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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가족’에 대한 과도한 집착… 가족 간 다툼 생기고 사회적 문제 야기

사례1

지난 10월 31일 오후 8시 정도 제주시 노형동의 한 공원에서 30대 여성이 목매 숨져 있는 것을 친구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제주경찰서 조사 결과 30대 여성은 3년간 기르던 애완견이 병으로 죽자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돌보지 않아 죽었다면서 죄책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 여성은 ‘나 때문에 죽은 것이 너무 고통스럽고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례2

결혼 6년차 부부는 요즘 애완견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아내는 결혼하면서 키우던 강아지를 한 마리 데리고 왔는데, 그 후 새끼를 낳아 지금은 여섯 마리가 됐다.





남편이 퇴근하면 아내는 하루 종일 강아지를 돌보느라 힘들어 정작 남편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잠잘 때도 강아지를 끌어안고 자는 아내 때문에 아내와 잠자리도 힘들어졌다. 대부분 수입을 강아지 기르는 데 쓰는 것도 남편의 불만이다.

사례3

외국인에게 한국관광을 시켜주던 한 네티즌이 전동차 안에서 애완견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린 여성과, 이 배설물을 손수 치우는 할아버지를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이 과정에서 일부 네티즌이 ‘개X녀’라는 별명을 붙이고 해당 여성의 얼굴 사진을 포털 사이트 등에 게재했다. 심지어 이 여성의 신원 정보가 떠돌면서 이 여성이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 대학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비난 글들이 빗발쳤다.

위 사례는 언론 보도로 알려진 애완동물 관련 사건이다. 특히 자신의 애완견이 죽었다고 비관, 자살한 30대 여성의 사건은 애완동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한 네티즌은 “애완견 잘 키우시는 진정한 마니아분들은 호들갑 떨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과 개를 잘 구별해서 개들에게 맞는 사랑을 줍니다. 사람이 주는 사랑은 사람에게 줘야 하고 개에게 어울리는 사랑은 개에게 주며, 진짜 행복한 애완견으로 그리고 애완동물로 키우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라고 이 사건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진정한 애견인은 호들갑 떨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서 애완동물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심지어 “개와 사람을 둘로 나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사물 인지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애완동물을 의인화하는 것마냥, 애완동물이 자신의 식구라고 생각하는 성인도 많아졌다. 이는 핵가족화가 불러온 현상이다.

동아인재대 김태식 교수(애완동물학부)는 “예전에는 대가족 형태여서 자신을 감싸줄 식구가 있었기에 애완동물에 대한 집착이 별로 없었다”면서 “하지만 단독가족의 형태가 일반화하면서 애완동물을 자기 마음을 털어놓는 가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애완동물, 특히 애완견이 사랑받는 것은 사람과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완동물에 빠지는 사람들은 “사람은 배신을 하지만, 동물은 배신을 안 한다”고 말한다. 말할 사람이 없는 독거노인이 애완동물을 기르면 애완동물 없이 사는 독거노인보다 생활이 안정되기도 한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집에 혼자 있는 아이를 위해 애완동물을 기르는 경우도 많다. 나우미 가족문화연구원 김숙기 원장이 그런 경우다. 김 원장은 “우리 부부가 바쁘다 보니 딸을 위해서 애완견을 기르기 시작했다”면서 “딸이 혼자 있어도 애완견이랑 잘 놀기 때문에 안심이 된다”고 말한다. 애완견이 큰 병에 걸렸을 때도 딸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애완견 치료에 150만 원을 쓴 적도 있다.

애완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돈이 필요하다. 특히 애완견은 마치 아이와 같아서 예방주사도 맞혀야 하고 목욕도 시켜줘야 한다. 치석도 제거해 줘야 하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큰 병에 걸렸을 경우에는 치료비도 많이 든다.

이런 애정 때문인지 우리 주위에서는 개 결혼식을 시키거나, 개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다. 개를 업고 다니거나,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 사연이 동물 관련 쇼 프로그램에서 여러 번 방송되기도 했다. 버스나 지하철 등 공공시설에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은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 10월부터 서울시내 공원에서 줄을 매지 않은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면 5만 원의 과태료를 매기고, 애완동물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으면 7만 원의 벌금을 내는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사회성 떨어지면 애완동물에 집착”

이런 모습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이다. 하지만 애완동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에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애완동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은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서 사람을 좋아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대상을 애완동물로 생각하기도 한다”고 진단한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어린 아이들이 애완동물을 의인화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성인의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고 조언한다. 신 교수는 “애완동물에 애착이 심한 경우에는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리고 대인관계와 성격적인 부분은 정신과적 측면에서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아이가 밖에 나가지도 않고 애완동물에게만 정신을 쏟는 경우에도 부모가 잘 살펴봐야 한다. 사회공포증이 심하거나 사회성이 떨어져 바깥 세계와 단절되는 경우에도 애완동물에 대한 집착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MMPI(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 미국의 미네소타 대학에서 만든 검사로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성격 특성을 추정하기 위한 검사)나 MP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심리유형론을 근거로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자기보고식 성격유형지표) 검사를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숙기 원장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김 원장은 “상담하다 보면 남성들이 애완동물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고, 이혼까지 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만일 애완동물 때문에 가족 간에 문제가 생길 때 현명한 방법은 애완동물을 없애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만일 하루아침에 없애는 것이 어렵다면 점차 가족에게 신경을 쓰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애완동물을 옥상과 베란다에서만 기르게 하거나, 애완동물의 수가 너무 많으면 점차 줄여나가고, 애완동물에 사용하는 돈의 액수를 일정한 한도로 정하는 등의 노력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애완동물 산업은 해마다 30~40%씩 성장하고 있다. ‘펫 신드롬’(Pet Syndrome)이 생겨날 정도다. 그 중 애완견 시장 규모는 1조8000억 원으로 추산되고, 애견 인구는 500만 명에 달한다.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셈이다. 하지만 애완동물 문화는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일본에서 ‘도그 마미’(결혼을 피하고 애완견을 키우면서 사는 싱글 여성)가 사회적인 문제가 된 것처럼, 애완동물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신의진 교수는 “애완동물에 집착하는 사람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사람의 대용품으로 애완동물에 집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Commen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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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여 2008.03.21 10:25
    교직자들 애완동물에는 실제로 에어콘과 난방기가 설치되어있다죠?
    울 집에두 없는것을 ㅠ
  • ?
    최누 2008.03.21 10:25
    동물도 자기 나름이지
    왜 배신을 안 해 - _ -?
  • ?
    소울메이트 2008.03.21 10:25
    우리집개는 내가 밖에서 집으로 가기만해도 쳐다보고 가까이 가기만해도 꼬리 흔들고 난리나는데

    정작 나는 잘 스다듬어주지 않는다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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