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일반화에 대해서 오류가 있음을 제기하는 이들을 위해 미리 알린다. 이글에서 말하는 그들은 우리들 모두와 교집합관계이며 우리들 모두는 그들과 많은 것을 공유하지만 결코 그들과 우리를 동일시하지는 않는다.
많은 국내 온라인 게이머들은 새로운 게임을 접할 때 어떠한 행동패턴을 보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다수 게이머들은 별반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다. 접속하자마자 주변을 확인한 후에 몹을 찾고, 그다음 죽을 때까지 공격한다. 이것은 수 년간 국내 게이머들에게 통용되어 온 일종의 암묵적인 법칙이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법칙에 들어맞지 않는 게임이 있다면 어떻게 하는가? 그야말로 그 게임의 게시판에는 일대 설전이 벌어진다. 상당히 라이트한 게이머들은 '재미없다', '너무 어렵다' 라는 식으로 비난을 일삼을 때도 있다. 이에 반해 골수 게이머들은 이러한 비방글에 상당히 논리적인 대응을 한다. 그리고 그러한 비난에 조목조목 답변을 하면서 하나의 제안을 한다. '좀 더 느긋하게 해보라'라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앞서 말한 암묵적인 법칙에 따르는 게이머들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그 수가 점점 줄어들기는 하지만 이들이 수많은 커뮤니티의 기반이거나 혹은 주도층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IMF 이후 PC방 붐을 타고 생성된 이들 게이머들은 어느새 기존 패키지 게이머들이 차지하고 있던 커뮤니티의 주도권을 넘겨받았다.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로 게임을 시작한 이들의 성향은 때로는 편협하게 보여지기도 한다.
리니지 게이머들의 대표적인 게임비평 방식?
만약 새로운 게임이 등장한다면 그들은 새로운 게임의 방식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새로운 기획으로 시장에 뛰어든 많은 게임들이 시장에서 참패를 면치 못한 것은 이들 게이머들이 그 게임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을 겨냥한 게임들이 모두 비슷비슷한 방식의 게임이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한때, 여러 게임 커뮤니티에서 꽤 유명세를 탔던 글이 있는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베타 테스트에 참여한 한 게이머가 게임 내에서 경험한 여러 게임 출신 게이머들의 성향을 분석한 것이었다. 예를 들어 리니지 출신 게이머는 이렇고, 에버퀘스트 출신 게이머들은 저렇다라는 식으로 분류해 놓은 글이었는데 등록 당시 게이머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재미있게 소개해 놓기도 했거니와 곳곳에서 따끔한 일침을 가해 읽는 이의 대리만족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비록 주로 해외 게임을 즐겨온 듯한 글쓴이의 지극히 주관적인 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게이머들은 대체로 글의 내용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 글에서 상당히 좋지 않은 모습으로 소개된 리니지 출신의 게이머들은 '성급한 일반화'가 아니냐면서 비판을 가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만 할 때, 이전의 환경에서 쓰이던 방식을 적용해보는 습성이 있다. 학습효과니 뭐니 하는 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방식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게이머들도 이러한 습성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새로운 게임을 하더라도 이전에 즐기던 게임에서의 플레이 방식을 선호하거나 때로는 고수하기도 하는데 경우에 따라 다른 게이머와 마찰을 빚기도 한다.
리니지 게이머들은 파티플레이 게임에서 기피대상 1호이다
일례로 최근 파티플레이 방식이 대세인 가운데 이러한 방식을 접해보지 못한 게이머들은 이미 경험이 있는 게이머들과 게임속에서 자주 다투기도 한다. 역할분담에 대한 인식이 미약한 상태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게이머들에 대해서 앞에서 언급된 글에서는 '한번 파티에 들어 오게 되면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듬', '여타 다른 게임의 파티플 개념을 접해보지 못한지라 파티를 위기로 몰아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11월 12일, 오픈베타 테스트를 실시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관련한 게시판에는 게이머들간의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주로 와우에 대해서 '재미있다', '재미없다'라는 의견으로 양분되어 설전을 벌이는데, 물론 그 기준이란 지극히 주관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들이 즐겨왔던 게임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틀리지 않다. 리니지를 주로 즐겨온 게이머들은 기존의 게임들과 비교해서 '너무 어렵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등등의 의견을 내고 있다.
이러한 말들에 대해 반대입장에 선 게이머들은 '게임을 얼마나 해보았다고 하는 이야기인가', '새로운 방식에 적응을 해보라'라는 의견으로부터, 극단적으로는 '리니지나 하러 가라'라는 비난까지 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쟁은 벌써 그 열기가 과해져서 첨예하게 대립하다 못해 욕설과 비방이 오고가는 수준으로까지 변질되었다.
'리니지나 하러 가라'라는 말 어떻게 생각하는가?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다. 이 말은 '리니지를 하는 게이머들은 다른 게임을 할 수 없다'라는 주장 또한 내포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이 말은 온라인 게이머들에게 '욕'과 동등한 수준의 말로 인식되고 있다. 리니지 게이머들은 왜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인가?
그 이유를 단순히 리니지라는 게임이 가진 사회적인 폐해가 주는 영향으로 뭉떵거리기는 어렵다. 그것은 앞서 말한 그들의 보편적인 성향, 즉 편협한 게임관에 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새로운 게임에 적응하기 보다는 그 게임을 자신들의 가치관에 끼워맞추려고 노력하는 게이머들이 많다. '그들의 군대식 지존놀이와 약육강식의 법칙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많은 반발을 일으킨다'거나 '무한경쟁에 익숙한 플레이방식으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힘들다'라는 식의 말은 논외로 하자.
새로운 게임을 대할 때, 접속하자 마자 '캐릭터가 움직이지 않는다', '사냥 어떻게 하느냐'라는 질문글로 채팅창을 도배하다가 급기야는 욕설에 인신비방까지 오고가는 사태로 자연스럽게 상황을 유도하는 게이머들. 어떤가? 평소에 느끼고 있는 리니지 게이머들의 모습인가?
그렇게 그들을 설명한 글을 읽으면서 국내 온라인 게임계의 커다란 축을 형성하고 있는 많은 리니지 게이머는 당연히 반발할 것이다. 그러나 리니지를 즐기면서도 '리니지나 하러 가라'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닌가? 무엇이 그들을, 그리고 우리들을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감정으로 내모는 것일까? 무수한 질문을 던지지만 그 해답은 어느 한 사람이 도출할 만한 성격은 아니다. 우리 게이머들 스스로가 곰곰히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이 글을 읽는 이는 과연 어떠한 게이머인가?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이머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간에 이 말을 들으면 당연히 화가 날 것이다. 리니지나 하러 가라. 참 신기한 말이다.
[온라이프21 객원기자 '황성철']
가끔 삐딱하게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