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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고야 대표 홍동희

컴퓨터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이 1981년이니까 24년 전이라고 생각된다. 그때는 지금의 컴퓨터와는 비교 할 수 없는 간단한 칩 몇 개를 연결해서 LED에 불 들어오게 만들어 놓고는 환호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 후 모니터가 연결된 개인용 컴퓨터를 접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충격 그 자체였다. 결국 마더보드 기판만 사다가 모든 부품을 조립하여 TV를 모니터로 사용하는 나만의 컴퓨터를 만들었을 때 세상이 전부 내 것이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요즘 컴퓨터 잘 만지시는 분들도 직접 원하는 부품을 모아 조립을 한다. 하지만 그 당시 컴퓨터를 조립한다는 것은 우선 빈 기판을 사다가 모든 부품을 전부 납땜하고 일일이 동작 확인을 한 후 마지막으로 케이스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예전 청계천에서 애플 조립 컴퓨터를 가지고 게임을 하거나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나는 분들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때 컴퓨터를 하나 갖는다는 것은 정말 가슴 떨리게 신나는 일이었다. 그런 가슴떨림을 느낄 수 있었기에 오늘날까지도 나름대로 큰 불평없이 게임을 만들고 있지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은 자꾸만 좋아지고 있다. 그렇게 일일이 조립하던 시대가 지나고 원하기만 하면 컴퓨터를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카세트 테이프에다 자료를 저장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이젠 플로피 디스크조차 사용하지 않는다. 처음 나왔을 때 그렇게 신기하던 마우스도 이젠 고장나면 바로 버린다. 황홀한 그래픽을 자랑하던 14인치 컬러 모니터도 이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고용량의 극치이던 10MB 하드디스크도 모두 다 과거의 기억속으로 사라졌다.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에서 자료를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이메일도 일상화 되었다. 이렇게 컴퓨터 세상은 자꾸 좋아지고 있는데 유저들은 점점 게임이 재미없어진다고 불평이 많다. 예전의 명작게임에서 느꼈던 감동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기술이 발전하여 최첨단이 되어간다고 모든 것이 다 좋아지는 것일까? 분명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미 나름대로의 소신을 가지고 게임을 판단한다. 한편 게임이 보편적이 된지 이미 20년 가까이 흘렀다. 거의 한세대가 지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20세이지만 게임을 즐긴 경력이 10년을 넘는 사람도 있고, 40세이지만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사회에는 이제 서로다른 다양한 게임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현재 국내 게임계의 주류는 온라인 게임이라고 한다. 과거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예전에는 비디오 게임이나 PC게임이 주류를 이루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유행한 게임의 정점을 이룬뒤로는 조금씩 게임을 즐기는 계층이나 열정이 얇아지는 느낌이다. 그러고도 또다시 몇 년이 흐른 상태이다.

현재 나와있는 온라인 PRG는 대개 ‘디아블로’에서 착안한 시스템이 많다. ‘울티마 온라인’이 끼친 영향도 크다고 하겠다. 또한 국내 RPG중에선 ‘파이널판타지’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게임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지금의 사용자들은 한국 온라인 게임에서 과거 유명했던 게임의 잔재를 보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건 기획자건 모두들 앞으로 무슨 기능이 들어갈지 뻔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참신한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기술이 발전하고 하드웨어가 좋아져서 더 좋은 그래픽과 더 좋은 사운드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지만 유저들의 가슴을 떨리게 할만한 새로운 기획을 만들어내기란 점점 더 어렵게 되었다.

루넨시아를 만들면서 가장 염두에 둔것은 예전에 게임을 새로 샀을때의 그런 가슴떨림을 유저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가 이다. 루넨시아는 무료이므로 패키지 게임처럼 구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게임에 처음 들어갔을 때 예전에 내가 성검전설이나 파이널 판타지를 하면서 느꼈던 그 감동을 재현 할 수 없다면 시중에 난무하는 온라인 게임 하나를 더 만들고 마는 것 아닌가 싶어 늘 고민하게 된다. 루넨시아는 아주 거대한 제작비가 든것도 아니고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사용하지도 않았다. 다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쉽고 재미있고 왠지 정이 가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앞으로도 그런 목표를 가지고 계속 제작에 임할 생각이다.

게임하나 잘 만들기는 정말 어렵다. 회사 설립 후 12년을 만들어 왔지만 아직도 게임 하나 잘 만들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게임회사들은 유저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재미를 발굴해야 하며 과거의 명작이 주는 감동을 재현해야 한다. 한국게임이 오랫동안 번영을 누리려면 게임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옛 애인을 만났을 때의 그런 가슴떨림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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