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4 07:08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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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245 추천 1 댓글 11
아버지가 사주신 피자  
저는 올해 24살된 여성입니다.

그냥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왠지 모르게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 거리는..그래서 밖으로만 돌기 일수였고,

결국은 사고를 쳐 부모님을 경찰서로 오시게 한 이후로

저는 자퇴와 더불에 부모님께 큰 대못을 박고 말았지요.



여기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불안한 마음에 저를 감금하다 시피 하신 모습에 화가 올라가,

아빠는 직장도 없이 엄마만 돈을 벌고 있었고

할머니가 계시는 아파트에 얹혀살고 있어 형편도 어려운 시기에

엄마의 월급봉투에 손을 대서 13만원중 10만원을 들고

가출을 감행했습니다.(나름 양심이 있어 전부는 가져가지 못했죠.)



첫 가출 이후, 한달내내 엄마에게는 이메일이 도착했고,

남동생이 둘이나 있던 저는 여러가지로 이메일과

사진들이 도착했습니다.

아직도 볼때마다 가슴이 아파서 미칠 지경입니다.

하지만 철없던 저는 아빠에대한 말도 안되는 미움과

나를 찾지 않았다는 그런 어린생각으로

하루하루 술과 담배에 찌들어 있었죠.



매일매일 찜질방에서 자기 일수였고

친구집을 전전 긍긍하고..

가출해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친구집도 조금 오래있으면 눈치가 무지 보인다는것을..

여기저기 엄마의 피눈물과 동생들에 원망을 들으면서도

나혼자 잘 살겠다고 집을 나와 한참을 지내고 있던중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나올때는 여름이었는데,추운 겨울 매일매일 어디서 자야할지

고민하고 그러던 중.

견디다 못해 "아 그냥 집에나 들어가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고.

엄나는 눈물로써 흔쾌히 오라고 하셨고

저는 친구에게 돈을 꿔서 집앞에 도착했죠.

담배 하나를 피고 조금 냄새를 뺀 후

이제 들어갈까 말까 하고 문앞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땐 어찌나 짜증이 나던지,또 맞겠구나 싶어 그냥다시 갈까..

하는 생각으로 복도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손발이 꽝꽝얼고 있을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빠가 나오셨습니다.

아마 담배를 피러 나오신듯하죠.



또 손지검하겠구나 생각하고 눈을 감고있는데

"어?XX왔네?추운데 여기서 뭐해?밥은 먹었어?"

하시는 겁니다.

속으로 그랬죠.'이 가식쟁이'

집문을 열더니 막 소리지르는 겁니다."XX엄마!XX왔어!!"

집안식구들이 모두 나왔고,할머니는 울고 계셨고

엄마는 눈물이 그렁해서 저를 잡아 끌어주셨습니다.

동생들도 잘왔다며,이제 자기들 사춘기라 누나한테 상담할게

많았다는데 잘됬다며 좋아해줬습니다.



아빠는 내가 들어가는걸 확인하고 할머니가 밥을 먹으라고

앉혔는데 엄마가 그러는 겁니다.

아빠 들어오시면 잘못했다고 무릎꿇고 빌라고..

속으로 그랬죠.'아XX 또 시작이네.'

내가 뭘 잘못했는데 잘못했다고 빌라는건지,

도통 짜증이 나서 싫다고 했죠.

엄마는 부탁이니까 아빠한테 빌라는 겁니다.

젠장,어쩌겠어요.어쨌든 추운데서 안자도 되고 하니까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찰라 아빠가 들어왔습니다.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레파토리..다들 아시죠?

고개를 푹 숙이고 죄송합니다를 연발하고 있는데

아빠가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누가 이런거 하래?..됐어..괜찮아~다리 저릴텐데 얼른 밥먹어.."

이러는 겁니다.

속으론 아싸를 연신 외쳤죠.근데 그때..



"XX.너 피자 좋아하지?피자먹자~밖에서 그런것도 못먹었을텐데

그거 먹자..~"이러는 겁니다.

그리고는 동생들을 불러 누나온 기념파티를 하자고..

피자를 무려 세판이나 시켜주셨죠.

집이 가난해 그런건 꿈도 못꾸고 있었던..눈물이 나더군요..



저를 더 주저앉게 만들었던건 그 다음날 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아빠는 나가시면서 "아빠는 니가 와서 정말 좋다."

이렇게 웃으시면서 일자리를 찾아 나가셨습니다.

으레 차를 끌고 나가시려니 했는데

일주일 후 밤에 엄마랑 슈퍼를 갔다 오는 길

저 멀리서 아빠가 걸어오시는게 보였습니다.

(참고로 아빠는 권투선수셨는데 시합도중 눈을 다쳐

한쪽눈이 실명상태랍니다.즉 장애인이란 뜻이죠.)

어라,그런데 차가 없는겁니다.

왜 걸어오시냐니까 운동하시려고,배가 많이 나와서

그러셨다는 겁니다.



그려려니 하고 넘겼는데 그날 저녘.

동생이랑 한바탕 한 후 또 나가길 함행하려고

식구들 모두 잠든 틈을 타 아빠의 지갑을 공략했죠.

아빠의 지갑을 몰래 화장실로 가져가 살짝 열었는데



돈이 하나도 없고 아빠 지갑속엔 제 사진이 얼룩얼룩 한채로

거의 구겨지다 시피해서 민증사진 넣는곳에 있는거였습니다.



눈물이 그렁해서 사진을 뺏는데 뒤에 보니

아빠의 삐뚤삐뚤한 글씨체로

"우리딸..보고싶다.."라고 써있는겁니다.



아빠도 제가 너무너무 보고싶으셨던 겁니다.

얼마나 혼자 우셨을까..얼마나 능력없는 당신을 탓하셨을까..

생각하니,철없이 놀고 아빠생각은 하지도 않았던

제 자신이 너무 미워서 견딜수가 없더군요..

걸어다니신것도,아빠의 전재산이었던 돈을

피자를 사주셨기 때문이었고,

그 돈은 아빠의 일주일 점심값이 었던 것입니다..

다이어트가 아니라 저때문에 굶고다니신거였죠..



한번도 아빠에게 사랑한단 말 한마디 해본적 없는 못난 딸..

아직도 저는 아빠에게 다정한 딸이 못됩니다..

아빠가 이 글을 보실리 만무하지만..마음만은 통하리라 굳게 믿으며

사랑한다고,정말 죄송했다고 진심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아빠.사랑해요.





         오오미.. 눙물지릴뻔했소..
         효도합시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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