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을 통해 밀려드는 스팸메일 제목 중 ‘쉽게 돈 버는 방법’이나 ‘조건 없이 무료로 드려요’ 라는 것처럼 많이 쓰이지만, 믿음이 안 가는 문구가 또 있을까? 처음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다가 별 다른 것이 없음을 확인하고, 결국 짜증으로 마무리되지만, 이제는 그런 메일을 봐도 아무런 느낌도 없어졌다. 요즘 온라인게임들의 광고 카피를 보면 이런 스팸메일들의 제목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개발사에서 제공하는 게임소개서는 항상 같은 문구들로 포장되어 있다. “자신만의 캐릭터, 박진감 넘치는 전투, 아이템 조합 시스템, 방대한 퀘스트” 등 항상 듣던 말들이다. 실제 게임에 구현됐는지를 따지기 전에 이미 차별화라고 내세운 부분마저 너무 많이 접해 지겨운 말들이다. 기존 시스템과 거의 유사한 게임 시스템을 이름만 바꾸어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전투를 구현한 공성전이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에 선보인 이후, 공성전은 온라인 게임의 꽃처럼 인식됐다. ‘리니지’’를 뛰어넘겠다는 야심을 가진 ‘뮤’의 경우에도 공성전 도입을 발표한 바 있으며 ‘미르의전설2’, ‘라그나로크’, ‘크로노스’ 등도 공성전이 도입됐다.
이들의 공성전은 아이템의 성능을 높이는 업그레이드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방식만 조금 다를 뿐 ‘리니지’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양한 마법과 스킬, 퀘스트 시스템, 커뮤니티 등 자신만의 색인 것처럼 강조하는 것들도 이미 어디선가 다른 온라인게임에서 한 번쯤은 봐왔던 요소들뿐이다.
위와 같은 요소들은 1990년대 말 온라인게임이 등장한 이후 다양한 변화를 거쳐 도달한 정형화된 모습인 것이다.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이러한 부분들을 마치 자신만의 것인냥 선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게임들에 대해 플레이어들의 원성은 높아만 간다. 결국 다 똑같은 게임을 카피문구만 달리해 마치 색다른 게임인냥 광고하는 것에 질려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같은 장르의 게임이 많아지다 보니 생기는 당연한 결과이고 온라인게임이기에 더욱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허울만 바뀐 차별화는 잠깐의 눈속임일 뿐 결코 유저들의 갈증을 해소시킬 수 없을뿐더러 결국 국내 온라인게임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사태까지 충분히 야기시킬 수 있다.
◆ 성급한 차별화로 인한 흥행 실패
참신하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어설픈 시도는 오히려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 새롭다는 것은 또 다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구현이 쉽지 않고 많은 테스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난 G스타 2007에서 첫 선을 보인 넥슨의 ‘우당탕탕대청소’는 세계 최초 3D흡입 액션게임으로 당시 캐주얼게임으로서는 획기적인 물리엔진의 도입과 ‘흡입(수거)’과 ‘방출’이라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관심을 끌었고, 새로움과 실험정신을 내세운 수작으로 평가를 받았다. 가벼운 캐주얼게임이 아닌, 넥슨의 실험정신이 녹아 들어간 게임으로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우당탕탕대청소’는 오픈베타 테스트 3주 만에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획기적인 물리엔진과 함께 실험정신은 높게 평가를 받을 만했으나, 유저들의 숫자 부족으로 시장안착에 실패해 이를 선보이지 못했다. 이로써 ‘우당탕탕대청소’는 국내에서 가장 단기간 서비스를 한 게임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넥슨의 차기 대작으로 주목을 받았던 ‘SP1’의 성공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였다. 시장에서 공개되기 전 유저들은 마치 스릴러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스토리중심의 게임플레이에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한 독특한 컨셉의 ‘SP1’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SP1은 명작 콘솔게임 중 하나인 ‘사일런트힐’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유저들에게 어필했으며, 사양이 높지 않지만 독특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는 비주얼과 그래픽으로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SP1은 이런 유저들의 기대감에 부응하며 오픈베타 직후 게임노트 게임순위에서 2주 만에 87계단이나 상승한 18위에 오르는 등 게이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후반 콘텐츠의 캐릭터 밸런스 문제가 부각되고, 유저들의 이탈이 이어지면서 게임의 인기가 점점 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해킹 사건과 보안 문제, 그리고 콘텐츠 부족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순위가 급하락하였고 현재는 87위에 랭크돼 실패한 게임이 되어버렸다. 온라인게임의 차별화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준비과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 성공한 온라인게임의 차별요소
신규 온라인게임이 기존의 게임을 뛰어넘어 흥행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참신한 기획력과 개발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현재 게임노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온라인게임들 역시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파격적인 시도에서 등장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1. 라그나로크
2001년 그라비티에서 출시한 ‘라그나로크’는 앞서 발매되어 성공했던 ‘리니지’와는 다른 노선을 개척하였다. 그들은 동화풍이 느껴지는 파스텔톤의 귀여운 캐릭터와 콘솔게임의 MMORPG화를 이루어내며 획기적 시스템 요소를 도입하는데. 그것은 캐릭터의 앉는 모습과 개인상점, 채팅창, 그리고 전직시스템이었다.
당시엔 캐릭터가 서있다가 쉬려고 앉는다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신선한 느낌이었으며 개인상점 역시 일일이 외쳐서 팔던 것에서 벗어나 상점을 열어두어 거래 한다는 점에서 유저 커뮤니티의 세분화를 가져왔다. 또한, 직업이 없는 초보자에서 자신이 원하는 직업으로 전직한다는 개념 역시 남달랐다.
‘라그나로크’는 게임한류에 앞장서며 현재 수출된 국가만 총 60여개국에 이르며 21개국에서 상용화 서비스를 하고 있을 정도로 해외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2. 던전앤파이터
2005년, 너도 나도 3D게임을 만들고, 캐주얼게임 역시 3D게임이 난무할 때 하나의 독특한 게임이 혜성처럼 등장한다. 모든 화면은 2D였으나 기존 MMORPG의 요소를 갖추면서도 캐주얼 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게임, 일명 ‘던전앤파이터’이다.
‘던전앤파이터’의 특별한 점은 OLD & NEW가 공존했다는 점이다. 올드 유저들에게는 오락실 아케이드의 향수를 가져다 주었고, 어린 신규 유저들에게는 쉬운 조작감과 액션성을 선물 하였다. 또한 2D 특유의 만화 같은 화면과 화려한 액션성은 이러한 성공을 뒷받침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던전앤파이터’의 이러한 특이전략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고, 지금까지도 게임순위 3위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 온라인게임의 진정한 차별성을 위해
과연 성공한 온라인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국내 게임 업체들은 어떠한 ‘차별화’를 이뤄내야 할까?
전문가들은 인기장르에 편승해 주먹구구식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일부 개발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온라인게임 시장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009년 하반기에는 개썰매라는 독특한 소재로 한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허스키익스프레스’, 다양한 용도의 펫과 신비로운 배경, 몽환적인 분위기로 기존 MMORPG와는 다른 신선한 재미를 안겨줄 ‘심선온라인’, 액토즈소프트에서 3년만에 선보인 신작 옴니버스게임 ‘오즈페스티벌’등 차별화를 내세운 다양한 게임들이 게이머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공개될 신작게임들이 색다른 게임에 대한 목마름이 가득한 유저들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을지 하반기 출시되는 게임들에 대한 기대가 뜨겁다.
c9,테라,트리니티 등..
꽤 기대되는 해가됄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