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추억팔이(1): 미르의전설2 (4228) 게임다반사

*온프가 14주년이라고 하니 또 새삼스레 예전 생각,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길래 한번 추억팔이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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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시절 조우했던 "미르의전설2"

내가 "미르의전설2" 를 오픈베타서비스였을 때 시작했던 것 같은데 정확한 시기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검색을 해보니 2000년도 말과 2001년도 3월 이전 사이인 것 같다. 당시의 나는 순전히 온라인게임 초보였다. 당시 한창 돌풍이었던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로 친구따라 PC게임에 입문한 지도 얼마되지 않았고 온라인게임이라고 해봐야 "메틴"을 클라이언트 CD에 동봉되어 있는 3일 무료 계정으로 한번 해봤을 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미르의전설2라는 게임을 알게 됐다. 어떠한 계기로 알게 되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갓 오픈한 그 게임을 뭔가에 홀린 듯 호기심 가득한 마음을 안고 시작하게 되었다. 한가지 확실히 기억나는 건 이 게임을 다운로드 받으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를 한껏 품고 있었다는 것.


 약했지만 애정으로 키웠던 "도사" 캐릭터

"도사" 캐릭터를 선택해서 플레이했던 걸로 기억한다. 약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전사와 똑같이 근접 공격을 했었고 도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회복 스킬이 있었으며 너무 약해서 별로 쓸모는 없었지만 뭔가 뽀대가 났었던 원거리 공격인 "부적" 날리기 스킬과 "해골소환" 스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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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에 가니 캐릭터 소개가 이렇게 되있어서 아쉬운...


당시 도사 외에도 "전사"와 "술사" 캐릭터도 있었는데 그 캐릭터들은 도사와는 다르게 화끈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었던 딜러 스타일의 캐릭터들이었기에 도사를 육성하는 동안 가끔씩 이들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도사가 다양한 스킬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좀 약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아주 가끔 이 캐릭터에 회의가 들곤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애정을 쏟으며 육성을 하곤 했었다.


 물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했던 "도축"

지금은 별거 아니지만 당시에 왠지 모르게 신선했던 것을 꼽으라면 "도축" 시스템이었다. 이 게임에선 닭이나 사슴 등의 동물을 쓰러뜨린 뒤 도축해서 고기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고기는 상점에 팔아서 게임머니로 바꿀 수 있었고 말이다. 당시의 나는 항상 모자라던 물약값을 충당하려 자주 동물들을 찾아다니며 도축을 했었다. 물론 늘 다른 유저와의 경쟁은 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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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의 도축!?


♨ 죽으면 무조건 아이템을 떨구던 공포의 시절

경쟁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그때의 사냥환경이 확 떠오른다. 당시엔 온라인게임 정보사이트도 많지 않았을 때인데 이 게임을 어떻게 알고 왔는지 유저는 항상 붐볐다. 사냥터는 새벽시간을 제외하면 당연히 몬스터보다 유저가 더 많은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자연적으로 유저끼리 몬스터를 놓고 쟁탈전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조금만 인기있는 사냥터라면 몬스터가 리젠되자마자 사라져버리는 상황도 많았고 점차 시간이 흐르자 몬스터를 놓고 분쟁이 잦아지기도 했다. 일명 "자리싸움" 인데 몬스터는 잡아야겠고 이를 노리는 사람은 많고 하다 보니 결국 신경전이 벌어지고 말싸움을 넘어 무력이 오고가곤 했다.

요즘 게임엔 없지만 당시엔 강제 PK(Player Kill)이 가능했다. 그냥 마음에 안들면 공격이 가능했다. 그리고 한가지 당시로서는 상당한 재미 요소 중 하나였던 게 바로 캐릭터 사망시 아이템을 떨구는 것이었다. 몬스터한테 죽어도 가지고 있는 아이템 중에 하나를 떨구고 PK를 당해도 떨구곤 했다.

이때문에 일부러 몬스터한테 죽을 것 같은 캐릭터 옆에 있다가 죽으면 떨군 아이템만 몰래 챙기는 상황도 꽤 많았다. 또한 아이템을 노리고 계획적인 PK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PK 패널티가 존재했던 걸로 기억하지만 PK하는 재미를 막을 정도까진 아니었기에 꽤 성행했던 것 같다. 그 때문에 그런 유저를 잡으려고 문파(길드)들이 채팅창에 '누구누구 "척살"이요' 하는 메시지를 남기는 것을 자주 본 기억도 난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어설프고 부족한 것도 많은 게임이었지만 당시엔 정말 순수하게 재밌게 즐겼던 것 같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게임을 접게 된 계기가 있었다.

 

msn001.gif 분노포인트: 끝이 없는 노가다 그리고 좌절

나를 은근한 분노에 휩싸이게 했던 건 바로 "노가다"였다.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당시의 게임들 특히 RPG류의 게임들은 "레벨링" 의 비중이 굉장히 높았다. 레벨링으로 시작해서 레벨링으로 끝나는 것이었다. 그 덕에 레벨의 위상 또한 엄청 높았다. 고레벨의 캐릭터가 나타나면 여기저기서 "우와, 우와" 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그만큼 레벨 자체가 명성의 척도였다.

당시, 온라인게임 초보였던 나도 역시 여느 유저들처럼 고레벨을 꿈꾸며 게임을 했다. 지금의 나라면 그러지 않았을 텐데 그 때는 어쩔 수 없었나보다. 초보라 어리버리하면서도 열심히 나름 레벨을 올리기 위해 사냥터에서 전전긍긍하며 몬스터를 한마리 한마리씩 잡곤 했던 기억은 다른 무엇보다 생생하다.

가끔 마을에서 마주치던 고레벨의 화려한 갑옷으로 치장한 캐릭터를 보면 나도 꼭 저렇게 되야지 하며 로망으로 삼곤 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나의 능력은 형편이 없었다. 사냥를 한다고 하긴 하는데 효율이 좋지 않은지 좀처럼 레벨은 오르지 않고 힘에 부치기만 했다. 그러다가 꾸역꾸역 겨우 레벨 20을 만들어놓곤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더이상 레벨업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사냥터에서 다른 유저와 경쟁할 엄두도 나지 않고 같은 몬스터를 수도 없이 반복해서 잡아야 하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는 곧 나에 대한 실망 그리고 분노로 이어진다. 남들은 레벨이 저렇게 높은데 나는 이것밖에 안되나 싶기도 하고 지금까지 나는 뭐했나 싶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고 푸념인데 그땐 레벨에 정말 심취해있었나보다. 어찌됐든 시작은 즐거웠던 미르의전설2와 나의 인연은 그렇게 끝이 나고 만다.


 미르의전설2는 내가 처음으로 노가다를 인식해본 게임

지금은 그렇게 게임에서 노가다를 하라고 하면 정말 못할 것 같다. 그 때는 능력은 없지만 정말 열정이 대단했다고밖에 생각이 안든다. 요즘 같아봐라 컨텐츠없이 노가다만 시킨다고 엄청 욕만 해댈 것이다. 그만큼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도 들고 나도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 때의 그 기억은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추억이 되는 것 같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내가 게임에서 해본 최초의 노가다이니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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