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월드컵 16강 진출의 여운을 느끼기 위해 각종 월드컵 관련 기사들을 탐독하던 중 우연히 우리를 4:1로 제압하며 궁지로 몰아 넣었던 아르헨티나의 감독 "마라도나" 관련 새로운 기사를 보았습니다.
역시 "악동 감독" 답게 또 한 건 했더군요. 내용인즉슨 마라도나가 그룹 리그 최종전인 그리스를 2:0으로 제압하고 나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을 향해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종의 도발이지요. "당신들은 선수들을 존중할 줄 모른다" 나 어쨌다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본질은 '자신을 존중할 줄 모른다' 라는 속뜻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마라도나는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부터 많은 비판을 받던 감독이었다는 것을 익히 알고들 계실 겁니다. 막강 선수진을 보유했음에도 졸전을 거듭하여 예선 탈락 위기까지 갔다가 막판에 승리하여 턱걸이로 예선을 통과한 전력이 있습니다. 때문에 예선 중간 중간에 아르헨티나의 자국 언론들로부터 계속해서 (속칭) 까였었죠. 감독 교체론도 끊임없이 제기되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겨우겨우 예선을 통과했음에도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을 향해 울분에 찬 폭언을 했다가 FIFA로부터 중징계를 당했었습니다. 아마도 그걸 계속 담아 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본선에서 3승 무패로 다른 강팀과는 다르게 비교적 수월하게 토너먼트에 진출하자마자 기자들을 향해 사과를 요구한 것을 보면 좋은 성적을 내서 기자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던 생각이 간절했던 듯 싶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공교롭게도 저는 이런 마라도나의 모습과 "온라인게임에서의 템빨" 이 오버랩(overlap)되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아르헨티나는 정말 몸값만 천정부지로 솟아있는 메시, 이과인 등 외에도 이름있는 많은 스타들이 포함되어 있는 팀입니다. 특히 메시 같은 경우는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으며 한국팀 또한 뼈저리게 느낀 바 있습니다. 온라인게임으로 치면 고강화 지존템이라고 하면 될까요?
제가 비판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그런 좋은 템을 가지고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참 뒤지는 팀들을 상대로 겨우 조별리그 통과 한번 했다고 의기양양해서 이런 식으로 도발하는 거 옳지 않다 이겁니다. 아르헨티나의 선전은 감독의 지휘력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템빨과 운이 많이 따라서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마라도나 감독은 겸손의 미덕은 갖추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나마 허정무 감독은 예의상 멘트였겠지만 어쨌거나 16강 진출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는데 말이죠.
마라도나 감독의 사례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온라인게임에서도 누가 봐도 "템빨의 덕" 을 많이 봐 놓고 이기면 겸손하지 못하고 거만해져서 상대 유저를 깔보거나 무시하는 유저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본인의 템빨은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실력에 의한 것이었던 것처럼 포장하면서 상대 유저를 은근히 도발하면서 의도적으로 화를 돋구는 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온라인게임은 절대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템빨 덕을 보는 것도 상대 유저가 존재하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남보다 유리한 조건, 위치에 있을 때는 항상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는 미덕을 갖추는 게 남을 무시하고 깔보는 것보다 오히려 나를 돋보이고 빛나게 만드는 법입니다. 이는 축구든 온라인게임이든 언제 어디서든 적용되는 법입니다.
*월드컵이고 해서 우스갯소리로 한번 써 봤으니 동감하지 않더라도 우선적으로 재미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