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장 시스템의 "명과 암" (4781) 게임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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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편의 시스템 "경매장"

온라인게임에서 유저 최고의 편의시스템은 개인적으로 "경매장" 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내에서 얻은 온갖 재화를 별다른 노력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팔 수 있을 뿐더러 본인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 등을 역시나 나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매장 시스템이 없다면 꽤 불편하다. 아이템을 팔려고 꽤나 시간을 들여서 발품을 팔아야 하고 또 흥정을 해야 한다. 물론 아이템을 사고자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또 온갖 아이템들의 시세를 손쉽게 확인할 수도 있다. 내가 득템한 아이템의 시세를 몰라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유저 편의와는 직접 관계는 없지만 장점은 더 있다. 경매장에서의 수수료는 적당한 게임머니의 회수 역할을 하며 게임 내 경제가 원활히 유지되는 데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하기도 한다. 물론 유저 입장에선 내가 얻은 아이템 판매대금에서 수수료가 빠져나간다고 하면 왠지 좀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게임 내 경제가 건강하게 돌아가길 원한다면 감수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경매장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자본주의의 폐해가 경매장에?!

상당한 수준의 자본, 즉 게임머니를 가지고 있는 자라면 경매장에서 임의로 시세 조작을 해 불합리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자면, "사재기" 등을 통한 방법으로 경매장에서 유통되는 특정 아이템의 물량을 조절해 비싸게 되파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다음 업데이트 때 특정 캐릭터가 상향되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해당 캐릭터가 사용하는 장비 아이템 등을 사재기 해버리는 식이다. 그러면 그 아이템들은 적정 시세에 비해 상당히 왜곡되어 상승한 가격으로 시세가 매겨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돈 놓고 돈 먹기" 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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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처럼 "자본주의의 폐해" 가 드러나는 것이다. 돈이 돈을 불러들이고 가진 자의 배는 점점 더 불러진다. 경매장 하나만 틀어쥐고 적당한 시기에 게임머니를 넣었다 뺐다만 하면 그냥 앉아서 배를 불리는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보통의, 선량한 유저들이 떠안게 된다. 하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다. 울며 겨자먹기라고 해야 할까? 본인이 피해를 입었다고 느낀다면 그나마 낫다. 대부분 자신이 피해 받는 사실도 모르거나 무감각하다. 그 피해는 교묘히 분산되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에서도 별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겉으로는 유저 편의의 선봉장 노릇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러운 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게임 속 사이버 세상도 결국엔 현실의 투영이라고는 하지만 어런 현실을 그냥 두고만 봐야 하는 것일까? 경매장을 자주 이용하는 유저로써 한없이 씁쓸할 뿐이다. 없애자니 편의성이 너무 아쉽고 그렇다고 그대로 두자니 너무 거슬린다.

이와 관련해, 한가지 희귀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감하게 폐쇄를 결정했던 "디아블로3"

바로, "디아블로3" 의 사례다. 이 게임은 경매장이 없었던 전작과의 차별화 및 단점 보완을 위해 야심차게 경매장을 도입한다. 하지만 결국 이런 저런 문제점이 생긴 끝에 과감하게 "폐쇄" 라는 결정을 내려버린다. 개선이나 보완이라는 차선책 대신에 단칼에 잘라버린 것이다.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고유의 게임성 저해" 라는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 운영진이 직접 밝힌 사안이다. 원래 디아블로 시리즈가 대표적으로 내세웠던 게 "아이템 파밍" 에 의한 지속적인 재미였는데, 너도 나도 손쉽게 경매장을 통해 아이템을 구하려들다보니 자연스레 아이템 파밍에 의한 재미가 반감되는 현상이 팽배해졌다는 것이었다. 게임의 근간이 흔들리자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그건 대표적인 이유일 뿐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곪아터진 문제가 더 있었다.

바로 앞서도 언급한, 경매장을 틀어쥐고 시세를 조작하는 현상이다. 유저들이 보다 손쉽게 플레이를 하기 위해 경매장을 이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과열 현상이 일어났다. 이에 냄새를 맡은 꾼들이 몰려들었고 좀 가치가 높다싶은 아이템들을 거둬들이고 통제해 시세를 왜곡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디아블로3는 시장질서가 문란해지고만다. 경매장을 통해서 말이다. 유저 편의를 위한 시스템이었지만 어느새 독이 되어버렸다.


어느덧 딜레마에...

디아블로3의 경매장 폐쇄 사례는 좀 특수한 경우가 포함되어 있고 그 과정 중에 있었던 경매장의 부작용은 여느 게임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시세 조작 행위가 있다고 무작정 폐쇄 운운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엄밀히 말하면 시세 조작 행위도 그 과정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뤄진다. 그냥 아이템을 사고 파는 행위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도덕적인 비난만 가능하다.

예전엔 경매장 시스템 신봉자였지만 최근엔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꽤 딜레마에 빠져있다. 뭔가 뾰족한 수가 없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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