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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오후 9시 40분경 3화가 수정됐습니다. 이전에 글을 읽으신 분은 다시 읽어 주세요. 이후에 글을 읽으신 분은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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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그래. 넌 왜 그렇게 무식하니?”


“아니거든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내가 웃는걸 보더니 허큘러도 미소 지었다. 아니, 이 녀석은 어쩌면 아까부터 웃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세히 관찰 한다면 아마 하루 종일 웃고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저 앞으로 갈림길이 보였다. 우리가 항상 헤어지는 곳이다. 오른쪽으로 가면 허큘러의 집이 나오고 왼쪽으로 가면 내 집이 나온다. 허큘러가 먼저 인사를 했다.


“라비욜, 잘 가.”


허큘러의 말이 들려왔지만 난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왼쪽으로 걸어갔다. 머뭇거리던 허큘러는 날 따라오려다 갈림길에서 멈춰선 듯 했다. 뒤에서 다시 허큘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비욜~~!!! 잘가~!!!”


난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손을 들어 휘저었다. 일종의 사소한 인사. 나는 길 끝에 다다랐을 때 쯤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허큘러는 아직도 그곳에 서 있었다. 아직까지 서 있냐?

“잘가~~!!!”


징한 놈. 나는 대답하지 않은 채 그냥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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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스는 앞으로 한걸음 걸었다. 산은 어둠에 휩싸인 지 오래였고 비하스는 완전히 어둠 속에 파묻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비하스는 앞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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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욜? 빨리 나가야지?”


어머니는 나에게 말했다. 오늘은 기쁜 날이고 우리 가족은 그 날을 축복해야 하지만 부모님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머니는 행동 하나하나를 서두르고 있었고 아버지는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셨다.


“네, 어머니.”


오늘 아침, 처음 보는 사람이 우리 집에 왔었다. 부모님이 그의 말을 듣고부터 긴장하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난 그가 한 말이 뭔지 부모님께 묻지 않았다. 내가 물을 때 까지 숨기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 말하기 힘든 일일게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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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스는 앞으로 한걸음 걸었다. 부러진 가지들을 밟을 때 마다 메마른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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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큘러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내가 싫어?”


나는 허큘러의 진지한 표정이 더 짜증났다. 여기서 내가 싫다고 말한다면 넌 슬퍼지고 우울해 지겠지? 한번 경험 해 보라고. 울면서 날 찾아 와 보시지. 자존심 굽히란 말이야.


“응, 꺼지라고.”


허큘러는 돌아섰다. 점점 작아졌다. 난 그때만 해도 허큘러가 다시 돌아올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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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스는 앞으로 한걸음 걸었다. 비하스는 어둠에 묻혀, 어둠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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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때 말이지? 자네가 그것을 묻는 것도 이상하군. 이건 그 일이 있은 후 며칠 뒤에야 알게 된 이야길세. 그들은 아마 마귀, 마녀들이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나라의 성직자가 그들을 죽인거지. 나도 메카 일가가 그런 무서운 마귀들이었을 줄은 몰랐지! 부모도 부모지만 아들 녀석은 착한데다 머리도 좋았거든. 하지만 그런 놈들이 더하다고…… 쯧쯧. 그래도 애까지 죽인 건 좀 심했지? 아, 애 하니까 생각나는데, 그때 쯤 마을에서 행방불명된 아이가…….”


난 그대로 몸을 돌려 뛰었다. 남에게 눈물을 보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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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스는 앞으로 한걸음 걸었다. 어둠을 걷는 비하스의 발자국이 어둠에 찍혔다.


====


“메카 서스텍, 메카 미호, 메카 라비욜 전부 확인했습니다!”


말소리가 들리자마자 그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그 말이 공격 시작 명령인 것처럼. 내 앞에서 무언가가 솟아오르고 무언가가 꺼졌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지금껏 내가 봐왔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마법을 구사했다. 그리고 그들도 그랬다. 마법과는 달랐지만 그게 유도하는 결과는 마법의 그것과 같았다. 서로가 서로를 파괴했고 파괴로 뭉쳐졌다. 나는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무조건 뛰었다. 나뭇가지가 내 볼을 할퀴고 지나갔다. 바위가 내 무릎을 찍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마비된 나는 그것들을 느끼지 못했다. 난 그저 본능적으로 뛰었다.


