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2 13:22

Red invasion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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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985 추천 0 댓글 3





이곳의 공기는 쾌쾌하고 피부도 숨쉬기를 거부할정도로 좋지않다. 이 지옥같은 곳에 있는 이유는 내가 변종 고블린 이라는 이유로 인간들에게 잡혀와서 사육되고 있다. 매일 매일 동료들이 하나씩 사라져가고 있다. 분명히 풀려나는 것은 아닐 것 이다. 그럴 때 마다 나의 감정은 더욱 무뎌지고 있다. 요즘은 그냥 무덤덤해 질 뿐이다. 나는 그저 죽을날 만을 기다리고 있을뿐...


여긴 감옥과도 같다. 아니, 감옥하고 비교할 대상조차 안될정도로 최악의 공간이다. 솔직히 나갈 희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서 실험 재료가 되어 편안히 쉬고 싶을 뿐이다. 자살할 용기가 없어서 그냥 살고 있을 뿐 이다. 같이 잡혀온 나의 동료들도 그러할 것이다.


"325번, 511번 나와라"


심판의 음성이 고막을 울린다. 511번은 옆방이라 잘 모르는 사이지만 325번의 경우는 같은 방 나의 동료이다. 오래전에 인간들이 습격해 왔을때 같이 잡혀간 친구다. 지금은 이름도 잊은지 오래다. 솔직히 내 이름도 가물가물 하다. 번호로 부르도록 강요되는 데다가 옷에 번호가 적혀있어서 번호로 부르는게 더 편하졌다. 내 번호는 301번이다.


인간들은 변종들의 단단한 피부를 연구하고 있는것 같다. 저번에 어떤 한 고블린의 시체를 보았는데 가죽만 벗겨진채로 부폐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속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분명 어제 먹은 썩은 음식들도 포함됬겠지만 다른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만큼은 이 곳을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인간을 증오했다. 하지만 지금은 감각이 무뎌져만 간다.


"301번, 이것 좀 봐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서 옆을 봤더니 역시 156번의 목소리였다. 그와는 나와 가장 친한 동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사이가 좋다. 그는 무언가를 내밀고 있었는데, 날이 날카롭게 선 칼날 조각이였다.


"그건 어디서 난거냐? 그걸로 뭐하게?"

"저번에 큰 소동이 한번 있었잖아, 그 현장에서 주웠어"


예전에 변종 고블린 무리가 엄청나게 많이 잡혀왔던 적이 있었다. 거의 100명쯤 됬던걸로 기억한다. 그들은 혈기왕성한 젊은 변종 고블린 무리였기 때문인지 얼마 못가서 힘을 모아 철장을 휘어버리고 뛰쳐나와서 인간들을 살해했다. 나도 가서 돕고싶은 심정이였지만 우리는 철장을 휠 만큼의 힘은 이미 사라진 뒤 였다. 하지만 역시 무장을 한 인간들에게 맨몸으로 덤빈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 이였다. 그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고 이 실험실이 피범벅이 되었었다. 지금은 지워서 많이 사라졌지만 자세히 둘러보면 흔적이 남아있을 정도다.


"너 혹시... 빠져나가려는 생각이야?"

"그래,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말이야... 그 구린내 나는 입에서 156번 이란 소리가 나오면 순순히 나가는 척 하면서 찌를거야. 너도 같이 하자"


솔직히 난 의욕이 나지 않았다. 살아서 밖에 나가서 뭘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생각이였다. 내가 별로 내키지 않은듯 표정을 짓자 그가 당당한 눈빛으로 무언가를 내밀었다.


"하나 더 있어, 이건 니꺼야"


상당히 날이 잘 선데다가 조각 정도가 아니고 손잡이 까지 있었다. 날이 짧지만 조금만 다듬으면 단검으로 쓸 수 있을것 같았다. 손잡이는 빨간색이였다. 하지만 약간 검은색이였다. 아마도 피에 물든거 같다. 약간 나쁜 기분이 들었지만 분명 손잡이에 새겨진 이 문양은 고블린식 이였다. 그걸 본 순간 가라 앉았던 침전물이 다시 솟아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인간들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먹을것을 나눠주는 모양이다. 사실 거의 먹을것이 못되는 음식들이다. 가끔 고기가 나올때도 있는데, 알고보니 실험하고 남은 고블린의 고기였다. 그것을 알고 난 이후로 모두들 고기가 나왔을땐 전혀 먹지 않는다. 인간들도 눈치챘는지 요즘엔 고기가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인간들이 먹다남긴 음식이나 썩거나 오래되서 먹지못하는 음식들을 나눠준다. 변종 고블린은 내성이 강해서 왠만한것은 먹어도 괜찮긴 하다. 게다가 일단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먹는다. 맛은 기대하면 절대 안된다. 처음엔 구역질도 나올 정도였지만 이제 적응이 됬다.


