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06 16:41

어느학도병의 편지

profile
조회 3912 추천 0 댓글 1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XrBl7





  


1950년 8월 10일 목요일 쾌청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나는 4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수류탄의 폭음은 나의 고막을 찢어 버렸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귓속에는 
무서운 굉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머니,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내 옆에서는 수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빛 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적은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적병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는 겨우 71명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손수 빨아 입었습니다. 
물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머님이 빨아 주시던 백옥 같은 내복과 
내가 빨아 입은 내복을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청결한 내복을 갈아입으며 
왜 壽衣(수의)를 생각해 냈는지 모릅니다. 
죽은 사람에게 갈아입히는 壽衣 말입니다.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저 많은 적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어머니, 
이제 겨우 마음이 안정이 되는군요. 



어머니,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가겠습니다.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찬 옹달샘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거운 냉수를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그럼


-1950년 8월 포항 전투 당시 어느 학도병의 수첩에서....-



이 수첩의 주인은 아쉽게도 살아서 돌아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Who's WATAROO

profile
CPU: 인텔 코어i7-8세대 8700K
M/B: MSI Z370 크레이트 게이밍
VGA: MSI 지포스 RTX 3080 게이밍 X 트리오 D6X 10GB 트라이프로져2
RAM:G.SKILL TridentZ RGB Series 16GB (2 x 8GB)DDR43200MHz (PC4 25600)
SSD:NVME 960 EVO M.2 500G
HDD:Seagate 3TB Barracuda XT ST32000641AS
POWER:seasonic focus plus series ssr-850fx 850w 80+ gold
CASE: 3RSYS T1000
MONITER:LG 34UC89G
Comment '1'

포인트 안내 - 글 작성: 20 / 댓글 작성: 2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 좋은이야기 어느학도병의 편지 1 WATAROO 06.06 3912
104 좋은이야기 자식교육 甲 7 2 키키키키 06.05 6391
103 좋은이야기 클릭 클릭 클릭 4 시러쫌 06.03 3647
102 좋은이야기 당신은 진정한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5 4 WATAROO 05.30 4787
101 좋은이야기 좋은사람 - 감동 1 1 시러쫌 05.17 3723
100 좋은이야기 이쁜것들 오래 못가요 7 12 고룬노바 03.30 26708
99 좋은이야기 자폐아에 대한 시민들의반응 4 1 아영 03.14 3753
98 좋은이야기 아기돼지를 위한 배려 3 오에스에스 02.24 4328
97 좋은이야기 나로호의 위엄 3 하얀가지 02.02 4793
96 좋은이야기 신사의나라 영국 런던의 폭동현장 1 늑대인간 01.24 3965
95 좋은이야기 29살 백수 여자 입니다. 3 3 kochan 01.23 5481
94 좋은이야기 국내 대형신문사의 제목뽑는 센스 2 늑대인간 01.23 3834
93 좋은이야기 국밥 6 고룬노바 01.18 4473
92 좋은이야기 버스에 토해놓고 자는척 有 2 늑대인간 01.09 4981
91 좋은이야기 지하철 무개념 처리방법 3 1 늑대인간 01.07 4173
90 좋은이야기 뭉쳤다 2 아영 01.04 3661
89 좋은이야기 남자혼자 레미제라블 올킬 7 4 늑대인간 01.03 4417
88 좋은이야기 직업정신 종결자 3 1 늑대인간 12.28 5929
87 좋은이야기 행복의 조건 2 jolla 12.28 4055
86 좋은이야기 크리스마스가 두려운 이태원지구대 경찰관들 2 1 십칠챠 12.21 437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
많이 본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