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1 05:11

Jet-Black Blade -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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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60 추천 0 댓글 7

비가 내렸다. 그 날은 이상하게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녀석과의 만남이 시작된 날이어서 인가 아니면 단순한 나의 착각일 뿐인가. 적어도 1년 전까지는 이런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말이지. 나도 많이 나태해진 것 같다. 그래.. 나와 그 녀석은 하늘로부터 힘을 부여 받은 특별한 존재. 신을 대신해 전쟁을 종전 시키라는 명령을 받든 신의 종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을 본성자체를 바꾸려는 신의 계략이랄까.. 적어도 나는 신의 지배에서 벗어났다.. 그래..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똑똑‥

 

노크하는 버릇을 보니 누구인지 안 봐도 뻔하다. 절망 속에 빠져 죽어가던 날 이곳으로 데리고 온 장본인의 하인이겠지. 그 자가 한 짓은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신의 계략에서 벗어나게 해준 녀석인 만큼 미워할 수도 없다. 게다가 신이 준 힘보다 더욱 강력한 것을 내 손에 쥐게 해주었으니 그를 배신할 수도 없다. 난 들고 있던 오른 손의 술잔을 내려놓고 누가 봐도 건방진 어투로 말했다.

 

“들어와라.”

 

짧은 말투임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은 기분 나쁜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다. 마치 인간과 같이 행동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든 정밀한 기계처럼. 그런 점이 가끔 소름돋게 만들지만 이 녀석의 특징이라고는 그것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나는 귀찮은 듯한 눈빛으로 녀석의 눈을 바라보며 용건을 물었다. 언제나 변하지 않는 일상. 녀석의 대답도 그것과 같이.. 한결 같은 답변으로 나를 마주했다.

 

“에밀님께서 찾으십니다.”

 

역시나 예상대로의 답변이었다. 하인이라지만 이 녀석은 가끔 보면 자기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결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토해내지도 않는다. 말하자면 자신이 떠받드는 사람에게는 충성을 다하는 충견 같은 녀석이다. 물론 나에게 있어서는 충견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솔직히 이런 녀석은 없는 편이 더 속편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알았어. 곧 간다고 전해”

 

신의 힘을 부여받고 계략에 속해 권태의 바다에 빠져있던 나였다. 하지만 난 언제나 녀석의 그림자에 불과했다. 절대신 라멜에게 선택받았고, 같은 힘을 부여받았지만 나는 녀석의 그림자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난 결국 그 녀석을 빛내주는 어둠일 뿐이었다. 그게.. 그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쳐 고생해도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했다. 녀석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화살 세례를 받고 살아나왔지만 결국 관심대상은 녀석이었다. 죽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전쟁터였다. 그런 곳에서 상처하나 없이 모두를 지켜냈다. 그런 말로 언제나 나의 공로들은 거짓처럼 사라져갔다. 녀석이 받았어야 할 상처마저 모두 내가 짊어졌다. 이 모든 것이 신이 계획한 것이라면 난 신을 버리고 등져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욱 더 나를 구해준 에밀이란 녀석의 말에 이끌릴 수밖에 없었고, 그 증거로 녀석을 떠나 에밀이 있는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불렀나. 에밀”

“오셨습니까. 당신을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정보가 들어와서 말이죠. 아무래도 3일 후에 게츠본 협곡에서 전투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이 가보시겠습니까. 요즘 성에 있는 것이 지루해보이시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 녀석은 항상 내 걱정만 한다. 그 당시 그 녀석과 함께 할 때는 받지 못했던 관심을 모두 값아 주듯이 말이다. 그게 나에게 얼마나 부담되는 것인지 생각할리 없는 녀석이지만 성격이 원래 그런 놈이라 반박도 못한다.

 

“그래? 그거 재밌겠군.”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해놓겠습니다.”

 

언제나 웃는 얼굴. 녀석의 본성을 보지 못했더라면 녀석의 미소에 속아 넘어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녀석의 본성은 이미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전쟁터에서 병사들의 터져나간 머리. 쏟아져 나온 내장. 험한 꼴 다 보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던 나다. 그 덕에 죽음이란 단어가 그리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 나지만 본성을 드러낸 에밀 녀석의 모습에 난 두려움과 공포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에밀의 본성은 그 정도의 것이었다.

 

“알텐, 배가 고픈데 저녁 좀 준비해 주겠어?”

