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동안 꾸준하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KBS의 간판 오락프로그램인 ‘상상플러스’는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패널들의 재치와 입담도 물론 재미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말 배우기’에 그 기본 취지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인터넷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빠른 속도로 발전해 가고 있으며 그에 발맞추어 인터넷 문화에서 파급된 인터넷 언어 또한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범람하는 인터넷 언어의 홍수 속에서 우리말은 점차 그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며, 이 때문에 바른 우리말을 쓰자는 목소리가 높아진 게 아닌가 싶다. 젊은층이 주도하는 인터넷 언어의 특징을 살펴보면, 간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합성, 축약, 연음, 문법 파괴, 이모티콘의 과다 사용, 상대방 비하 등을 들 수가 있다.
게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온라인으로 맞닿아 있는 세상 속에서, 우리나라는 특히 온라임 게임 분야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게임상에서도 유저만이 알아볼 수 있는 특별한 언어들이 존재하는데 과연 그런 언어들가 발생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채팅창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부분의 게임이 채팅창을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불특정 다수가 접속하는 게임의 특성상 타 유저와의 대화는 게임의 필수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말을 적으려면 축약, 합성된 단어를 사용하게 되고, 오랜 시간 플레이를 하면서 습관적으로 사용한 게임 용어들이 이젠 너무나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것이다. 또한 문법에 맞지 않는 말들이 오히려 게임에 어울리고 상대방에게 친밀감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많이 쓰이는 몇 가지 단어들을 특징별로 분류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1. 자음만 쓰기
▶ㄱㄱ: ‘가자’, ‘빨리 시작하자’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영어의 go, go에서 유래되었다.
▶ㅊㅋㅊㅋ: ‘축하’를 소리 나는 대로 읽어 ‘추카’라고 한 뒤, 그 자음만 따 온 형태이다. 주로 타 유저가 레벨업을 했을 때 축하하는 말로 많이 쓴다.
▶ㄱㅅ: ‘감사’에서 자음만 딴 경우. 보통 ㄳ 라는 쌍받침 형태로 자주 사용한다. 위의 ‘ㅊㅋㅊㅋ’에 대한 답변으로 쓰거나, 상대방이 나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답변으로 쓰기도 한다.
▶ ‘ㅋㅋㅋ’이나 ‘ㅎㅎ’, ‘ㅇㅇ’는 이미 게임에서뿐만이 아니라 채팅상에서도 보편화되어 있다. 의성어나 의태어를 이 같은 형태로 자주 사용한다.
2. 한 글자나 두 글자 이내로 줄이기
▶몹, 렙, 썹: 몬스터와 레벨, 서버를 의미한다.
▶열렙: ‘열심히’와 ‘레벨업’의 합성어이다. 열공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아템, 퀘템, 잡템, 작템, 득템: 아템은 아이템의 줄임말이고, 나머지는 아이템의 ‘템’에 각종 단어가 붙은 것이다.
퀘템 - 퀘스트 + 아이템. 퀘스트 완료에 필요한 아이템을 뜻한다,
잡템 - 잡(雜)이라는 접두어를 사용하여 별로 필요하지 않은 잡다한 아이템을 말한다.
작템 – 한자어 ‘만들 작(作)’+ 아이템. 무기나 방어구에 인첸트를 한 것으로, 일반 무기에 공격력이나 방어력 따위의 속성을 높여 만들었다는 것이다.
득템 - 한자어 ‘얻을 득(得)’에 아이템이 결합된 형태로 ‘득템하다’라고 쓰이고 있는데 상대방 유저에게 게임하면서 좋은 아이템을 많이 얻으라는 의미이다.
▶크리: 크리티컬(Critical)의 줄임말. 크리티컬이란, 몬스터에게 공격을 가할 시, 일정 확률로 발동하는 치명적인 공격이다. 평소의 공격보다 1.5~2배의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 ‘크리가 뜬다’라는 형태로 많이 쓴다.
▶즐겜, 즐+게임타이틀 첫 글자: 즐기다+게임의 합성어로 요즘은 즐겜보다는 즐메, 즐카처럼 특정 게임이 타이틀 첫 글자를 따서 연결시키는 경우가 더 많다.
