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면허가 취소됐다는 처분이 당사자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면 그 처분을 받은 뒤 운전을 했더라도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여의사인 이모(45)씨는 2003년 경기도에서 차를 몰다 택시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택시에 탄 두 사람이 약간 다쳤고 택시 수리비로 51만원이 들었지만 이씨는 별 조치 없이 그냥 가 버렸다. 뺑소니를 확인한 경찰은 이씨의 운전 면허를 취소하고 이씨 집으로 결정문을 보냈지만 두 번이나 받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돌아왔다. 결국 경찰은 ‘운전 면허를 취소한 때에는 통지해야 하며 다만 소재 불명으로 통지를 할 수 없는 때에는 관할 경찰서에 10일 간 공고한다’는 법 규정에 따라 경찰서 게시판에 열흘 간 공고했다.

그러나 취소 사실을 몰랐던 이씨는 계속 차를 몰다 단속에 걸려 무면허 운전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이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이씨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기간에 면허 취소 결정문이 왔고, 결정문 반송사유도 이사나 소재 불명이 아닌 ‘수취인 부재’일 뿐이므로 이는 법에 나와 있는 ‘소재 불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게시판 공고는 법에 맞지 않아 효력이 없고, 무면허 운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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