 

이젠 서슴없이 에밀의 하인인 알텐에게 뭐든지 시킨다. 처음 왔을 때는 알텐 녀석이 어색해서 말도 걸지 못했다. 하지만 1년이란 시간이 지나다보니 내가 이 곳의 주인인 마냥 행세까지 하게 되니 어찌 보면 큰 변화인지도 모른다.

 

“...”

 

조용히 비구름에 가려진 달을 보고 있자니 떠올리기 싫은 1년 전 일이 생각났다. 녀석의 그림자에 갇혀서 살던 그 시절.. 내 자신이 증오스러울 만큼 경멸했던 시절이 말이다. 그 날도 비나 넘칠 만큼 내리는 날이었다. 비가 내린 만큼 피도 흘러내렸다. 전쟁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부상자가 끝없이 나오고 자신의 명도 다 채우기 전에 죽어버린 병사들도 많았다. 녀석과 나는 신의 힘 덕분인지 이렇다 할 부상 따위는 금세 나아버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녀석과 나는 모든 병사들에게 존경받으며 신의 대리인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해왔다. 신의 부름에 언제나 답하였고, 신이 바라는 것이 있으면 모두 그리 될 수 있도록 해왔다.

 

“페리온, 이 곳은 너무 위험해. 동쪽으로 돌아서 녀석들을 치는 편이..”

“그 곳으로 가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왜 모르는 거냐. 도착하기도 전에 녀석들이 파고 들어와 둘러싸이게 된다. 우리 임무를 기억해라. 우린 방어선만 지켜내면 된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수적으로 불리해진다. 부상자들 때문에 우린 충분히 불리한 상태라고!”

“그런 것 따위 계산 할 시간 있으면 전략이나 세워. 더 이상 부상자를 만들기는 싫잖아?”

 

전쟁터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의견 충돌이었을 뿐인데. 나 역시 죽어가는 병사들을 더 이상 만들기 싫었을 뿐이었는데. 어째서 그렇게 된 것일까.. 난 내 의지를 굽히지 않고 다음 날 내가 세운 작전대로 병사들을 이끌었다. 하지만 나의 오만함 때문에 나를 제외한 3천의 병사들이 포위망에 갇혀 검과 화살에 찢기고 뚫리고..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아주 잔인하게 죽어나갔다. 어째서 나는 살아있는 것인가. 몇 번이고 나는 생각했다. 신은 정말 이런 것을 원하는 것일까. 어째서 이런 잔혹한 전쟁터에 나를 내보낸 것일까. 그는 나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즐거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믿고 또 믿었던 절대적 존재에게 난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난 점점 망가져만 갔고 주위의 사람들은 그런 나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이 놈이고 저 놈이고 나를 무시하다니!!”

 

난 결국 3천의 병사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이유로 기동대장이라는 자리를 박탈당했다. 일개 병사로 몰락한 나는 내가 원하지 않았고 신이 원하지 않았어도 녀석의 그림자에 가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내 울분을 대신 말해주듯 그쳤던 비가 다시 내렸다. 태풍에 가까운 비바람에 막사가 휘청거렸다. 같은 기동대장의 자리에 있었던 녀석은 방어선을 지키는 임무에 성공해 전투 대장으로 승급하고 나서 나 존재는 점점 작아져만 갔다. 돈 따위는 이제 필요 없다는 핑계를 대며 몇 번이고 전투 참가를 거부했다. 쓰레기에 가까운 존재로 몰락해가는 내 모습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나에게 애초부터 신의 하사한 힘 따위는 없었을지 모른다. 그저 녀석과 함께 했기 때문에 그 힘이 전해져 온 것일지도 모른다.

 

“신 따위.. 알게 뭐냐! 결국 인간을 부려먹다가 버릴 녀석이야. 크크큭. 이럴 바에 나는 왜 선택한 거지? 차라리 레밍턴 녀석만.. 그 녀석만 선택했으면 될 일이잖아!!”

 

참고 있던 내 감정은 길을 잃고 헤매다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같이 지내던 병사 녀석들의 표정이 굳어지고 날 혐오하는 눈빛으로 쳐다봐도 난 아무런 느낌도 느낄 수 없었다. 이미 난 쓰레기 같은 존재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내가 있으면 모두가 죽게 될 거라는 소문도 생겨났다. 그래, 난 3천이나 되는 사람들을 사지로 내보낸 그런 놈이니까.. 지금 와서 녀석의 생각에 반박할 생각은 없지만 동요할 생각도 없다. 녀석들이 죽은 것은 사실이고 지금에와서 나 같은 놈 따위가 죽는다고 달라질 건 없으니까..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 안 들어.」

 

내 마음 속에서 그렇게 외치고 있어도 난 레밍턴 녀석에게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이미 놈은 나와는 다른 존재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전쟁 영웅이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준 신의 대리인이니까.. 난 그저 신의 실수로 만들어진 녀석일뿐이고..

