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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사냥, 오늘도 사냥, 내일도 사냥만 해야하는 핵&슬래쉬(Hack&Slash) 방식이 온라인게임의 현주소라 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다.

온라인게임 산업의 주류가 MMORPG 장르의 게임인데 매년 출시되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모두 핵&슬래쉬 방식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으며 새로운 시도는 오히려 외면받기 일수이니 괜한 모험보다는 기존 유저들이 익숙한 방식대로 개발하여 당장의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했고 이런 흐름이 당장 크게 바뀌진 않을것이다.

국내 게임 시장을 주도해온 액션 알피지 온라인게임들 대부분이 핵&슬래쉬 방식인데, 이것은 단순히 케릭터를 강하게 성장시키기위해서 또는 좋은 아이템을 구하기위해 무기를 들고 반복적으로 전투를 하고 진행시켜 나가는 게임을 말한다.

울티마 시리즈, 디아블로등이 떠오른다면 국내에서 온라인게임이 개발되기전부터 게임을 했었다는 것이고, 리니지와 뮤가 떠오른다면 국내에서 온라인게임 산업이 '대박'을 이뤄낼때 핵&슬래쉬 방식의 게임들을 접했다는 얘기가 된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와 당시 IMF 위기로 생겨난 PC방 창업 열풍을 타고 생겨나기 시작한 온라인게임들 중에서 리니지가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한 이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핵&슬래쉬 스타일의 게임은 지난 세월동안 한번도 왕좌를 내놓지 않았으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출, 각종 인기순위, 접속률 등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오늘날 이곳 저곳 토론 게시판, 게임 비평가들의 글, 이제는 지겹다는 유저들의 원성에서 자주 거론되고 하는 얘기가 바로 핵&슬래쉬 일색의 게임들에 대한 비판이다.

지난날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을 일궈내어 이끌고 이제는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며 전세계로 뻗어 나가는데 가장 큰 역활을 해온 그 게임들이 왜 비난받고 있을까?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길것이다.
손가락질을 받는다지만 보여지는 결과와 현실에선 아직도 최고의 자리에 있지 않은가?



단순 미학(?)을 추구한다고도 볼수있는 '핵&슬래쉬'류의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길고 반복적인 플레이 시간을 요구하는 RPG 장르를 택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투에 대한 보상으로 아이템과 성장을 준비하고 중독성을 깔아 유저들을 게임속 세상에 빠지게 한다.
이것이 비단 국내 온라인게임들만의 경우는 아니다. 담긴 내용과 플레이의 다양성만 다를뿐 외국의 게임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온라인게임에선 불특정 다수와의 커뮤니티와 경쟁 요소들을 집어넣었고 그속에서 생겨나는 갈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반복되는 플레이에서 올수있는 지루함을 잊게 해주었다.
이런 단순한 플레이와 온라인게임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크게 신경쓰거나 대처하지 않았기에 비판의 대상이 되는것일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최고의 자리에 남아있고 계속해서 나오는 신작들도 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핵&슬래쉬 방식이 현재까지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고, 신작들도 크게 다르지 못하는것은 익숙함으로 얻어내는 안정된 시작에 대한 메리트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왜 유저들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플레이 방식을 선호해왔으며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행동은 잡념을 없앤다."
반복적이고 지루한 플레이, 일명 '노가다'게임이라 불리기도 하는 핵&슬래쉬 일색의 온라인게임이 문화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이유가 바로 인간은 행동을 함으로서 스트레스를 풀고 고민을 잊게되며 복잡한 잡념을 없앤다는 논리에 있다.

반복적인 플레이가 곧 행동이 되는것이고 오래전부터 게임을 하지않던 라이트유저들에겐 이런 반복적인 행동은 일상 생활의 잡념을 없애주는 탁월한 효능의 약이 되었고 그것을 취미로 즐겼기에 '핵&슬래쉬'류의 게임들이 크게 히트를 치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는 유저수의 증가는 1998년 이후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탔으며 온라인게임 시장 역시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영문백서를 보면 한국의 전체 게임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62%에 이르고 시장 규모 또한 2조4천억원에 다다른다.

