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dy's Place

Title l <금발이 너무해(The Musical Legally Blonde) - 2013(3차공연)>

Casting l 엘 우즈 - 제시카, 정은지, 최우리
             에밋 - 팀, 진선규
             워너 - 김산호, 김경수
             폴렛 - 정영주
             캘러한 - 조유신
             브룩 - 백주희, 임진아
             비비안 - 최영화

-Story-

"이 옷 작년에 보그에서 봤거든요?"

엘 우즈(Elle Woods, 제시카 분)를 보러 극장에 향한 것은 사실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째로는 당연히 제시카를 보러간거고... 두번째는 원래 제가 뮤지컬을 좋아라 해서 관심있는 공연은 가끔씩 보러가는 편이거든요.
이 '금발이 너무해'의 막이 오르고 제 첫 인상은 일단 주인공인 엘의 비중이 극중에서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인데요, 그만큼 엘의 이야기는 이 뮤지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엘은 UCLA 치어리더팀 메이퀸의 금발 미녀로 1년전 패션잡지에 실렸던 드레스들까지 줄줄이 꿰고있는 트렌디하고 조금은 엉뚱한 캐릭터로 그려집니다.

그런 그녀가 사랑하는 한 사람 워너.
그는 멋지고 똑똑하고 집안도 빵빵한 한마디로 엄친아라고 하죠...? 겉으로 보기엔 엘과 천생연분인 그가 어느날 갑자기 엘에게 청천벽력같은 이별통보를 합니다.
정계에 진출하고싶은 야망이 있는 그에게 엘은 그저 예쁘장한 졸부의 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거든요.
그렇게 그는 엘을 떠나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하게 됩니다.

"모든건 LOVE, 사랑으로 버틸 수 있어"

상심한 엘은 결국 워너를 붙잡을 방법으로 자신의 똑똑함과 진지함을 보여주기위해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파티와 쇼핑, 친구들을 뒤로한채 공부에 매진한 엘은 결국 하버드 로스쿨에 당당히 합격하고부푼 마음으로 학교를 가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색 바비인형같은 엘은 평생 공부만 하고 인정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학생들 앞에 엘은 주눅들게 되지요. 정상적인 사람이라곤 에밋뿐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대학 최고의 교수인 캘러안 교수의 수업을 듣던 중 비비안이라는 여학생에게 호되게 당한 엘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더 당황스러운 소식을 접하게되죠. 세상에, 비비안은 워너의 새로운 여자친구였던 겁니다.

모든건 LOVE, 사랑으로 버틸 수 있다 믿었던 엘은 자신의 문제점이 너무 뛰어난 외모라고 생각하고 헤어샵 '헤어지지마(Hairgigima)' 로 향하고, 그곳에서 남자를 믿지 못하고 자신에게 자신감을 잃은 '폴렛'이라는 여자를 만나게됩니다.
폴렛은 뚱뚱하고 나이도 많습니다. 폴렛은 소위 말하는 나쁜남자들에게 여러번 당했었구요...
이런 폴렛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며 엘을 응원하고 엘은 용기를 얻어 다시 학교생활을 이어나갑니다.  
하지만 번번히 현실의 벽에 부딪힘의 연속이 지속되고 그런 엘에게 에밋이 다가옵니다.

"아무것도 없는 내게 있는건 깡뿐이야"

에밋은 자신의 이야기를 엘에게 들려주며 이 세상은 깡으로 버티다보면 언젠가는 핑크빛 미래가 있을것이라고 하며 엘에게 법률에 관한 공부를 가르쳐주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폴렛의 전 동거남을 통해 자신의 법률적 지식의 유용성을 느끼게되고  마침내 엘은 캘러안에게 인정받게됩니다.
얼마 후 살인사건이 벌어집니다. 용의자는 브룩이라는 다이어트 비디오 강사인데 꽤나 돈과 명성이 있나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변호인단(캘러안과 제자들)에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 때 엘의 진가가 발휘됩니다. 알고보니 브룩은 메이퀸의 선배였고 브룩은 그 사실을 알자 메이퀸의 이름을 걸고 비밀을 약속해줄 것을 당부하며 알리바이를 알려줍니다.
사실 그녀는 그 시각에 지방흡입 수술을 받고있었고, 다이어트 비디오 스타인 그녀에겐 그 사실이 유출되는것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렇게도 알리바이를 알려주지 못했던겁니다.

