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저작권 분쟁의 이면에서 느끼는 씁쓸함
블리자드와 케스파의 저작권 분쟁을 보면서 분쟁 내용 자체보다 그 이면에 보이는 우리나라의 게임 현실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끼고도 있다. e스포츠 종주국이면서도 정작 주력 종목에 국산 게임이 없다는 현실 말이다.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 외에도 다른 비슷한 류의 국산 게임이 어느 정도 비중의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면 과연 블리자드나 케스파가 소송에 이르러서까지 분쟁이 해결되어야 할 상황을 맞았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스타의 비중이 너무 크다 보니 이에 대한 주도권 및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블리자드와 케스파가 너무 지나치게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다른 국산 게임이 있었다면 케스파가 공공재라는 무리수를 굳이 띄우지 않았을 수도 있고 블리자드도 적극적인 지적재산권 수호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국산 제2의 스타가 없는 이유
사실 2000년 대 초에 제 2의 스타를 꿈꾸며 등장했던 국산 게임들이 꽤 많았다. 늘 그렇듯 어느 한 게임이 큰 인기를 끌다 보면 후발주자들이 우후죽순 따라 오게 되는 현상이 있었단 것이다. 스타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PC방에서부터 붐을 일으키기 시작해 국민 게임으로 등극한 스타에 자극 받은 국내 개발사들이 앞다투어 비슷한 류의 게임을 개발해 내놓기 시작한다. 일일이 이름을 전부 기억을 할 순 없지만 다양한 소재로 스타와 비슷한 방식의 게임들이 많았다. 글쓴이는 그 중 몇개의 게임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조리 궤멸되고 말았다. 이미 스타의 인지도와 인기를 바탕으로한 그 아성은 너무나 단단해져 있었다. 왠만해선 절대 뚫리지 않는 그것이었다. 그러니 오랜 기간 준비도 없이 사업이 되겠다 싶어 달려든 게임들이 당해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 2001년도에 발매된 국산 RTS 게임 "아마겟돈"
글쓴이가 당시 무료로 배포된 이 게임을 꽤 재밌게 했던 기억이 난다. 다른 유저들과 플레이를 할 수 있던 배틀넷과 비슷한 것의 경우 유료였다. 스타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플레이 방식이 스타와 매우 흡사하다. 그래서 당시에도 스타의 아류작이란 말들이 있었다.
(사진출처:http://cafe.daum.net/GTA2/pww/65922)
물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보다 더 치명적인 상황이 있었다. 바로 불법다운로드 문제였다. 사실상 국내 패키지 게임 시장을 초토화시켜 버린 이 불법다운로드가 스타류의 게임이라고 비켜갈리는 만무하였다. 스타 같은 경우 각종 불법 사설 서버 및 립버전 등이 난무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많은 인기가 있었던 탓에 자연스레 탄탄한 기반이 갖춰지게 되었지만 반면 기반이 취약한 국내 신작 게임들은 불법다운로드에 처참히 무너져 갔다.
물론 이에 대응하여 일부 게임들은 차선책으로 기본 게임 같은 무료로 제공하고 배틀넷 같은 것만 유료로 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했으나 공짜맛에 길들여진 유저들은 그나마도 지갑을 열려하지 않아 역시나 실패로 끝나기도 했다.
뭘 팔려야 운영을 하고 투자를 하고 개발을 할 게 아닌가? 불법다운로드를 통해 좀 해보고 마니깐 무슨 붐을 탈래야 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러니 스타급은 아니더라도 작은 비중이나마 생존하지도 못하며 그렇게 급격히 또는 서서히 사라져 간다.
◈e스포츠 종주국이란 건 허울좋은 타이틀
그렇게 짓밟힌 게임과 시장은 다시금 새게임을 개발할 여력과 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고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그에 대한 영향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현재 스타급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내가 보기엔 국내엔 없는 것 같다. 단언하건데 스타가 e스포츠의 중심으로 계속해서 남아 있는 한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우리의 위상은 스타라는 게임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지 허울 좋은 타이틀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당시엔 좋다고 무의식적으로 저질러 왔던 불법다운로드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언제쯤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 이미 느끼고 반성하고 있었다면 당신은 그나마 대단한 사람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그 마음이 멋진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