지난 5년동안 '핵&슬래쉬' 방식의 온라인게임들이 꾸준한 접속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건 이런 성장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게임 유저들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핵&슬래쉬의 간단한 플레이는 온라인게임을 즐기는데 특별한 어려움없이 쉽게 익숙해지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방식에 지겨워하고 만족하지 못하며 나가서 비판하는 유저들이 생기는만큼 온라인게임을 처음 접하는 유저들이 있었고 그들은 초보자도 쉽게 즐길수있는 플레이를 선호하였다.
이런 추세속에서 나오는 신작들이 그다지 새롭지 못한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이런 흐름속에서 최근 수많은 오픈베타테스트를 경험한 대부분의 유저들에게선 '게임 불감증'이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지겨운 플레이 방식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반면 싫증난 유저들의 자리를 채울 신규 유저들의 수는 끝을 보이고 있다.

이런 얘기는 앞으로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더이상 이제까지의 단편 일률적인 플레이 방식을 가진 게임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라는걸 알려준다.

누가 지겨워하며 나가면 누군가 새로 들어와 그 자리를 채우고 쉽게 익숙해지는 식으로 급조되어 성장해온 것이다.
수요의 한계가 보이는데도 계속해서 똑같은 방식의 게임들이 신작으로 나오고 현재도 개발중인걸 보면 암울한 미래를 보는것 같아 우려된다.

행동은 잡념을 잊게 한다. 하지만 그 행동도 끊임없이 반복된다면 끝은 있는것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유저들의 동향을 보면 1년동안 쉬지않고 폐인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온라인게임에 빠져 즐겼던 유저들이 결국 하던 게임을 어떤 계기로 접속을 끊게되고 수개월간 별다를것 없는 신작을 접하다가 플레이에 집중하지 못하고 헤매며 이전에 하던 게임을 다시 하다가 또 다시 다른 게임을 하는 이런 현상을 어렵지않게 보게 된다.

유저 개인은 스스로 계속 행동을 하기에 게임을 하는 목적을 달성할지 모르지만 이런식은 곧 게임사들의 수익을 줄게하고 게임 산업 발전을 저하시킬것이며 극단적인 결과로는 결국 온라인게임 개발은 고갈되가는 자본속에서 허덕이다 죽음을 맞이하는것을 예상할수도 있다.
수익이 없다면 개발도 되지 않는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유저의 입장에서도 이미 반복적인 플레이의 맛을 잃은 것이고 결국 게임을 만족할만큼 즐기지 못하게 된것이기도 하다.



동남아와 중국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MMORPG들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것은 4~5년전 한국 게임 시장의 시작이 재현되는 것이라고 볼수있다.
유저들의 경향이나 발전 속도 심지어 부작용까지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이미 포화상태라 일컬어지는 한국 게임시장에서 국내 유저들은 점차 지쳐가고 있으나 기존 성공한 게임업체나 신생 업체들은 자신들도 개발하기 익숙한 스타일의 게임들만을 개발하며 아시아 시장을 노리고 만들어내고 있다.

마니아적 성향의 유저들이 대부분인 북미 시장에서 한국 온라인게임이 진출하면 단번에 그 플레이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쏟아진다. 이미 오래전부터 비디오 게임기와 PC 패키지 게임으로 플레이의 깊이를 알고 있는 유저들에게는 그 단순 미학의 유혹도 통하지 않는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 국내에서도 1~2년내에 색다른 시스템과 컨텐츠가 없는 '핵&슬래쉬' 방식의 온라인게임은 설 자리를 잃어갈것이다.
대중적인 성향이 강한 국내에서는 플레이의 깊이나 안에 담긴 철학이 없어서가 이유는 아니고, 단순히 즐길거리가 부족하고 질린다는 이유로 유저들이 점차 외면할 것이고, 시장의 성장 또한 둔화될 것이다.

현재 조금씩 새로워지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게임들이 개발되고 있긴하나 그 수도 적을뿐더러 아직까지 기존 성공작들의 간판을 내릴만한 성공이 없었고 대부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게임내 환경에 다양한 컨텐츠를 추가해나가는 노력도 활발하지 않아 이러다가는 유명 외국인 개발자의 말처럼 5년후에 무너지는게 현실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말도 여럿에게서 나오고 있다.

