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0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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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보니 예뻤다. 아까는 워낙 긴장한 상황이라 느낄 수 없었지만 작은 얼굴에 매력적인 쇼트 컷이 너무도 잘 어울렸다. 큰 눈과 하얀 피부는 여전했고 변한 것은 키뿐이었다.

“키가 많이 컸네요.”

내가 이런 말을 건넬 수 있다니. 그녀 앞에선 여성공포증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놀랄 상황이다.

“네? 언제 저 본적 있어요?”

난 황급히 수습했다. “아뇨, 그냥 키가 크다는 말입니다.”“그래요. 그게 스트레스에요. 키가 175cm이라니. 높은 힐도 못 신는 다구요. 그쪽은 키가 커서 다행이네요.”

182cm이 큰 키는 아닌데. 뭐 그래도 나보다 작은 사람도 많으니까. 그런 사람들과 그녀가 마주본다면 그보다 어색한 상황도 없겠지. 2층에 올라오자 그녀는 내게 이불 한 장과 배게 하나를 던져주었다.

“방엔 들어오지 마요. 소파든 바닥이든 주무시고, 샤워는 안돼요.”

“아, 네. 저…….”

하얀색 방문이 쾅, 하고 닫혔다.

“감사합니다.”난 문을 보고 말했다.

*

말끔히 온몸을 닦고 목욕탕을 나섰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녀가 내린 첫 명령은 냄새가 심하니 씻고 오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욕실은 절대로 내어줄 수 없다고 했다. 그 자세가 꽤나 완고했기에 난 목욕탕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런 것이 생판 모르는 남자가 아르바이트 하겠다며 자신을 찾아와서 잘 곳이 없다고 하루를 같은 집에서 묵는 어이없는 상황에 욕실까지 쓰겠다고 하면 그것 만 한 적반하장도 없기 때문이다. 옛날의, 옛날의 연인이라면 혹시 모르지만.

난 가게로 돌아가는 길에 매장에 들러서 옷을 샀다. 돈은 쓸 만큼 있었고 옷은 한 벌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틀 연속으로 입어서 냄새도 심했다. 새 옷을 입고 입던 옷은 종이 백에 넣었다. 난 가게 문을 열었다.

“어서오세……요.”

“네, 여기 혹시 Radiohead의 OK Computer 앨범 있나요?”

“그쪽이 카운터 봐요. 가격 모르면 나한테 물어보고. 위에 올라 가 있을게요. 전화 회선은 1번.”

내 짧은 꽁트는 말끔히 무시당했군. 난 그녀의 뒷모습에 대고 말했다. “그냥 가게 좀 둘러보고 있을게요. 어차피 손님도 없는데.”

그녀의 뒷모습은 잠시 멈칫하다 계단으로 사라졌다. 긍정의 의미로 생각하지 뭐.

가게의 구성은 좀 특이했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가수나 TV프로에 자주 출연하는 대중가수의 음반은 별로 없었다. 의외로 락 음악이 많았고 이름 모를 가수들의 CD도 많이 있었다. 내 음악적 견문이 얕아서 알아보지 못하는 것뿐이지만. 그래도 난 비틀스나 라디오헤드, 레드 제플린 그리고 핑크 플로이드와 딥퍼플 같은 유명한 밴드들은 알고 있었다. 선반 위쪽으론 그런 가수들의 박스 세트나 리마스터링 에디션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론 수많은 CD들이 줄줄이 꼽혀 있었다. 차마 짐작하기도 힘든 개수였다.

Who's 날삶

죽어가느냐 살아가느냐. 그것에 따라 인생은 판이하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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