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충격적인, 디아블로3의 경매장 폐쇄 결정 (6607) 게임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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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블리자드에서 보낸 메일 한통의 내용은?

얼마 전, 디아블로3의 개발사인 블리자드에서 다소 충격적인 메일을 보내왔다. 내용인즉슨, 2014년 3월 18일 부로 게임 내 편의시스템인 "경매장" 을 폐쇄하겠다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같은 내용을 접하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왜냐하면 이전 내가 그간 보아왔던 모든 게임들에선 굳이 잘 갖춰놓은 경매장을 없애버린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없던 경매장을 유저의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이 만든 사례는 많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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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한 수가 될까?

야심차게 경매장 시스템을 도입했었던 디아블로3였는데...

더구나 디아블로3는 서비스 시작부터 경매장 시스템에 대한 포부가 남달랐던 게임이기도 하다. 전작인 디아블로2와 비교했을 때 가장 도드라진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경매장 시스템의 도입이었는데 이는 유저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아이템 거래를 해야 하는, 다소 불편했던 사례들을 감안해서 내린 전격적인 결정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런 이유만 있던 것도 아니었다. 경매장을 통해 유저 간의 활발한 거래를 유도함으로써 게임 내 경제가 활발히 돌아가고 또 게임머니의 가치가 적정 수준에 맞춰지도록 유도하려는 의도 또한 있었다. 패키지게임의 한계에 안주할 수밖에 없었던 전작 디아블로2에서 좀 더 일반 온라인게임화 되겠다는 의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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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지않아 과거의 유물이 되는 거야? (2014.3.18일부로 폐쇄)

 

경매장 시스템 자체도 신경을 꽤 많이 쓴 듯 아이템 검색 기능 등에서 꽤 세부적이고 꼼꼼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게임머니뿐만 아니라 직접 현금을 활용해 이용할 수 있는 "화폐 경매장" 까지 도입해 유저 편의성 증대는 물론이고 동기부여까지, 과감한 시도까지 하였다. (국내엔 심의때문에 도입불가)  디아블로3가 경매장 시스템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간접적이나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왜, 그토록 공을 들였던 경매장을 출시 2년차인 이때 굳이 폐쇄하려는 것일까?

블리자드는 경매장 폐쇄 결정을 하면서 내건 이유로 "경매장이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괴물을 처치하는 게임플레이에 해가 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라고 말하고 있다. 이말은 즉, 경매장이 디아블로 시리즈의 가장 원초적이자 핵심 게임성인 "아이템 파밍" 으로 얻는 재미를 저해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한 지적은 사실 그간 쭉 있었다. 경매장이 활성화되자 보다 간편하게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경매장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게 결과적으론 아이템 파밍의 존재감을 희석시키게 되었으며 또 자연스럽게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재미를 반감시키게 된 것이다. 경매장을 통해 어느 아이템이든 쉽게 구하는 게 가능하니 그냥 대충 현질해서 경매장 검색으로 풀셋을 맞추고 마니 정작 본연의 재미는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매장 만능주의" 에 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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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관련한 부작용이 더 있다.

경매장이 활성화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몫 쥐려는 장사꾼 및 사재기꾼이 득실거리게 된 것이다. 이는 결국 경매장이 소수의 인원에 의해 통제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게 된다. 시세조작을 위해 특정 아이템을 매입하면 해당 아이템의 단가는 급상승하기 마련이고 이는 결국엔 선량한 보통의 유저들만 피해를 보게 한다.

이와 함께 작업장을 통해서 굴러 들어온 골드인지 어쩐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사실상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서 벗어난 골드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경매장에선 끊임없이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해 아이템의 거래 단위가 꾸준히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결국 현재에 이르러 블리자드 측에서 손을 놓은 건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경매장으로 인해 가속화된 인플레이션 및 골드 가치의 하락은 더이상 손을 쓰기 힘든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일반 서민 유저는 아무리 노력해도 정말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지 못하는 한 한 푼 두 푼 주운 골드로는 쓸만한 아이템을 구하기 힘들고 장사꾼은 경매장을 틀어 쥐고 게임 내 경제에 영향력까지 행사하게 되어 버렸다.

 

다소 충격적이긴 해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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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매장 없어지면 시체를 더 열심히 수색해야 될 듯....

 

이처럼 경매장 폐쇄 결정 자체는 다소 충격적이긴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경매장으로 인한 적지 않은 병폐가 있기에 충분히 수긍이 가는 것 같긴 하다. 아무리 번듯하게 만들어 놓았어도 그게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또 오히려 해만 끼치게 된다면 과감하게 도려내야 하는데 블리자드의 입장에선 그게 바로 경매장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물론 경매장의 가장 큰 장점인 "유저 편의성" 은 잃게 되겠지만 그걸 희생하고서라도 다시금 게임의 전체적인 재미를 살려 놓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어찌됐든 과감한 카드를 낸 이상 다소 침체되어 있는 디아블로3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카드가 됐으면 한다.

경매장을 폐쇄하는 대신 유저들이 아이템 파밍으로 인해 얻는 재미를 더욱 배가시키기 위해 기존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한다. 경매장 폐쇄라는 고육지책까지 내놨는데 이를 충분히 상쇄할만해야 할 텐데 기대가 되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론 불안하기도 하다. 어느 유저는 이번 조치로 과거 디아블로2에서 느꼈던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보이기도 하는데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많은 유저가 기다리는 확장팩이 내년 상반기 안엔 나올 거라는데 과연 경매장 폐쇄와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지 사뭇 기대가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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