▶렉(lag): 게임진행이 원활하지 못하고 끊기거나 멈추는 현상이다. 보통 ‘렉걸렸다’라는 형태로 쓴다.
▶영자: 게임을 운영하는 운영자(GM)을 뜻한다. 운영자라는 단어의 끝이 ‘자’로 끝나는 것에 착안해 풀네임화 시킨 뒤, ‘운’을 성으로, ‘영자’를 이름으로 하여 이름만 부르는 형태로 된 단어이다.
▶부캐, 본캐: 본캐릭터와 부캐릭터를 말한다.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서버당 2~3개 정도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데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캐릭터를 본캐라고 하며, 본캐릭터를 보조해 주는 캐릭터를 부캐라고 한다.
3. 종결어미
▶하삼체, 하셈체: 이미 채팅을 넘어 각종 방송 매체에서 많이 보았던 말투이다. ~여, ~염도 많이 쓰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하삼체나 하셈체가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유소년층이 많이 사용하다가 방송을 탄 후, 폭넓게 확산되었다.
4. 기타
▶현질: 현질이란 게임 내에서 얻을 수 있는 게임머니 이외에 아이템 등을 진짜 현금으로 사는 것을 말한다. 특히 부분 유료화인 게임 안에서 캐쉬샵 이용 시 많이 볼 수 있는 단어이다.
▶스틸: 영어 스틸(steal;훔치다)를 그대로 쓴 경우이다. 다른 유저가 잡고 있는 몬스터에게 자신도 공격을 가하거나 다른 유저의 드랍아이템을 습득하는 행위로도 쓰인다. 스틸은 게임상에서 매우 비매너적인 행위라 볼 수 있겠다.
▶쩔: 파티 사냥을 말한다.
[NPC에게 파티를 부탁하는 스피넬]
*여기서 또 한가지. 님/님아/님하
이 단어는 채팅에서도 쓰이는 말이다. 원래는 타인의 이름이나 호칭 뒤에 붙는 말로 홀로 쓰이지 않으며 사장님과 같이 명사 뒤에 붙어 높임의 뜻을 나타내거나 해님, 달님과 같이 대상을 의인화 하여 표현한다. 그러나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는데 국어의 두음법칙에 의해서 ‘임’이란 형태로 변화하고, 시에서나 많이 볼 수 있듯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게임상에서 쓰이는 ‘님’는 단순히 상대방을 지칭하는 말로 독립된 형태로 사용된다. 끝에 ‘~아’를 붙인 것은 ‘~야, ~아’처럼 나이가 어린 사람을 부를 때 그 사람의 이름 뒤에서 붙이는 것이다. 이것이 님과 결합하여 게임 내에서 다른 유저를 부를 때 사용되는데, 아이디 외에 실명을 알 수 없는 게임상에서 나름대로의 존칭(?)표현이랄까... 그리고 ‘님하’는 ‘님아’의 발음에서 파생된 단어로 보인다. (사실 ‘님하’는 우리나라의 고어에 있는 님의 극존칭 표현임.)
언어라는 것은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에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비속어나 은어도 또한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었으며, 문화를 주도하는 층의 언어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를 무조건 나쁘다고 하여 어떤 잣대를 세워두고 막는 것도 한계가 있으며, 이런 추세를 거스르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마른 땅이 비를 빨아들이듯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아 버린 인터넷 언어(세부적으로 보면 게임 언어). 그러나 창의적이라 하기에는 조금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무분별한 언어 사용은 세대간의 단절을 야기하고 의사소통에 있어서 혼란을 야기시키며, 익숙하지 않은 또 다른 집단에게는 이질감을 느끼게 하기 쉽다.」
어디서나 항상 하는 말이다. 그러나 게임을 플레이 하는 도중에 짧은 시간을 간편하게 의미 전달을 하려면 말을 축약하고 합성하는 습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채팅 용어보다 어쩌면 더 빠른 게 게임 용어일지도 모르며, 게임을 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배제하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현실과는 구분을 지어 지나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나름대로 내린 방안이며, 또 유저 개개인이 그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필자의 의견이다.
영어의 줄임말까지 그 내용에 포함되는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