본능이 이끈 곳은 허큘러의 집 앞이었다. 나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정원에 앉아 있던 허큘러를 찾아 낼 수 있었다. 허큘러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네, 라비욜. 다신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무슨 일이야?”


난 대답 할 수 없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큰 고역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쓰러지자 허큘러는 급히 나에게 달려왔다.


“라비욜?! 무슨 일이야??”


내 입은 한가지만을 말했다.


“집……. 집에서…….”


“집? 너희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일단 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허큘러는 내가 뛰어 온 방향으로 곧장 달려갔다. 나의 집이 있는 곳이다.


“헉, 헉. 허큘러……. 가면 안 돼…….”


무엇보다도 간절했던 내 목소리는 허큘러의 귀에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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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스는 앞으로 한걸음 걸었다.


커다란 핏자국 세 개가 보였다. 집 안에서 두 개, 정원에서 한 개. 어머니와 아버지는 필사적으로 대항했고, 그러다가 돌아가셨다. 도대체 왜 부모님이 죽여야 했을까?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하지만 부모의 죽음보다 더 의문이 드는 건,


허큘러는 어디로 간 것일까. 나는 그것의 해답을 정원의 핏자국에서 찾고 싶진 않았다. 뭔가 다른 결말이 있을 거야. 우리 집 쪽으로 미친 듯이 달려오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온 몸을 강타하는 극심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는 결말 말고 다른 결말이 있을 거야. 부모님을 죽인 사람들이 메카 서스텍, 메카 미호, 메카 허큘러 모두 완전히 사살 했습니다! 따위의 말을 외치고 어딘가의 땅에 주검을 파묻고 사라졌다는 결말 말고 뭔가 다른 결말이 있을 거야. 난 그것의 실마리를 찾지 않으면 안 돼. 그러지 않으면 안 돼. 하지만……. 난 그 후 10년 동안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


비하스는 앞으로 한걸음 걸었다.


====


난 이틀 뒤에 다시 그를 찾아갔다.


“사라진 아이 말입니다만. 혹시 허큘러라는 이름이었습니까?”


“자네가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지?? 아이의 이름은 확실히 허큘러였어. 아이가 실종되고 난 다음 그의 부모도 몇 년 안 돼서 죽었지. 하긴, 그 나이에 자식 키우는 기쁨 아니면 어떻게 사는가? 그렇지?? 아무튼 그때는 마을 분위기가 뒤숭숭했지. 메카 일가는 몰살당하고 허큘러는 사라지고. 그런데 자네는 10년이나 지난 일을 왜 묻는 건가? 이 도시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 사건은 또 어떻게 알고 있고?”


“사망한 메카 라비욜의 부모를 옛날에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제 또래의 허큘러도 만났구요. 그건 그렇고, 그분들이 그렇게 추악한…… 마법사였을 줄은 몰랐군요.”


“마법사? 아, 마녀들을 말하는 건가? 하긴 그렇지. 나도 그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으니까.”


“그러십니까.”


나는 오늘도 거짓을 말했다.


====


비하스는 앞으로 한걸음 걸었다.


“내일이면……. 내일이면 그를 만날지도 모릅니다."


눈물이 나오는 눈의 종류는 두 가지로 정해 져 있다. 슬픈 눈과 나쁜 눈. 그러니까 눈물의 종류도 당연히 두 가지다. 슬픈 눈물과 나쁜 눈물. 나쁜 눈물은 복수심에 찬 눈물이라 해도 될 것이고, 분노의 눈물이라 해도 될 것이다. 비하스는 나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현재를 걸으며 흘리고 있었다.


 

Who's 날삶

죽어가느냐 살아가느냐. 그것에 따라 인생은 판이하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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