 

“페리온. 레밍턴님이 부르신다.”

“아..예예”

 

나보다 아래였던 놈마저 이제 나를 무시하는 군. 하지만 이제 난 일개 병사 일뿐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난 레밍턴 녀석이 있는 막사 앞에 도착해 한숨을 한번 쉬고 막사의 천막을 들어 올리고는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비를 맞고 온 내 꼴은 보면 웃음부터 나겠지만 레밍턴 녀석. 뭔 일인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나를 깔보고 있는 것이겠지. 네 놈의 가식적인 그 눈빛 정말 토 나올 것 같다만..그런 말을 했다가는 이 자리에서 처형이겠지..

 

“무슨 일이십니까. 하찮은 병사에게..”

“내일 전투가 있을 거다. 설명을 해줄테니.. 선두에 서라.”

“전 거부하고 싶습니다만.. 저 같은 자식보다야 훨씬 실력 좋은 병사들도 충분 할 텐데요?”

 

여태 쌓여있던 것을 전부 토하지는 못해도 이 정도의 어투로 말하는 것은 할 수 있다. 난 최대한 녀석의 발언에 반박하며 비꼬았다. 간절히 부탁하는 듯했지만 나에겐 그저 필요 없는 동정과 같았다. 그것보다는 녀석이 부탁하고 있는 조건 자체가 나를 더욱 더 깎아 내리려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나를 선두로 세우고 또 병사들이 죽으면 나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고 또 그것을 발판삼아 자신은 더욱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것이 분명했다.

 

“전 안 나갑니다. 정 그렇게 내보내고 싶다면 힘으로 굴복시키시죠.”

“왜 이렇게 꼬인 거냐. 원래 넌 이런 녀석이 아닌데..!”

“레밍턴님이 절 얼마나 아신다고 이러십니까. 신의 힘을 부여 받고 선택받아? 웃기는 소리 말라고 하시죠. 어차피 난 당신의 발판이나 되라고 만든 쓰다 버리는 쓰레기니까.. 이제 더 이상 그 짓도 못하겠단 말입니다!”

 

내란이라고 해야 하나? 레밍턴 녀석의 표정을 보니 정말 가관이다. 나를 믿었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꼴이라니.. 정말 나를 믿었다면 어째서 내가 강등될 때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기만 한 거냐. 난 이 전쟁이 끝나면 신이고 뭐고 이딴 세상 등지고 살 거란 말이다.

 

콰직‥!

 

녀석의 오른 손은 어느새 나의 멱살을 잡고 있었다. 놈의 눈은 겉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것처럼.. 하지만 난 이제 너의 동료도 친구도 아니다.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었지만 나는 표정으로 녀석에게 충분히 그 뜻을 전했다.

 

“실망이다. 너란 녀석에게..”

“퉷.. 실망할 것도 없구만..전 그럼 가보겠수다.”

 

막사에서 빠져나온 나는 비를 맞으며 막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발을 진득하게 에워싸는 진흙 때문에 다소 걸음이 느려졌지만 왠지 지금은 이렇게라도 걷고 싶다는 생각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푸른빛을 띠고 있던 내 눈동자는 나도 모르는 사이 점점 붉어져가고 있었다. 내 몸에 무언가가 요동치며 빠져나오려는 것도 모르고 있을 정도로 나는 나 자신을 증오하고 있었다.

 

철푸덕‥스르륵‥!

 

“뭔가..있나..”

 

분명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지금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잘못 들었을 리는 없을 테지만 비가 오는데다가 어두워서 그런지 몰라도 소리가 난 방향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멈춰있던 발걸음은 조심스럽게 조금 씩 옮겨나갔다.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몸을 낮춰야 했기에 이동하는 속도도 많이 더뎠다.

 

슈욱‥ 촤악‥!

 

내 몸의 오감들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단검을 쥔 손이 내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베이지 않을 정도로 위협하고 나를 잡을 생각인 듯 했다. 하지만 이 정도도 못 피하다니 며칠 간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던 것이 몸을 굳게 하여 그 덕을 톡톡히 보는 순간이었다. 내 목덜미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자가 적이라면 분명 나를 이용해 협박을 할 생각일 것이었다. 녀석들은 내 위치와 상황을 모르니 날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라는 가설. 그렇다면 이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단검이 날이 목이 가까워질수록 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딱히 겁이 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애매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녀석에게 잡힌 자체가 수치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검은 녀석의 기습으로 진흙 속에 파묻혔고, 시간상 내 손이 검에 다는 시간과 녀석의 단검이 내 목을 베는 시간이 훨씬 빨랐다. 내 패배가 분명하니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나는 날 위협하는 녀석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목적이 뭐냐. 네가 뭘 원하든 난 어떠한 것도 말하지 않겠다. 차라리 죽여라.”

