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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이야기 중에 모 인터넷 매체의 기자가 쓴 칼럼이 있다. '기자가 몸팔아서 스타 인터뷰하는 현실' 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한국 연예산업의 기형적인 행태와 연예저널리즘의 퇴보에 대해 비판을 가했는데, '기자가 몸팔아서'라는 부분이 문제시되고 있다.

연예부 여기자들에 대한 인격모독이나 특수 권력하에서의 페미니즘 같은 말들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른바 사실검증이 뒷받침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을 통한 기사거리의 확보라는 점에서 그의 글은 충분히 비판받고 있다.

모 매체의 여기자는 해당 칼럼에 대한 비판 기사를 통해 자신이 느낀 모독감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칼럼을 쓴 기자에 대해서 통렬한 비판을 가했다. 특히 '요즘 인터넷 매체를 이용해 너도나도 기자라고 하는데 그런 허튼 기사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귀와 머리로만 글을 쓰지말고 발품을 팔아 취재를 했으면 좋겠다' 라는 부분을 통해 이른바 인터넷 언론인, 인터넷 논객들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었는데 나와 같은 사람은 뜨끔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너도나도 기자라고 하는데 나도 기자라고 해보자, 그런 생각 해보았다. 이전에 쓴 기사에서 '기자는~', '기자가~' 라는 상투적인 말머리를 통해 어쩌면 자기최면을 걸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그러한 까닭에 비록 노는 구역이 다르지만 그 여기자의 비판적인 말은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매체에서 몇마디 끼적여대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비수일 수 밖에 없다.

혹자는 물을 것이다. 프라이드 같은 것도 없냐고. 하지만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한 수 접고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들어가기 힘들다는 언론사의 공채를 당당히 합격하여 이른바 '검증된' 언론인으로서 시작하는 그들과, 게임이 좋아서, 재미있어서, 어쩌다보니 이런 글을 쓰게 된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 논객들은 일정 수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같은 논객들은 발품을 팔지 않는다


나는 귀와 머리로 기사를 쓸 뿐, 발품을 팔지는 않는다.  나의 출입처는 온갖 온라인 게임들의 게시판이며, 동네 게임방이며, 온 오프라인을 막론한 다양한 매체이다. 오프라인 게임기자들이 발품팔아 얻어오는 반짝반짝한 정보는 늘 부러울 수 밖에 없다. 전화기를 들고 관계사에 사실 여부를 묻는 전화조차 거북스럽다. '~기자입니다' 라는 말은 늘 입안에서만 맴돌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끄러움과 자조감은 왜 생기는 것일까?

최근 온라인 게임 웹진계에 야심차게 등장한 업체가 있다. 리니지 팬사이트로 출발하여 게임웹진으로 발돋움하려고 노력중인데 게이머들의 시각은 냉랭하다. 특히 모 기자가 쓴 리뷰들을 본 게이머들은 하나같이 '기가 차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성이 결여된 기사의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환금성에 대한 빠짐없는 언급은 역시 '리니지 팬사이트답다'라는 비판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 기자는 게임성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난 모 게임의 리뷰 또한 작성하였는데 상당히 볼 만했다. 일반적인 게시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조금 해 봤는데 재미 없더라'라는 식의 글로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를 본 게이머들이 발끈하는 것은 당연했다. 수많은 욕설과 비판으로 얼룩진 게시판을 보기가 안쓰러웠는지 웹진측에서는 해당 리뷰를 삭제해버렸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자신이 기반을 둔 커뮤니티의 인기와 지지를 믿고 기사를 쓰는 논객들이 많다. 그들이 쏟아내는 언어들은 작은 집단 내에서의 동조를 이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커다란 집단에서 통용되는 저널리즘의 질을 떨어뜨린다. 재미있다와 재미없다로 양분되거나 수박겉핥기 식으로 대충 넘어가는 리뷰들을 보면서 과연 게이머들은 어떠한 생각을 할까?

물론 우리같은 논객들의 글은 일반적인 오프라인 게임기자들이 가지지 못한 장점이 있다. 바로 게이머들의 시각을 대변한다는 점이다. 어떠한 오프라인도 온라인의 빠른 피드백을 따라갈 수 없다. 게이머들의 의사표현 창구가 온라인으로 집중되는 요즘, 논객들의 활동은 곧 일반 게이머들의 의중이며 표현의 한 방식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들이 써댄 일정 수준 이하의 기사내용은 비판받을 수 밖에 없다.  여러 웹진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러한 기사들과, 그 말미에 'OOO기자' 라고 써있는 것을 보며 나는 부끄러울 수 밖에 없다. 나의 취재 대상들이 모두 싸구려 저널리즘을 대하는 방식으로 나를 보는 것일까라는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이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열정없는 프로가 되기보다는 열정으로 넘치는 아마추어가 되고 싶다. 나 또한 전문성없는 일반 게이머이며, 오타로 점철된 채 등록된 기사를 보며 흥분하는 사람이다. 이런 우리들에게 가장 좋은 채찍은 비판이다. 엉망인 리뷰를 끌어내린 것처럼 엉망인 기사에 흥분하기 바란다. 일반 회원과 똑같이 아마추어인 우리들에 대한 가장 신뢰도 높은 검증방식은 바로 여러분의 비판이다.



[온라이프21 객원기자 '황성철']
가끔 삐딱하게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Comment '5'
  • ?
    용병여포 2004.10.09 13:44
    기자라는 직업은 칭송받을만하다.
    그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발로 뛰는
    국민의 귀이자 국민의 입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들이 싫을때가 있다..
    기자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걸 알고 있고 논리적오류또한
    범하지 않을정도로 뛰어난 글의 수재들이다..

    가끔 그들이 국민의 입이며... 귀임을 망각하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국민에게 듣지못하도록 할때...
    그들은 무서운 권력의 도구가 된다.

    기자 개개인은 그렇지 않을지 모르나... 사측이 그런 문제가 된다.

    기자라는 직업은 칭송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뒤에 국민의 알권리.. 말할권리라는 막중한 책임감이
    따라 다닌다는것을 알아야 할것이다..

    아마추어가 존재하는것은... 프로들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자각시켜
    더좋은 글을 쓰도록 자극하는것이다...
    프로는 프로들의 소임이 존재하고
    아마추어는 그들만의 또 다른 소임이 존재한다..

    두가지가 잘 병행됬을때... 더 좋은 글이 나오고
    더 낳은 비평이 나올수있다...
  • ?
    패천마도사 2004.10.10 01:31
    "가장 신뢰도 높은 검증방식은 바로 여러분의 비판이다"라...
    요점은 게이머들의 각성을 바라는 것이군!!
    일부 그릇된 아마추어 기자들이 활개를 치는 것도
    그에 휘둘리는 청자들이 있기에...
  • ?
    하하^.^& 2004.10.10 14:05
    기자들은 비판도 좋지만

    확실히 알고 비판하는게 필요해보이더라구요
  • ?
    safasg 2004.10.13 19:23
    물론 비판 또한 검증했을시 문제가 있는것은 물론 저 훌륭한 주장의 범위에 해당치 않습니다. ^^
  • ?
    어릿광대 2005.01.03 22:13
    허접한사람들이 뭐 필자는 어쩌구....솔직히 보기싫다..

    발로 직접 뛰어서 확실한걸 제공하던지

    어디서 주워들은거 쓰고ㅓ...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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