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문 밤의 산길.
소년은 나무에 기대어 홀로 주저앉아있었다.
일고여덟살쯤 되었을까.
짙은 검은색 머리칼과 대비되는 뽀얀 우윷빛 피부.
크고 서글서글한 눈이 인상적인 소년의 모습은 마치 신선을 모신다는 동자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ㅡ.
소년의 눈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라면 으레 갖고 있어야 할 호기심은 커녕, 기쁨이나 슬픔같은 그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소년의 눈은ㅡ.
죽어있었다.
휘오오오ㅡ.
바람이 나무 사이를 달리며 스산한 소리를 냈다.
그러자 소년은 몸을 작게 움찔이더니 무릎을 가슴앞으로 당겨 손으로 감싸안았고, 그 바람에 소년의 몸 곳곳에 붙어있던 피딱지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누더기 사이로 얼핏 보이는 소년의 몸에는 날카로운 것에 베인듯한 상처가 가득했다.
아직도 피가 스물스물 새어나오건만 소년은 상처를 의식하지도 못하는 듯이 죽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서아야.......'
소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며 눈에 애잔한 빛이 스쳐지나갔다.
'눈물은 커녕....... 그들에게 화조차 낼 수 없어.......'
그들에게 끌려가며 애처로운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던 그 작은 아이를 위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던가?
죽어가는 자신을 위해 그 작은 아이가 스스로 죽겠다는 말을 했다.
'우리 오빠 괴롭히지 마! 오빠를 내버려 둬! 내가, 내가 따라갈게. 그러니까 우리 오빠 제발 죽이지 마. 오빠를 죽이면 나도 죽어버릴 거야!'
자신을 향해 검을 들이대는 그들에게 뾰족하게 외치던 어린 소녀.
'안녕....... 오빠.......'
처연하게 웃으며 작별을 고하던 내 동생.......
소년은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으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다만....... 다만 이다지도 약한 내가 너무 한심하다....... 제 동생 하나 지키지도 못하는 내가 오빠란 말인가? 그 어린 아이가 얼마나 무서울까....... 그런데도 오빠라는 녀석은 동생을 구하기는 커녕 제 몸 하나 지킬 힘조차 없으니....... 서아야.......'
죽어있던 소년의 눈이 자기혐오로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무릎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상처를 쓰라리게 했지만 소년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 때 소년의 머리 위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놈의 새끼가 청승맞게 뭐 하는 짓이냐. 길이라도 잃었느냐?"
고개를 들어보니 남루한 옷을 걸친 노인이 자기를 내려보며 혀를 차고 있다.
"왜, 당신도 나한테 빼앗고 싶은 게 있어?"
도톰한 붉은 입술이 열리자 잔뜩 쉰 소년의 목소리가 낮게 새어나왔다.
"허, 그 놈 어린 것이 말한는 싸가지 좀 보게."
"하지만 당신은 한 발 늦었어. 이미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소년은 노인이 뭐래건 자기 할 말만 하고는 다시 고개를 무릎사이로 묻어버렸다.
노인은 소년의 행동에 미간을 잔뜩 찡그리더니 이내 눈을 빛내며 소년을 면면히 살피기 시작했다.
위아래로 한참동안 소년을 훑어보던 노인이 갑자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요컨대, 네 놈은 거지다 이 말이로구나."
아직도 안 갔었나.......
소년은 자신을 자꾸 현실로 불러들이는 목소리가 귀찮기만 했다.
"그래, 난 거지야. 그러니까 신경쓰지 말고 그냥 가 줘."
소년의 대꾸에 노인이 피식 웃었다.
"고개를 들어보거라."
"......."
"어서."
노인의 재촉에 소년은 마지못해 고개를 들었다.
시키는대로 하면, 내가 거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미련없이 떠나겠지.
소년의 눈을 쏘아보던 노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중한 것을 잃은 모양이구나."
"......."
"되찾으러 갈테냐?"
감정을 잃은 소년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나에겐...... 되찾을 수 있을만한 힘이 없어....... 애초에 힘이 있었더라면 잃지도 않았을 테지만...... 그렇지만....... 내가, 내가 되찾을 수 있을까? 서아는 아직 다섯살밖에 안 됐는데....... 내 동생...... 내 동생은......."
낮게 읊조리던 목소리가 끝에서는 비명처럼 날카로워졌다.
노인이 손을 들어 발작을 하는 듯 절규하는 소년의 어깨를 살며시 감쌌다.
소년은 한참을 흐느낀 후에야 겨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이야, 나와 함께 가겠느냐?"
은근하게 묻는 노인의 말에 소년은 눈물과 콧물에 엉망이 된 얼굴로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난 거지라니까. 그건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렇기 때문에 널 데려가려는 거란다."
의외의 말에 소년의 눈이 동그래졌다.
노인은 토끼같은 소년의 눈을 보고 잠시 허허거리더니 소년에게 씨익 웃어주었다.
"나도 거지거든."
* 소설 읽는 건 좋아하지만 필력은 형편없습니다 ㅇㅂㅇ;;
소년은 나무에 기대어 홀로 주저앉아있었다.