“닥쳐!”

 

목적도 말하지 않아? 정말 기분 나쁜 녀석이군. 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 지 알 수가 없다. 나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역시나 신은 나를 그저 레밍턴의 발판으로 만든 것이 확실하다. 그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 순간 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신에게 조차 버림 받은 녀석이 누구에게 구해지겠는가. 그렇게 생각했다.

 

쉬익‥!

 

“크헉!”

 

날카롭고 정교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내 뒤에서. 그 덕에 녀석의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 정도의 날카로운 소리라면 나의 뒤통수는 반으로 갈라질 수도 있었다. 일단 구해준 것은 고마운 일인데 너무 위험한 행동 아닌가! 대책 없는 놈이로군..

 

“고맙..”

 

이 녀석 뭐야. 이 음산한 느낌은 대체 뭐지? 뭐하는 녀석이야.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사람이 맞는 건가. 이 녀석 나를 죽이려는 건가. 나의 머릿속은 갑자기 나타난 녀석의 대한 의문으로 가득 찼다. 달빛에 비춰지는 것은 붉은 머리뿐. 그 때 나는 악마라는 존재가 있다면 이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구해준 녀석을 악마라고 생각하다니 지금 생각해봐도 웃긴 일이 아닐 수 없다. 구해줬다지만 위험한 존재인 것은 확식하다.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조만간 다시 만날 겁니다. 그 때는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나의 입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안개처럼 사라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머리가 비어버렸다. 잊고 싶다는 본성의 반란인가..? 정리가 안 되는 상황이지만 난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이렇게 몰락해 버린 나라도 죽고 싶지는 않았던 것일까. 하지만 이제 살아남았으니 나를 알릴 것은 알려야 했다. 급하게 검을 집어 들고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막사에 들어 선 나는 레밍턴 녀석에게 적이 코앞까지 진군했다는 것을 알렸다. 믿을지 안 믿을지 그런 시시한 것 따위가 문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내일 선두로 서겠다.”

“고맙다. 네가 선두에 서주길 원했다.”

 

고맙다고 말 하지마라. 단순히 방금 받은 치욕을 씻어내고 싶을 뿐이다. 그런 녀석한테 위협 당했다는 걸 알면 분명 웃을테지.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고 웃음밖에 안나오니까. 딱히 네 녀석을 위해 선두에 서는 것은 아니다.

 

“착각하지 마라. 레밍턴. 널 위해 선두에 서는 것이 아니다.”

 

다음 날.. 내 운명의 톱니바퀴는 신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깟 녀석의 부탁 때문에 선두에 선 것이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난 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아니..시신으로 레밍턴 녀석의 곁으로 돌아왔다. 내 몸이 원했기에.. 후회.. 아니 오히려 지금은 내가 한 모든 행동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크큭..

 

“에밀.. 신이 날 버렸으니.. 나도 신을 버린다.. 꽤나 좋은 이야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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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h Return·Infinity Sky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보았고
희망의 끝에서 승리를 보았다."

Comment '7'
  • ?
    두댄바리 2009.03.01 13:01
    상상소설방이 생겼군요^^ 글도 멋지네요~ 기대됩니다!
  • ?
    고성능 2009.03.01 16:06
    흠 초딩때 학교 반 홈페이지에 소설쓰고 그랬는데..

    일부 애들이 재밌다고 하면서 다음내용이 뭐냐고 물어보던..
    (그냥 아무생각 없이 쓰면서 스토리 생각한건데 다음 내용이 뭔지 내가 어떻게 아는지.. ㅋㅋ)
  • ?
    니케 2009.03.01 17:17
    유조아에 쓰던거 미완작 가져와서 완결낼까,,
  • ?
    Nero 2009.03.01 18:31
    흐흐 여기서 뵙네 또 ㅋ_ㅋ 버닝룸이에염
  • ?
    A.R.I.A 2009.03.01 19:02
    허헉..!이거슨.!!!!!!!!!!!!
  • ?
    쾌남 2009.03.01 20:11
    요우형 리턴즈.
  • ?
    피해망상걸린인형 2009.03.01 21:44
    러터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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