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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이소프넷 코룸사업부 부장

   ‘가난이 죄’ 라는 옛말이 있다. 물론 가난하다고 벌을 받는건 아니지만 장발장의 억울한 감옥살이도, 형수한테 뺨을 맞고 돌아서야 하는 흥부의 비참함도 가난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가난이 죄는 아니더라도 온갖 갈등의 근원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최근 게임계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이른바 ‘베타족’을 둘러싼 갖은 논쟁을 살펴보면, 이 ‘가난이 죄’ 라는 옛말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중고생 이하 학생이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되는 베타족도 돈이 없기 때문에 베타게임만 골라서 옮겨다닐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빈약한 재정에 허덕이며 유료화만을 바라봐야 하는 게임회사도 가난하기 때문에 유료화 공고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유저들에게 험악한 시선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가난은 나랏님도 어쩔수 없다’ 라는 또다른 옛말도 있지 않은가.

   사실 게임회사의 입장에서는 베타족이 그렇게 나쁜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베타 기간동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테스터의 역할을 하기도 있고 주변 친구들에게 게임을 알리는 훌륭한 마케터의 역할도 해주기 때문이다. 베타족이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던 간에 동접이 3만, 4만에 이른다는 건 게임회사로서는 커다란 희망이고 재산인건 분명하다.

   하지만 유료화가 실시되면서 게시판이 유료화에 반대하는 유저들의 글로 도배가 되는 지경에 이르면 솔직히 너무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온라인게임 회사가 봉사단체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이 아닌 이상 수익을 내기 위해 수익모델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서비스의 유료화는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부분적 유료화나 아이템판매를 통해 활로를 찾아보는 회사도 있지만 그건 유료화가 어려운 현실 때문이지 결코 돈이 넘치는 회사라서, 유저를 위하는 회사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유료화에 항의하고 떠나가는 유저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이어린 학생들이 온라인게임을 하기 위해 부모님에게 돈을 타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또 몇천원씩 되는 용돈을 모아 2~3만원에 이르는 계정비를 내라는 것도 다분히 억지스런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외국 게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의 계정비가 베타족 문제의 핵심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계정비를 낮추면, 보다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길 것이고 베타족 문제도 자연히 사그라들거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게임이라는 상품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가격탄력성이 상당히 낮은 제품이다. 즉 가격이 낮아진다고 구매하는 유저들이 가파르게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자연히 게임업체들도 위험을 감수하고 가격을 낮출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발매된 삼국지9의 고가정책을 봐도 충분히 증명된다.

   이와는 달리 요금을 지불할만큼 메리트를 느끼지 못해서 베타족이 생겨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사실 개발자로서 할 말이 없다. 게임불감증이라는 증세도 보고되고 있지만 그걸 떠나서 게임이 유저를 휘감을만큼 강한 인상과 재미를 주지 못했다면 그건 게임회사의 부족함을 탓해야 한다. 유료화 실시 이후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유저들을 원망어린 눈빛으로 쳐다볼게 아니라 게임서비스의 부족함과 유저에게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한 유저들이 떠나가는데 그간의 정을 생각해서 남아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사실 몇몇 거대업체를 제외하고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궁한 국내 게임개발사의 현실만 아니라면 계정비를 대폭 낮춰보는 시도도, 특정게임은 완전 무료 서비스를 지속할 만한 여유도 부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유저들도 좀더 여유가 있다면 피곤하게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베타족이라는 오명을 들을 이유도 없을 것이다. 결국, 돌고 돌아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오늘도 베타족에 대한 논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겠지만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베타족에 대해 큰 반감이 없다. 베타족이 나올수 밖에 없는 현실도 이해하고, 베타족의 긍정적인 효과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장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고객은 고객이지 않는가.

   다만 때론 무리할지라도 유료화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국내게임회사의 사정에 대해서는 좀더 이해심을 보여 줬으면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봉사를 요구하기엔, 국내 대다수 게임회사는 너무나 가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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