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6540 추천 28 댓글 0
몬스터넷 기획이사 권종진

2000년대 이후 급격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온라인 시장은 이미 단순한 게임 또는 커뮤니티 수준을 넘어 또 하나의 삶이라 할 정도의 다양한 인간관계의 장이 되고 있다. 대인관계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도, 사람 앞에만 서면 입이 굳어버리는 소심한 성격의 사람도, 온라인 안에서는 그 누구 못지않은 달변가가 되어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곤 한다. 인터넷이 처음 보급되던 시절 “저는 인터넷으로 이렇게 성격을 고쳤어요” 라는 식의 경험담은 자주 접해봤으리라. 이러한 점은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이 만들어내는 순기능 중 한가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의 세계가 젊은 층 중심의 특정 부류만의 낯선 공간이 아닌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공간이 되어가면서 앞서 말한 순기능 이상의 많은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

자사에서 서비스 중인 ‘이터널시티’ 의 경우 18세 이하의 미성년과 성인의 비율은 5:5 정도로서 온라인 게임 치고는 평균연령이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성인 유저들의 요구는 성인 전용의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것. 왜 성인들은 미성년자를 기피하고 소위 ‘초딩’ 이라는 단어는 일종의 비속어로써 떠오르게 된 것일까.

온라인 상에서의 욕설과 인신공격은 온라인 이라는 세계가 열린 이후 언제나 문제로서 지적되어 왔으나 기술력과 인프라의 성장에 비해 온라인상의 도덕적 관념은 오히려 뒷걸음 쳐 왔다. 어떤 게임을 봐도 ‘욕 한두마디 쯤이야..’ 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으며 이러한 욕설을 게임 접속의 차단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사업자의 입장에서 대단히 고민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터널시티의 오픈베타 초기시절 다른 것은 몰라도 욕설과 사기에 대해서만은 강력히 제재하여 깨끗한 게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공헌하고 실제로 정도 이상의 욕설은 모든 대화목록을 일일히 검색하여 접속 차단 및 글쓰기 금지 등의 제재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 에게는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동시접속자의 증가 곡선은 조금씩 떨어져 갔으며 동시 접속자 하락에 대한 원인을 찾던 중 팬사이트 또는 웹진 등의 게시판에서 “이터널시티 욕 좀 한다고 계정블럭 하는 게임이니 하지 마세요” 류의 게시물과 이에 동조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상당수 볼 수 있었다.

물론 당사자로서 억울한 내용이 없을 수는 없겠으나 문제는 욕설 이 온라인 상에서는 ‘해도되는 것’ 으로 인식되는 풍조에 있으며 ‘실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 온라인 상에서 좀 풀어보겠다는데 이게 무엇이 문제냐’ 라는 반문은 나를 당황하게 하였다.

다시 ‘초딩’ 으로 돌아가 보자. 욕설로 제재되는 유저의 대부분은 고등학생 미만의 어린 유저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계몽하고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은 성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매너가 없다고 해서, 짜증이 난다고 해서 이들을 무시하고 ‘초딩’ 이란 단어로 비하하며 성인들만의 공간으로 피하려 하는 것은 성인으로서의 의무를 져버리는 일이 아닐까..

‘서비스업종의 사업자로서 유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 나는 이점을 운영의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유저가 욕설의 자유를 원할 경우 어찌해야 하는가. 자사의 게임을 즐겨보고 싶어 접속한 유저를 욕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로 쫒아낸 꼴이 되었으니 이것은 사업자로서 옳은 판단을 한 것인가. 그리고 이들에게 제재를 가하기 전에 나는 성인으로서 어린 유저들에게 올바른 온라인 매너를 위한 계몽을 충실히 이행 하였는가.. 그리고 올바른 계몽 없이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 성인으로서의 의무를 져버리고 피하는 행동과 무엇이 다른것일까..

사업자로서의 입장과 성인으로서의 입장에 차이가 있어서야 되겠는가 그저 유저만 모으면 좋은일인 것일까..?


[온라이프21 - www.OnLife21.net]

의견 남기기 [클릭]


포인트 안내 - 글 작성: X / 댓글 작성: 0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87 인터뷰 [넥슨] 온라인게임 업체 지지도 1위!! <넥슨> "서원일" 대표와의 인터뷰 37 OnLife 05.13 8807
86 X-File [데카론] 익스트림 액션 데카론의 장진욱 개발실장 17 OnLife 03.28 4743
85 X-File ‘겟엠프드’ 초고수를 만나다. 41 OnLife 07.05 12405
84 X-File [아크로드] NHN야심작 “아크로드” 인터뷰.. 16 OnLife 06.18 5508
83 X-File [무크] 1차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마친 “무크”를 만나보았다. 9 OnLife 06.17 4529
82 X-File [릴온라인] 이진하 실장과의 인터뷰 26 OnLife 06.07 5020
81 X-File [넥슨] 온라인게임 업체 지지도 1위!! <넥슨> "서원일" 대표와의 인터뷰 37 OnLife 05.13 8752
80 X-File test 4 OnLife 12.27 1939
79 업체칼럼 한국 게임 유저들은 진심으로 게임을 사랑하는가 OnLife 07.19 7802
78 업체칼럼 유저에게 감동을 주자 OnLife 07.09 6043
77 업체칼럼 프리 서버 '유감(遺憾)' OnLife 07.02 13121
» 업체칼럼 유저만 모으면 좋은 일인가..? 28 OnLife 06.24 6540
75 업체칼럼 "Back to Basic" OnLife 06.19 4978
74 업체칼럼 온라인 게임, 풍요 속의 빈곤은 해결 될 것 인가? OnLife 06.12 5167
73 업체칼럼 게임 하나 만들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OnLife 05.27 8014
72 업체칼럼 틈새에서 주류를 꿈꾼다…. OnLife 06.27 725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