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뉴스지난 12일 밤 11시, 대학생 최정화(여·24)씨는 인디밴드 (indie band·대형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는 밴드) 공연을 보려고 친구 세 명과 함께 서울 홍익대 앞 클럽을 찾았다. 공연이 끝나니 새벽 3시. 학교 정문 앞 큰길엔 택시가 줄지어 서 있었지만, 최씨 일행은 아무도 택시를 타지 않았다. 대신 근처의 24시간 패스트푸드점에서 2시간 넘게 기다린 후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부산의 한 대학교 교직원인 김민정(여·26)씨는 얼마 전 남자친구로부터 호루라기를 선물로 받았다. 퇴근이 늦거나 회식 때문에 밤늦게 귀가할 때 호신용(護身用)으로 쓰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택시를 타면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고 일부러 호루라기를 한번씩 불어본다”고 말했다.


◆불안에 떠는 여성들

최근 여성을 상대로 하는 강도살인, 성폭행 등 강력 범죄 사건이 잇따르면서 여성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8월 말 서울 홍익대 앞에서는 여성 회사원 2명이 불법 도급 택시기사에게 납치·살해됐고, 9월에는 현지 경찰관이 밤늦은 시각 지하철 환승 주차장에서 여성 2명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고 1900여만 원어치의 금품을 빼앗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달 초에는 서울 성북구 정릉동, 돈암동 일대에서 밤늦게 혼자 귀가하는 여성을 9차례나 성폭행하고 강도짓을 한 30대가 붙잡혔다. 이처럼 여성을 노리는 섬뜩한 사건이 빈발하자 여성들이 마음 놓고 밤길을 다니지 못하고 택시 타기를 겁내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어강사인 최유정(여·부산 남구)씨는 “택시를 타더라도 가족에게 전화하는 건 기본이고, 집앞에 반드시 가족이 마중 나오도록 해야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에 사는 회사원 김모(여·26)씨는 아예 회사인 광화문 근처로 집을 옮길 생각이다. 김씨는 “새벽에 택시 타는 것도 겁나고, 택시에서 내려서도 골목으로 5분쯤 더 들어가야 하니까 너무 무서워서 아예 이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여성치안 위험국’

일하는 여성이 급증하면서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54.8%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밤늦은 시각 여성을 보호하는 치안(治安)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가깝다. 경찰청에 따르면,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의 3분의 1 이상이 밤 12시부터 새벽 4시 사이에 발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중에서도 ‘여성 치안 위험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OECD 보건지표’(2007)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타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7명으로 미국(2.7명), 아이슬란드(2.2명)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도급택시 근절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여성들이 야간에 자주 이용하는 교통수단인 택시의 안전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개인택시나 영업용 택시 등 상당수 택시들은 비교적 안전한 편이지만, 범죄에 악용되는 불법 도급택시 문제를 선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급택시는 정식 영업허가를 받은 택시를 택시회사나 소유주에게 하루 10만원가량의 돈을 내고 빌려서 영업하는 택시를 말한다. 범죄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택시기사 행세를 할 수 있다. 도급차량을 다른 사람에게 다시 하도급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 차량을 모는 기사가 누구인지를 추적하기도 어렵다. 현재 서울의 경우 5000대 이상 도급택시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우리나라는 길거리에서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는 경우가 80% 넘는 데 비해 외국은 대부분 단골 콜택시를 이용하는 게 보편화돼 있다”며 “여성전용 콜택시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이나 러시아 모스크바 등은 ‘핑크 레이디 택시’나 ‘핑크택시’와 같은 여성전용 택시가 운영되고 있다. 또한 으슥한 지하철 환승 주차장이나 주택가 골목 등에 방범초소나 CCTV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순찰을 강화해 밤길에 여성들을 보호하는 치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황기태 연구원은 “강도·강간범의 경우 취약지역과 취약대상을 노리다 보니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이 가장 쉬운 표적이 된다”며 “주택가에는 아예 어두운 곳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

포인트 안내 - 글 작성: 20 / 댓글 작성: 2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952 세상만사 한국 고딩 vs 일본 30대 성인 1 가가멜스 10.29 5105
2951 세상만사 한국 게임 산업의 텃밭을 일군, 초창기 개발자들의 근황 7 4 깐밤 10.06 4794
2950 세상만사 한국 게이머는 봉?...동일 게임, 가격은 2배 6 5 깐밤 10.28 3141
» 세상만사 한국 ‘여성치안 위험국’으로 분류 미국, 아이슬란드 이어 세 번째 깐밤 10.23 4357
2948 세상만사 한가인 ㄷㄷㄷ 2 1 가가멜스 07.15 3916
2947 세상만사 한·중·일 외교, 재난방지 협력…中 "6자회담 조속 개최 노력" 2 마루 06.15 1207
2946 세상만사 한.중 기술격차 3.8년..계속 좁혀져 3 3 깐밤 03.02 1287
2945 세상만사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원칙 합의' 시사 2 마루 06.19 1038
2944 세상만사 한 청년의 애국심을 무참히 밟아버리는 한국의 군대 4 마눌 09.29 3218
2943 세상만사 한 여자와 결혼한 남자의 최후 6 마눌 11.04 4389
2942 세상만사 한 여대생이 네이버의 쓴글에 대해 9 5 이미슬픈사랑 03.12 1655
2941 세상만사 한 여대생이 네이버의 쓴글. 66 38 새벽녘 03.10 5111
2940 세상만사 한 법의학자가 <시해사건> 완벽히 재구성해냈습니다 [펌] 6 찌부 05.28 2105
2939 세상만사 한 교회의 눈치우는 장면 ! 교회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27 19 title: 크로우2 (파워블로거만 구입가능)강물처럼 01.13 2725
2938 세상만사 학주한테 걸린 양 마눌 06.04 3865
2937 세상만사 학원가기 싫은날 동시로 화제를 모은 순영양이 출연 마눌 07.16 2233
2936 세상만사 학생을 혼내는것과 학생과 싸우고 화풀이 하는것은 다릅니다. 7 겜광 09.23 3031
2935 세상만사 학생님 우리 그만 싸웁시다. 11 2 카이어스 07.18 2599
2934 세상만사 학생님 보세요. 이명박의 문제점 입니다. 17 1 카이어스 07.15 2648
2933 세상만사 학생 입장에서의 우리나라 아줌마. 23 19 공식 01.18 250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