명멸 하는
하무군상의 광대놀음에 불과하다 해도
오늘도 고독한 무인들은
백포로 검날을 닦고
한 잔의 싸구려 화주로
타는 가슴을 달랜다
인간이 아니라 오직 한 자(者), 신(神)이라 불리기 위해
절대종사.
그 위대한 이름이 이글거리는
고봉의 정상을 오른다.
(아래 사진은 아직도 많은 강호인들이 수련을 하고있는 2012년 8월의 수련장.)
(참. 아직까지 최고레벨이 4000이 못 넘었다고 하니까 ....
만렙인 9999 가 나오려면 약 20년은 더 걸릴듯 하네요.)
주소창에 치면 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