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껄렁한 게임이야기들

드디어 110레벨로 만렙 확장!

던파가 정말 오래간만에, 100레벨에 묶여있었던 만렙제한을 110레벨까지로 풀었다. 한 2년만의 일인 것 같다. 그리고 당연히 더불어 신규 던전과 신규 컨텐츠 추가, 시스템 및 캐릭터 개편 등 대규모 업데이트까지 진행됐는데 다소 침체되어 있었던 던파의 분위기가 이로인해 활기를 찾는 것 같다.

다만, 다시 돌아온 만렙확장 및 대규모 업데이트를 지켜본바 쓴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적어도 내 개인적으로 보기엔, 이전의 업데이트와 비교해 큰 틀에서 보면 달라진 거 별로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그저 생명연장의 느낌만 강하게 드는 것이 이전에도 봤었던 것 같은, 꼭 기시감을 느끼는 것도 같다.

만렙 확장=생명연장?

사실 만렙 확장을 했다고 하더라도 눈에 띄는 건 많지 않다. 레벨은 사실상 숫자일 뿐이고 그로 인한 직접적인 변화는 스킬 레벨도 함께 오른다는 것뿐? 그에 맞춰서 신규 던전도 등장하긴 했지만 그냥 퀘스트 따라가며 기계적으로 쉽게 만렙을 찍는 건 변함이 없고, 만렙을 찍고 난 이후에 늘 그렇듯이 새 장비아이템을 위한 파밍 작업에 돌입하는 것도 역시 변함이 없다. 

그나마 주목할만한 건, 장비 육성 시스템에 좀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이전 100레벨 확장 때 처음 등장했던 "신화" 등급의 아이템은 이번에 다시 사라지며 사실상 용도폐기가 되었지만 새롭게 "성장 및 전송" 옵션이라는 게 생기며 뭔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 게 눈에 띄긴 한다.

그동안 사실상 아이템 등급 체계가 의미없어져 붕괴된 상황에서 "에픽" 아이템은 가장 가치있고 희소성있어야 하는 최고 등급이지만, 보편화되어 있다는 역설에 빠져 있었다. 어떻게든 유저를 붙잡기 위해 임기응변식으로 뿌려댄 운영의 결과라고 보면 되는데 이게 그냥 하나의 스타일로 굳어져 "성장 및 전송" 으로까지 이어진 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에픽아이템은 이번 업데이트에서 더욱 얻기 쉽고 더욱 보편적인 "최고 등급"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성장 및 전송 옵션은 그 에픽아이템들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차별화라는 요소를 집어넣은, 어떻게 보면 개발진의 야심작 혹은 고육지책으로 봐도 될 텐데 어떻게 볼진 유저 개개인의 판단이 다를 것이다.

이전의 에픽아이템들이 그저 고정되어 있는 옵션을 이용하는 개념이라면 성장 및 전송 옵션은 유저가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특정 옵션만 취사선택 및 육성시킬 수 있는, 이전보다는 확연히 자유도를 부여한 게 특징이라고 보면 된다. 그 과정에서 잉여아이템들의 존재 및 처리는 사실상 필수적이기에 아이템 가치 보존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이긴 하다.

하지만 내가 이조차도 결국 생명연장의 느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보는 것은 던파가 처해있는 매너리즘, 즉 계속 비슷한 스타일만 반복되어 오히려 고유의 색을 잃어가고 무미건조해져가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카드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근본적인 변화는 힘든 것인가?

어차피 유저는 성장 옵션을 성장시키든 전송시키든 이전과 비슷한 방식 일색으로 파밍에 전념해야 할 것이 뻔하고, 그 아이템이 게임을 즐기는 데에 수단이 아닌 목표가 될 것도 이전과 똑같다. 그냥 무늬만 살짝 바뀌었을 뿐 실상을 보면 근본적으로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고 보면 된다. 또 이 시스템 또한 다음 만렙 확장 때엔 신화 아이템처럼 용도폐기될지 누가 알겠는가?

분명 득템하는 재미가 있었고, 공격 및 방어 스탯이 조화를 이루며 다이내믹함이 있었던 오래 전 던파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은 여전히 잘 느껴지진 않았다. 여전히 득템의 묘미는 요원한 상태이고, 플레이는 여전히 공격에 몰빵되어 그냥 빠르고 기계적으로 클리어하는 데에만 치중되어 있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생명연장에는 성공할 것 같다. 다만, 그 이상의 의미부여는 힘들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