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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것이 너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과제다. 이 것만 수행한다면 널 놓아주마."

 눈이 내린 듯 빛이 나는, 단아하게 꼬인 백발이 어깨 위를 흘러내렸다. 눈가와 입가에는 숨기지 않은 당당한 잔주름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세월과 부대끼며 쌓아온 연륜이 느껴지는 온화한 미소. 그러나 미소가 향하는 곳에 서 있는 소년은 그녀의 미소가 온화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요구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아니 헤낼 수 없다는 사실 마저도 진작에 알고 있었다.

 "마치 넌 내게 어째서 이런 과제를 내느냐고 묻는 것 같구나."

 여전히 그윽한 미소를. 소년은 영 못마땅했다. 자신은 여태까지 그녀가 내려주었던 혹독한 과제들 모두를 성실히 이루었고, 이름마저 얻었건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은 물론이며 미숙하다고 말한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은 최연소로, 당당히 자리에 올랐건만 그녀는 어째서 날 인정해주지 않는 걸까. 더욱 강해져야 하는 걸까? 뭐가 부족한 거지? 지금의 나는 그들과도 견주며 대등한데! 허나 그녀의 미소는 여전했다.

 "네가 이 과제를 수행하려면 3년은 더 실력을 쌓아 올려야한다."

 따뜻한 목소리지만, 소년에게 있어선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더 이상 여기에 머무를 수 없다. 머리 속이 복잡해진 소년은 또래들과 같이 당연히 가지고 있을 반항심이 치솟았다. 날 인정하지 않는다면 인정하게 만들어 주겠어! 그리고 여길 떠나고 말겠어!

 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었다.

 소년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리고 미련도 없이 뒤돌아 달려갔다.
 소년의 뒷모습을 여전히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은….
 …아픔과.
 죄스러움….

 "언니! 그만하면 됐잖아!"

 갑작스런 목소리. 그녀의 흔들의자 뒤에는 흑발의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윤기있는 머릿결을 가진 미인이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연령대는 20대 중반? 게다가 몸매는 글레머의 표본이라 할 정도의 섹시 다이나마이트. 이런 여인이 그녀를 언니라니.
 그녀는 흔들의자에서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말했다.

 "린. 저 아이는…."
 "저런 천둥벌거숭이한테 뭘 더 이상하려는 거야! 그동안 언니의 정성은 충분했어!"

 안다. 알고있다. 친혈육이지만 너무나 자신과는 다른 극점에 서있는 동생이기에 이해한다. 저 아이의 눈에는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보였겠지.
 그렇지만, 그렇지만 속에서 풀어지지 않는 죄의식과 미안함……그걸로만 얼버무릴 수 없게 되버린 깊은 정. 평생을 홀로 서 있었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자리였기에 소년은 더 애틋했다. 처음엔 하릴없이 받아들였지만 나중에 자신이 더 안달하고 있었다. 때를 알았지만 쉽사리 놓아줄 수 없듯이.

 "이제 그만 저 자식…놔주자. 이봐 언니 피부가 더 상했잖아!"

 린, 그녀의 동생은 뒤에서 그녀를 안으며 안타까움을 여과없이 말했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그녀. 그렇기에 힘의 사용도 자유로웠다. 오히려 그때문인지도 모른다. 전에 유례없을 정도로 최강자가 탄생했으니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의 동생이었다. 통제하려 들고 절제하려 들었던 자신을 뒤돌아보게 만들고 반성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이며 혈육이기에 시기, 질투하며 또 한편으론 사랑하는 사람.
 그녀는 자신을 안고 있는 린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

 "저 아이는 너의 어렸을 때 모습과 쏙 빼닮아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구나."
 "뭐라고!? 저런 천둥벌거숭이랑 내가!!??"

 커다란 목청으로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동생을 보며 그녀는 입가를 가리며 미소짓는다. 미소짓지만 빈말이 아니었다. 소년에게는 자유를 가르쳤다. 어릴 적 동생의 모습과 함께 커가며 봐온 모습을 떠올리며.

 "너에게 부탁이 있단다."

 길길이 화내던 린은 언니의 말에 뚝 멈췄다. 무슨 말인지 들을 필요도 없었다. 얼마나 긴 시간을 함께한 자매인데. 그 정도의 속내도 모를까.
 싫어! 싫어! 하기 싫단 말야!
 차마 자신의 속내를 말 할 수 없었다. 언니의 진지한 모습때문에.

 "나 대신, 저 아이를…저 아이의 곁을 지켜봐다오."

 …싫어.

 "쳇, 할 수 없지. 내가 평소같으면 안해주는데! 요거 때문에 들어주는거다! 알겠지!?"

 린은 손에 들린 기다란 무언가를 쥐고 흔들면서 말하지만.

 "그래, 그래."

 온화한 저 미소, 그래 저 미소! 저 미소야 말로 언니니까.
 아쉽지만 빨리 그 녀석을 봐주고 여기로 돌아오겠어.

 "언니! 금방 다녀올께."

 등장과 마찬가지로 사라질 때도 아무런 기척없이 사라졌다.

 "리크…."

 소년의 이름을 나지막히 불러보았다. 복잡한 마음과 함께.
 부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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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M, The power tro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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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
    YR·IS 2009.03.03 01:37
    첫 장면부터 뭔가 알 수 없는 유대감 같은 것이 느껴지는 군.
    난 이런게 좋단 말이지!! 신비주의?! 하하하하하하
    결정적으로는 여자가 나온다...랄까 ?!

    너의 글에도 여지없이 오타가 보이나니~!
    퇴고 작업으로 몇 군데 훑어보시게나!!
  • 쾌남 2009.03.03 20:47
    #YR·IS
    형이 나오니 내가 5월 말에 들어가네 으헝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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