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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씨가 마침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정치적 상황이 여느 때와 크게 다르므로, 그에 대한 지지도가 뜻밖으로 높고, 그런 지지도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권력에 대한 정치가들의 욕망이 워낙 크므로, 그의 선택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그의 출마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에 대한 지지는 물론 다양한 요인들에서 나왔을 터이다. 반면에, 그의 출마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주로 정의감에서 나온 듯하다. 그의 출마는 우리의 정의감을 크게 자극했다.

사회는 구성원들의 협력을 통해서 존속하고, 협력은 구성원들이 규칙을 지켜야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에 대해서 천성적으로 큰 분노를 느낀다. 그런 분노가 바로 정의감의 핵심이다.

이번에 출마함으로써 이회창씨는 여러 중요한 규칙들을 어겼다. 먼저,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진 책임을 안고 정치에서 은퇴하겠다고 한 개인적 약속을 깨뜨렸다. 두 번의 패배가 거의 다 그 자신의 단점들 때문이었고 우리 사회에 그리도 큰 재앙이었으므로, 그 약속은 참회와 같았고 도저히 깨뜨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시민들에게 내세운 심리적 약속도 깨뜨렸다. 그가 자랑스럽게 내세운 ‘원칙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시민들에 대한 심리적 약속이다. 그런 약속을 어긴 것은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부를 수밖에 없다.
보다 공식적으로, 그는 한나라당의 당원으로서 지켜야 할 규칙들을 어겼다. 그의 출마는 보기 드물게 공정하고 성공적으로 치러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뜻을 크게 줄였다. 게다가 그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여권의 집요한 ‘네거티브 캠페인’에 실체가 있다는 듯이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정당이 뽑은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해를 끼쳤다. 이런 행태는 그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서 사회를 보다 낫게 만드는 ‘협력자’가 아니라 이익을 챙길 기회가 생기면 신의를 어기는 ‘이탈자’임을 보여주었다. 그런 이탈자들이 많아지면, 사회는 믿음이 사라져서 쇠퇴한다. 이번 이회창씨의 신의 없는 행태는 사회의 피륙을 근본적 수준에서 약화시켰고 그 해독은 오래 갈 것이다.

다행히, 이탈자들이 궁극적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의 정의감이 우리로 하여금 이탈자들을 벌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게 벌하는 데 작지 않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일에는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 신의에 바탕을 둔 협력의 중요성과 이탈자들의 성공이 불러올 사회적 영향과 같은 주제들에 대해 시민들이 성찰하면 된다. 그러면 사람마다 지닌 정의감이 판단을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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