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특징 중 하나는, '내시'가 아닌 이상 웬만큼 자란 남성들은 모두 수염을 달고 등장한다는 점이다. 시대적 상황이 그러했으니 이는 어찌보면 리얼리티에 충실한, 그야말로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방영 중인 사극들에서는 '수염의 법칙'과 관련한 '예외 현상'이 적지 않게 발견돼 눈길을 끈다.
바로 MBC 월화 사극 '이산'의 정후겸(조연우 분)과 MBC 판타지 사극 '태왕사신기'의 광개토대왕 담덕(배용준 분) 등이 수염이 날 나이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극 중에서 맨 얼굴로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두 드라마의 제작진은 나이보다는 캐릭터에 충실하기 위해, 일부러 일부 인물에는 수염을 달지 않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사극의 대가'로 통하는 '이산'의 이병훈 PD는 21일 스타뉴스와 전화 통화를 갖고 "정후겸의 경우, 역사적으로는 현재 극 중 세손이자 훗날 정조가 되는 이산(이서진 분)보다 나이가 3살 정도 많지만 극 중에서는 거의 또래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20일 방송분에서의 세손(이산)은 스무살 정도로 설정돼 있는데, 훗날 정조가 됐을 때와의 차별화를 위해 이산 역의 이서진은 아직까지 수염을 달지 않고 있다"며"현재까지의 방송분에서는 물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극 중에서 이산과 대립각을 세울 주요 인물이 바로 정후겸인데, 정후겸과 이산의 갈등을 보다 사실적이고 긴장감있게 보여 주기 위해 정후겸 역의 조연우도 맨 얼굴로 출연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PD는 "세손이 수염을 달 때, 정후겸 역시 수염을 단 모습을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왕사신기'는 판타지 사극을 추구하는 관계로 애초부터 담덕의 얼굴에 수염을 달지 않기로 했다.
'태왕사신기'의 한 관계자는 21일 스타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극 중 담덕의 나이는 18~20세 사이로 보면 된다"며 "하지만 극 중 나이 때문에 담덕 역을 맡고 있는 배용준이 수염을 달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태왕사신기'는 주무치(박성웅 분)처럼 지금까지의 사극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헤어 스타일을 한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며 "이는 '태왕사신기'가 단지 역사적 고증에만 의존한 작품이 아닌, 판타지 사극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한 특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태왕사신기'만의 특성과 관련, 사극 속 인물들이 꼭 수염을 달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더욱이 담덕이 왕이긴 하지만 부드러운 면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수염을 달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극 후반에 담덕이 수염을 단 모습을 선보일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