일고여덟살쯤 되었을까.
짙은 검은색 머리칼과 대비되는 뽀얀 우윷빛 피부.
크고 서글서글한 눈이 인상적인 소년의 모습은 마치 신선을 모신다는 동자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ㅡ.
소년의 눈에는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라면 으레 갖고 있어야 할 호기심은 커녕, 기쁨이나 슬픔같은 그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소년의 눈은ㅡ.
죽어있었다.
휘오오오ㅡ.
바람이 나무 사이를 달리며 스산한 소리를 냈다.
그러자 소년은 몸을 작게 움찔이더니 무릎을 가슴앞으로 당겨 손으로 감싸안았고, 그 바람에 소년의 몸 곳곳에 붙어있던 피딱지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누더기 사이로 얼핏 보이는 소년의 몸에는 날카로운 것에 베인듯한 상처가 가득했다.
아직도 피가 스물스물 새어나오건만 소년은 상처를 의식하지도 못하는 듯이 죽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서아야.......'
소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며 눈에 애잔한 빛이 스쳐지나갔다.
'눈물은 커녕....... 그들에게 화조차 낼 수 없어.......'
그들에게 끌려가며 애처로운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던 그 작은 아이를 위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었던가?
죽어가는 자신을 위해 그 작은 아이가 스스로 죽겠다는 말을 했다.
'우리 오빠 괴롭히지 마! 오빠를 내버려 둬! 내가, 내가 따라갈게. 그러니까 우리 오빠 제발 죽이지 마. 오빠를 죽이면 나도 죽어버릴 거야!'
자신을 향해 검을 들이대는 그들에게 뾰족하게 외치던 어린 소녀.
'안녕....... 오빠.......'
처연하게 웃으며 작별을 고하던 내 동생.......
소년은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으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다만....... 다만 이다지도 약한 내가 너무 한심하다....... 제 동생 하나 지키지도 못하는 내가 오빠란 말인가? 그 어린 아이가 얼마나 무서울까....... 그런데도 오빠라는 녀석은 동생을 구하기는 커녕 제 몸 하나 지킬 힘조차 없으니....... 서아야.......'
죽어있던 소년의 눈이 자기혐오로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무릎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상처를 쓰라리게 했지만 소년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 때 소년의 머리 위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놈의 새끼가 청승맞게 뭐 하는 짓이냐. 길이라도 잃었느냐?"
고개를 들어보니 남루한 옷을 걸친 노인이 자기를 내려보며 혀를 차고 있다.
"왜, 당신도 나한테 빼앗고 싶은 게 있어?"
도톰한 붉은 입술이 열리자 잔뜩 쉰 소년의 목소리가 낮게 새어나왔다.
"허, 그 놈 어린 것이 말한는 싸가지 좀 보게."
"하지만 당신은 한 발 늦었어. 이미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소년은 노인이 뭐래건 자기 할 말만 하고는 다시 고개를 무릎사이로 묻어버렸다.
노인은 소년의 행동에 미간을 잔뜩 찡그리더니 이내 눈을 빛내며 소년을 면면히 살피기 시작했다.
위아래로 한참동안 소년을 훑어보던 노인이 갑자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요컨대, 네 놈은 거지다 이 말이로구나."
아직도 안 갔었나.......
소년은 자신을 자꾸 현실로 불러들이는 목소리가 귀찮기만 했다.
"그래, 난 거지야. 그러니까 신경쓰지 말고 그냥 가 줘."
소년의 대꾸에 노인이 피식 웃었다.
"고개를 들어보거라."
"......."
"어서."
노인의 재촉에 소년은 마지못해 고개를 들었다.
시키는대로 하면, 내가 거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미련없이 떠나겠지.
소년의 눈을 쏘아보던 노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중한 것을 잃은 모양이구나."
"......."
"되찾으러 갈테냐?"
감정을 잃은 소년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나에겐...... 되찾을 수 있을만한 힘이 없어....... 애초에 힘이 있었더라면 잃지도 않았을 테지만...... 그렇지만....... 내가, 내가 되찾을 수 있을까? 서아는 아직 다섯살밖에 안 됐는데....... 내 동생...... 내 동생은......."
낮게 읊조리던 목소리가 끝에서는 비명처럼 날카로워졌다.
노인이 손을 들어 발작을 하는 듯 절규하는 소년의 어깨를 살며시 감쌌다.
소년은 한참을 흐느낀 후에야 겨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이야, 나와 함께 가겠느냐?"
은근하게 묻는 노인의 말에 소년은 눈물과 콧물에 엉망이 된 얼굴로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난 거지라니까. 그건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렇기 때문에 널 데려가려는 거란다."
의외의 말에 소년의 눈이 동그래졌다.
노인은 토끼같은 소년의 눈을 보고 잠시 허허거리더니 소년에게 씨익 웃어주었다.
"나도 거지거든."
* 소설 읽는 건 좋아하지만 필력은 형편없습니다 ㅇㅂㅇ;;
아무튼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