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2D 그래픽에서 3D 그래픽으로 발전하면서 많은 부분이 변화했는데, 그 중 하나가 유저의 시점이다. 기본적으로 MMORPG는 3인칭 시점이다. 그래서 게임의 종류에 따라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점이 다양한데, 2D 그래픽이 유행하던 시절 가장 각광받는 시점은 쿼터뷰(Isometric View, 사물을 대각선으로 바라보는 시점)였다. 이유는 2D그래픽을 가장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D로 변화하면서 캐릭터 시점은 백뷰(Back View, 사물을 뒤쪽에서 바라보는 시점)가 각광받기 시작한다. 이유는 3D 자체가 입체적이기 때문에 쿼터뷰를 사용할 이유가 없고, 부드러운 카메라 무빙과 화려한 액션, 타격감, 그리고 키보드 조작에 가장 잘 맞춰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디아블로3, 리니지 이터널, 뮤2 등 굵직굵직한 기대작들이 스크린샷과 게임영상을 공개했는데, 놀랍게도 쿼터뷰 시점이다. 그래픽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백뷰가 각광받는 시대에 쿼터뷰 게임이, 그것도 굵직굵직한 게임들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정육면체를 예로 들었을 때, 사이드뷰는 단면만 볼 수 있지만, 쿼터뷰는 최대 3면을 볼 수 있다. 훨씬 더 입체적인 시점이다.
액션 중심에서 전략 중심으로 달라진다
쿼터뷰는 그래픽이 가장 입체적으로 보이게끔 해주는 장점도 가지고 있지만, 한 화면에 가장 많은 공간을 담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바꿔 말해, 전략적인 게임에 가장 적합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스타크래프트2, 워크래프트3, 문명5 등도 화려한 그래픽을 무장했음에도 쿼터뷰 시점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아블로3, 리니지 이터널, 뮤2가 쿼터뷰를 택한 데 있어서는 그동안 액션 위주의 MMORPG에서 탈피하고 전략적인 MMORPG를 만들기 위함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아블로처럼 날아오는 파이어볼을 요리조리 피한다던가, 몬스터를 자신의 주위에 모두 모아 광역마법을 사용한다던가, 바닥에 표시된 트랩을 요리조리 피한다던가 하는 등의 전략적인 재미를 구현할 가능성이 크다.
가끔씩 내가 RPG를 하고 있는지 갤러그를 하고 있는지 헷갈릴 때도…
최적화된 물리엔진, 그래픽을 연출하기 위해
아마 많은 유저들이 디아블로3, 리니지 이터널, 뮤2 동영상을 보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몬스터가 캐릭터에게 피격당하고 나가 떨어질 때 다리 밑으로 떨어지거나 계단에서 데굴데굴 굴러 내려가는 모습일 것이다. 이는 물리엔진 구현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또한 위에도 말했듯 쿼터뷰가 가장 많은 공간을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가장 많은 캐릭터를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다. 이 부분은 리니지 이터널 동영상 중 공성전 부분에서 볼 수 있다. 한 화면에 엄청나게 많은 캐릭터들이 전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그 웅장함에 전율이 올 것이다. 리니지 이터널 개발자도 한 화면에 최대 500명을 구현하는게 목표라고 말할 만큼 이 부분은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특히 공성전 같은 집단 PvP에서 많은 캐릭터를 한 화면에 출력시켜 집단전투를 하는 모습을 본다면, 유저는 더욱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리니지 이터널은 공성전 동영상으로 얼마나 많은 캐릭터를 출력하는지 느끼게 해 준다.
멀티플랫폼을 노릴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능성이 그렇게 높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멀티플랫폼을 고려하고 쿼터뷰로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 쿼터뷰는 백뷰와 달리 마우스 컨트롤에 가장 최적화된 시점이다. 즉 스마트폰이나 테블릿PC에서도 최적화된 시점이다. 최근의 추세가 멀티플랫폼 게임인 만큼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실제로 아키에이지나 골든랜드 같은 게임들도 멀티플랫폼으로 게임이 개발되고 있다. 이 게임들로 인해 데스크탑PC유저와 테블릿PC유저가 서로 파티맺고 던전을 탐험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원작의 재미에 충실하기 위해
위에서 계속 언급하고 있는 이 3개 게임은 원작이 모두 쿼터뷰다. 이는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보다는 원작의 재미에 충실하기 위해 다시 쿼터뷰로 개발하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뮤2는 뮤 동영상과 비교해 볼 때 기술력만 올라간 느낌이 든다. 원작의 게임성이 워낙 훌륭하기 때문에 기술력과 그래픽수준만 높여 일종의 리메이크(Remake) 형식으로 만들어도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동영상과 스크린샷을 보면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보다는 친숙한 느낌이 더 강하다. 원작들이 출시된 지 워낙 오래됐기 때문에 최근 출시되고 있는 온라인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그래픽, 타격감, 사운드 등이 세련되지 못하기 때문에 리메이크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뮤를 했던 유저라면 뮤2도 쉽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조작방식 변경, 새로운 손맛 구현
쿼터뷰와 백뷰는 조작방법에 있어서도 큰 차이가 있다. 백뷰의 경우 키보드와 조이패드에 최적화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쿼터뷰는 마우스에 최적화된 시점이기 때문에 마우스를 컨트롤하면서 느낄 수 있는 손맛을 구현하기 위해 시점을 변경했을 수도 있다. 특히 리니지 이터널의 ‘드래그스킬’시스템이 그 대표적 예다. 이 드래그스킬은 유저가 마우스로 화면상에 그리는 데로 스킬이 작동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마우스 컨트롤이 매우 중요하다. 다른 게임 동영상도 잘 보면 거의 마우스로 이동하고, 공격한다. 마우스 조작은 키보드 조작과 비교할 때, 캐릭터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직설적인 인터페이스로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기존의 게임들보다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리니지 이터널에서 구현될 드래그스킬도 마우스 컨트롤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