 "굽히고 튕겨!"

그 사이 폴렛은 운명적 상대를 만나게 됩니다.
카일이라는 택배기사인데 이 남자... 매력있다...
하지만 폴렛은 자신의 못난 외모가 그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런 폴렛에게 엘은 '굽히고 튕겨!' 라는 필살기를 알려주게됩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헉소리 나게 하는 필살기로 폴렛은 카일의 콧뼈를 박살내게 되지만 결과적으로 그를 병간호하며 급격히 가까워지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던 도중 검사측에서는 브룩의 바람끼를 증명할 증인으로 수영장 청소부를 신청하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이 남자... 정상이 아니에요...

엘은 문득 '굽히고 튕겨!'를 떠올리고는 청소부 앞에서 시도해보지만 청소부는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 동성애자... 즉, 게이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그가 게이라는 사실만 밝혀내게 되면 브룩의 위기를 일단락 지을 수 있는것이지요.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이 때 에밋이 나섭니다. 남자인 에밋이 청소부의 앞에서 '굽히고 튕겨!'를 한 것입니다. 맙소사! 에밋은 하버드 법대생이고 여긴 재판장이라고!

 "안녕 과거의 사랑."

어찌됐던 에밋과 엘의 활약으로 그가 게이라는것을 입증해냈습니다.
하지만 엘에게 평탄한 일상이란게 허락되지는 않는것일까요?
캘러안 교수는 엘에게 성추행을 합니다. 그녀를 그렇게 못마땅해하던 그가 캘러안 인턴쉽에 엘을 합격시킨 목적은 이것이었나봅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비비안은 엘에게 동정심을 갖게되고 엘을통해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재판날. 캘러안은 브룩에게 해고당하고 에밋은 캘러안의 부하가 아닌 변호사로서 엘과 함께 재판을 진행하게됩니다.
그리고 증인으로 신청된 피해자의 딸은 자신이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하며 그 현장에 브룩이 있었다고 진술합니다.
자신이 파마를 하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던 도중에 사건일 벌어진것이라구요.
하지만 패션하면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엘은 그녀의 진술에서 맹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파마를 하게되면 통상적으로 3일동안은 머리를 감지 않는게 상식이거든요. 왜냐하면 파마를 하고 바로 샤워를하게되면 화학작용에 의해 파마가 바로 풀려버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는 ... 파리가 들어가면 길을 잃겠네요.

그렇습니다. 사실 피해자의 딸이 범인이었던 것이죠.
이렇게 재판에서 승소한 엘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봅니다.
더 이상 엘은 철부지 핑크공주가 아닌 변호사 엘 우즈입니다.
그리고 그녀를 일깨워준 한 사람 에밋. 그에게 엘은 프로포즈를 하게되고 해피엔딩으로 막이 내립니다.

 철부지 엘 우즈에서 변호사 엘 우즈가 되기까지...

리걸리 블론드에서 주된 갈등은 사실 엘의 내적 갈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갈등은 상상속의 메이퀸친구들로 극중에서 표현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시각,청각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주다보니 엘의 변화과정이 뚜렷하게 보이더라구요.
영혼없는 맹목성보다는 단단한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리걸리 블론드는 결코 바른생활형 인간이 되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편견을 깨고 안목을 넓히라 말하라고 하는게 아닐까요? 그 누구도 바비인형 엘우즈가 변호사 엘우즈가 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달릴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하고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을 이토록 유쾌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데에는 주연들의 연기력과 가창력이 한 몫을 했겠지만 개인적으로 조연들의 역할도 대단히 컸다고 생각합니다.
잊을만 하면 나오는 메이퀸과 섹시한 택배기사 카일, 피도눈물도 없는 냉혈한 캘러안 등등...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극을 꽉 채우고있습니다.

눈과 마음까지 모두 알차게 해 줄 리걸리블론드.
대사가 다소 선정적인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일단 청소년 관람 가능이니까... 갈피잡지 못하고 인생에 끌려다니는 청소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공연기간이 3월까지니까 지금 예약해도 늦진 않을 것 같네요.

 출처 : 소시지닷넷(www.sosiz.net) 스펀지황 님

2013 - 01 - 24 Fri GR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