혹자는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 더이상의 성장은 힘들다." , "유료 게임의 이용률이 극히 낮은 '베타족' 시장에 희망은 없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허나,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주인 잃은 금 덩어리가 많기 때문에 그걸 주워 담을 수 있는 제대로된 주인만 나오면 된다는 희망이 있는 것이기에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의 미래는 열려있다." 라고 말이다.

'행동은 잡념을 없앤다.' 그렇지만, 한가지 행동만을 요구하기 보다는 다양하고 새로운 행동을 즐길수 있도록 게임 환경을 만들어내줬음 하는게 유저들의 바람일것이고 그런 노력이 곧 메마른 한국 게임 산업의 미래에 단비가 될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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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1'
  • ?
    우㉥ㅣ소년 2004.05.18 16:15
    나만 그런가...'핵&슬래시' 란단어를 지금알게됬지만
    핵&슬래시인가 슬래쉬인가 해도 2D는 오래하면 지겨워도
    3D는 별로 안지겹던데 ㅎㅎ 왜이러지 나는...ㅡㅡ
  • ?
    션트 2004.05.18 16:55
    왠지 고독님이 쓰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_=
  • ?
    넥슨망해라 2004.05.18 18:48
    우비소년님은 몇년게임하고그런말을??
  • ?
    염소 2004.05.18 20:28
    포샾한 스타일을 보니 틀림없이 고독한놈님 글이죠 ㅋㅋ
  • ?
    럭셔리a 2004.05.19 15:48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
  • ?
    리키현 2004.05.20 20:54
    게임한지 14년 정도 돼는거 같은데 난 =ㅅ=;;
  • ?
    쾌액 2004.05.21 20:58
    검은색에 저 노란색 글씨체..
    초반에 질문형의 말투..
    그리고 저 세 양반..
    흠..
  • ?
    에이브릴라빈 2004.05.22 22:18
    저두 온라인게임 5년동안 꽤 많이했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현주소의 한국온라인게임은

    외국인 개발자의 말처럼 무너질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마비노기나 가약스 처럼

    단순반복 노가다식게임에 반기를들고 개발하는게임이 늘어나는추세이니

    어쩌면 .. 최고를 유지할수도 있겠군요
  • ?
    용병여포 2004.05.24 16:05
    공감이가는 말입니다.
    변화...
    인간세상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게임이 그 현실에 안착한다는것은
    말그래도 괴변에 가깝지만...
    지금의 온라인게임들이 안착하고 있는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언제나 게임은 단하나...
    도전... 도전을 하게 만들어야합니다.
    게임 인터페이스가 어렵다...
    게임 조작이 어렵다...
    이것도 하나의 도전입니다. 게임의 시작할때부터
    도전인것입니다.
    쉽고 단순한 마우스클릭에서 키보드 자판 몇개누르는것을
    겁내는것은 게임을 즐기는것이 아니라..
    변화를 겁내는 수구중에 수구일뿐입니다.
    처음선봉을 서는 게임들이 있어야합니다.
    먼저 앞서길 무서워하는것또한 게임업체 스스로 확실한 신념과
    도전의식의 결핍햇다는걸 증명하는겁니다.
    이런 게임시장,문화는 망하는것뿐이 없읍니다.
    "변화"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 ?
    삐리리손군 2004.05.24 23:54
    글을 아주 잘적어셔네요..

    저도 얼마전까지만해도 국내 겜에 염증을 느끼고..

    피시게임만 잠간 해와는데.. 얼마전 3일간 오픈한 "길드워" 란겜을..

    해보고 이야...말그대로 국내겜은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여.,.

    세상에 저런게임도 있구나하고 얼마나 감동 바닫는지...길드워 강추요
  • ?
    아샤스 2004.12.13 15:22
    게임계에 발들여놓은지...5년쯤 됬을라나..- _-;; 딱히 잘된거 없지만 서도 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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