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왕(king)’이 물러난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꼬박 1년간 롱런(국내 뮤지컬 최장공연)한 뮤지컬 ‘라이온 킹’의 폐막이다. 기록은 세웠으되 쓸쓸한 퇴장이다.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뒤 영국·일본 등 8개국을 돌며 히트 행진을 벌인 ‘라이온 킹’에 1년 만의 폐막은 뉴스감이다. 그동안 쌓아온 ‘흥행 불패 신화’가 한국에서 구겨진 셈이다.

▲ 뮤지컬 '라이온 킹'





배우에겐 등장만큼 중요한 게 퇴장이다. 일본 극단 시키(四季)가 한국뮤지컬시장 본격 진출작으로 고른 ‘라이온 킹’(제작비 216억원)의 대차대조표 색깔은 붉은색(적자)이다. 27만 관객이 봤지만 유료객석점유율은 70%를 밑돌았다. 손익분기점은 80%였다. 시키측은 “최소 20억원 이상의 손해가 날 것 같다”면서도 “한국시장에 몸으로 부딪쳐 공부했기 때문에 수확은 있었다”고 밝혔다.

‘라이온 킹’은 지난 1년간 본지가 매월 선정하는 ‘뮤지컬 톱10’ 상위권에 오를 만큼 공연의 품질은 좋았다. 국내 뮤지컬 전문가들은 ‘라이온 킹’의 흥행 실패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①‘가족 뮤지컬’ 시장의 미성숙 ②스타 배우를 기용하지 않았다 ③할인 정책에 인색했다 등이다.

극단 시키는 일본에서 연간 매출액이 3000억원대인 공연 기업이다. ‘라이온 킹’ 한국 진출을 발표하면서 아사리 게이타(74) 시키 대표는 ▲스타 캐스팅을 안 하겠다. ▲표값 거품을 빼겠다. ▲가족 관객을 발굴해 시장을 키우겠다 등을 선언했다. 이는 매출 2000억원을 갓 넘긴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과감한 실험’이었고, 위기감을 느낀 한국뮤지컬협회의 조직적 저항을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시키의 대원칙은 한국에서 통하지 않았다. 뮤지컬 전용극장(샤롯데)에서 장기공연을 하려면 스타를 통한 홍보가 필요했고, 한국 관객은 20~50%의 할인에 길들어 있었으며, ‘가족’이란 단어가 붙으면 ‘아동용’으로 치부했다.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라이온 킹’은 적지 않은 교훈을 남겼다. 2~3년 내에 6~7개로 불어날 대형 뮤지컬 전용극장들의 경우,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다는 게 첫 번째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 공연도 ‘라이온 킹’ 같은 좌절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을 발굴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는 “ ‘라이온 킹’의 조기 폐막은 뮤지컬 전용관 시대의 가장 큰 걱정거리를 안겨줬다”며 “전용관마다 매월 수만 명의 관객이 필요하기 때문에, ‘라이온 킹’은 훨씬 클지 모를 재앙을 예보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엘튼 존이 작곡한 ‘라이온 킹’의 노래 중 “하쿠나마타타(걱정 말아요)!” 같은 주문(呪文)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숙제다.

Commen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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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매니아 2008.03.21 10:25
    외국대작게임 외국잘나가는뮤지컬
    공통점은 한국오면 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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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스 2008.03.21 10:25
    뭐 저는 뮤지컬 관심조차 없는...

    취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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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치코 2008.03.21 10:25
    주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