허기진 배를 채운 뒤엔 그냥 가만히 있는것 밖에 할게 없다. 그냥 몇마디 대화 후 침묵일 뿐이다. 대화랄 것도 없다. 고향을 그리워 하는 몇몇 신참 고블린들이 신세한탄을 하는것 뿐이다. 오랫동안 묵었던 나같은 고참 고블린들은 그저 누워있거나 앉아있거나 둘중에 하나다. 가끔 신참들이 일으키는 소동 때문에 대홧거리가 약간 생기지만 요즘엔 잡혀오는 변종 고블린들이 거의 없어서 가만히 있는 시간이 더욱 많다. 그저 회색 돌벽을 바라보고 있을 뿐. 그런데 요즘 벽에 금이 약간씩 가는게 보인다. 처음에 위쪽에서 1cm 정도 나있던 금이 점점 길어져서 10cm 정도로 늘어났다. 요즘은 저걸 부수고 나갈까 하는 대화가 오고가지만 그것도 아마 잠시뿐일 것이다. 복도에서 인간들이 금간 벽을 보고는 좀더 벌어지면 수리 해야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조만간 더 벌어져서 수리가 되면 나갈 희망도 사라지고 그들의 생명도 점점 사라질 것이다.


'음.. 오늘은 누구를 고를까..'


이젠 인간의 상상 까지도 귓가에 들린다. 매일 밥을 준 뒤에는 누굴 고를까 밖에서 서서 우리들을 한참 쳐다보고 있다. 호명되는 날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신참들은 살짝 눈길을 피하곤 한다.


"82번이 좋겠군. 82번 나와라"

"어?! 아니.. 안돼!"

"이럴수가!.."


주위에선 좌절의 목소리와 수근덕 대는 소리가 들린다. 언젠간 호명되는게 맞는 사실이긴 하지만. 그가 불려졌다는게 나의 피를 더욱 들끓게 했다. 82번은 예전의 우리 변종 고블린 무리를 다스리던 곰바 장군 이였다. 내 이름은 몰라도, 동료의 이름은 잊어버려도 그의 이름 만큼은 잊을 수 가 없었다. 이번만큼은 분노가 금방 사그라 들지 않는다.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도 그가 우리들을 보살펴주고 위로해줬다. 희생 정신이 강한 장군이였기에 더욱 슬펐다. 하지만 눈물이 나지 않는다는게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조용히 해라... 어차피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였다. 부디 뒤를 부탁하마"


곰바 장군의 마지막 말이였다. 등뒤에 번호 82이라는 숫자를 단 체 홀로 쓸쓸히 걸어나갔다. 붙잡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현명하게 시간을 들여서 판단하기로 했다. 그가 멀리 걸어나가 사라진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Who's 고성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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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세고 강한 아침. 만일 내게 물어보면 나는 고성능

Comment '3'
  • ?
    YR·IS 2009.03.03 01:43
    오! 새로운 소재! 이번엔 고블린인가요!
    +_+ 눈이 번뜩입니다!!! 하하하하
    하지만! 지적할 것은 하고 넘어가야겠지요
    솔직히 지적이라고 하기에는 뭐합니다만

    -손잡이는 빨간색이였다. 하지만 약간 검은색이였다-
    이부분은 차라리
    -손잡이는 검붉은색이었다.- 또는
    -손잡이는 빨간색이였다. 하지만 검은색이 조금씩 뒤섞인 것을 보니 아마도 피에 물든 것 같아보였다- 가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라는 저만의 의견입니다. 흐흐

    다음 편을 기대하겠습니다 ^^
  • 고성능 2009.03.03 18:02
    #YR·IS
    훔냐 지적 감사합니다.

    그냥 읽어주셨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할 따름..
  • ?
    KL 2009.03.03 20:46
    확실히 '손잡이는 빨간색이였다. 하지만 약간 검은색이였다.' 이 부분이 어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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