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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 - 무협

이벤트가 있는 것을 보고 기웃거리다 써 놓았던 것 올려 봅니다.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왕사무심과   악얼관심두   원파원한석 선행량무수   성정신명감    급급여률령

(往事無心過   綰心頭   願把怨恨釋 善行兩無愁   誠請神明鑒    急急如律令)."

백발 백미의 노인은 눈 앞에 입으로 피를 게워내며 쓰러지듯 앉아있는 적의 장년인에게 씁쓸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진언을 읇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푸른색 도관이 쓰여져 있었고 입고 있는 잿빛 도포의 가슴께 에는 음양 태극의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노인은 도관과 도포로써 신분을 말한다.

'무당파!'

구파 일방 연합의 수 좌중 하나인 무당파.

그 중에서도 눈앞의 도인은 무당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태상 장로의 지고한 신분으로 무림에서 '성검 백미도인'이라 불리우는 '무학자'였다.

자세히 보니 장년인 못지 않게 '무학자' 또한 상처를 입은듯했다.

평소에 소년 못지않은 혈색을 보인다 하여 '백미 동안자'라고 불리기도 하였기에 지금처럼 핏기 하나도 없는 시체와 같은 모습은 보기 힘든 모습이였기 때문이다.

 

노도인 옆에는 끊임없이 염불을 외고 있는 한 노승이 있었다.

노승의 모습은 기이하기 짝이 없다. 머리카락이 없는 것이야 승인이니 당연하다 할 수 있으나 눈썹까지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얼굴에 주름은 왜 그렇게 많은지 주름이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들 지경.

고개를 숙이듯 서 있어서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으나 기괴한 모습이 어우러져 얼굴의 전체적 느낌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의욕 없는 승려 같았다.

그러나 초라한 겉 모습과는 다르게 만인이 우러러보는 성승, 천년 소림승중에서도 손꼽을 수 있는 무학의 천재인 '현성대사'였다.

그 또한 큰 부상을 입었는지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진홍색의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듯 몸을 돌보기 보다는 눈앞의 장년인을 바라보며 묵묵히 염불을 욀 뿐이었다.

 

적의 중년인과 두 도, 승의 모습이 어우러져 동굴 속의 분위기는 무겁게 내려 앉아 있었다.

 

노승이 고개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시주, 시주의 지고한 무공은 인세에 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그 힘을 밝은 곳에 쓰도록 노력 하셨다면 어찌 우리가 이런 인연으로 만났겠습니까. 아미타불."

노승의 말 속에는 안타까움이 배여 나오고 있었다. 극의에 이른 무공.

그 것은 악하든 선하든 경지에 이르도록 익힌 자의 재능이 아까운 것이리라.

 

기대어 앉아있던 적의인이 고개를 들어 올리며 노승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희가 말하는 밝음은 무엇이냐! 구파일방 이외의 것은 모조리 쳐 죽이는 것이 네 놈들의 밝음 아닌가?"

적의인의 눈은 마치 이글이글 불타는 횃불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타오르는 듯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눈은 실제로 붉은 빛을 내는 광채로 휩싸여 있었다.

고개를 들자 이목구비가 하나 둘 보였다.

약간의 빛만 들어오고 있는 동굴임에도 불구하고 장년인의 모습은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빛나고 있는 두 눈과 말려 올라가듯 굳게 닫힌 입 매 , 멋대로 풀어헤쳐져 있는 머리카락이 강인하고 위압적인 모습을 가져다 준다.

마인과 선인의 가름을 불문하고 분명한 것은 절대자의 기도라는 것이였다.

 

"우리가 말하는 밝음은 생령의 밝음이요, 힘을 추구하는 패도에 물들어 수 많은 이를 죽인 그대가 알 수 없는 밝음을 말하는 것이요.

노도인은 노려보듯이 쳐다보며 한자 한자 씹어내듯이 이야기했다.

분명 당신의 무재는 너무도 아깝고 잘못 든 길에 한탄하지 않을 수 없소.

그러나 분명 당신의 손에 죽어간 무당의 어린 재목들이 본 도의 가슴속에 모두 남아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오.

그러하다면 들어라.

내 손에 죽은 놈들은 수하와 가족들을 죽인 철천지 원수이니라.

갈아 없애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될 뿐이다.

노도인의 이야기 말미 마치 한 이야기로 이어지듯 쏜 살 같이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 뒤로 한동안 말 없이 서로를 쳐다 보기만 하였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노승이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말이 필요 없는 것 같소.

시주를 보는 것도 마지막이겠구려.

이만 건양하시기를~.

너무도 어색한 마지막 인사를 뒤로한 채 두 정파 고인은 동굴을 떠나갔다.

 

두 고인이 떠난 동굴에는 옅은 빛을 죽여가며 그르렁거리는 돌 움직이는 소리만 남았다.

동굴은 거대한 바위로 완전하게 막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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