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관련 있는 글이지만 시사에 관계되는 분량이 상당부분을 차지해서 게시판의 성격과 맞는지 모르겠네요. 온프님께서 보시고 판단하시어 적당한 곳으로 옮겨 주세요.
미네르바 사태로 본 인터넷 논객의 자세
엊그제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아이디가 공중파와 포털사이트에 이름이 오르내리더군요. 내가 미네르바라는 이름을 들어봤었나? 하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작년 9월쯤 그 사람의 글 한편을 읽어 본 게 기억이 나더군요.
미네르바 사태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지만 게임 관련 웹진이나 게임 홈페이지 게시판엔 미네르바와 비슷한 맥락의 사건들이 매일 터지고 있습니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게임 게시판의 상황과 미네르바 상황을 비슷하게 재구성 해 보겠습니다.
A라는 게임을 열심히 즐기는 유저가 있었습니다. 전사라는 클래스를 선택해서 게임을 플레이 하였는데 전사라는 클래스의 밸런스가 타 클래스 보다 너무 좋지 않아 불만 글을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유저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신바람이 난 거죠. 그래서 A라는 게임을 집요하게 파 헤쳐 점차 논리 정연한 글은 물론 게임 전반에 걸친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까지 예측하게 되었습니다. 이 다음엔 어떤 패치가 나올 것이다라는 예측은 거의 100%의 확률로 맞추게 되었구요.
어느 덧 그를 따르는 유저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이때 그는 욕심이 생깁니다. 이때까지의 글은 게임 게시판을 통해 의견을 피력했다면 이젠 유저들을 선동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게임이 발전해 나가길 원했다는 겁니다.
문제는 여기서 터져 버립니다.
유저들은 자신을 도와주는 “영웅”을 원하지 유저들을 선동해서 게임사와 맞서게 하는 영웅따윈 원하지 않는 다는 겁니다. 그리고 급격하게 안티세력이 생기며, 게임사도 그가 쓴 글의 한 단어라도 꼬투리를 잡아 계정블록 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버렸습니다.
인터넷 논객이 자신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적은 글 때문에 영웅으로 추대 받았고 그 영웅심리는 칼이 되어 상대의 심장을 향하게 되었으며, 상대의 방패가 단단하다는 걸 알고는 그 칼로 유저들을 선동해서 상대를 무너뜨리려는 야심을 갖게 되었다는 “신파극”으로 재구성 해 보았습니다.
사실 인터넷 공간, 특히 게임 커뮤니티에선 비일비재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서 인터넷 논객이 명심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상대를 공격하는 글을 적는 다는 건 “칼”을 가진 거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칼은 상대 뿐만 아니라 그 글을 읽는 유저들에게 까지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자신 또한 그 칼에 심장을 뚫릴 수 있다라는 걸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인터넷 논객들은 이 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위협적인 상황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는 거죠. 가끔씩 올라오는 안티 댓 글들만 봐도 느낄 수 있죠.
그래서 그들이 택하는 건 철저하게 현실의 자신을 숨기는 겁니다. 위협에 대처하는 안전망일 겁니다. 그리고 글이 계속 될수록 전문적인 용어들이 글에 많이 포함됩니다. 자신을 과대 포장하는 단계입니다. 이 또한 언젠가는 닥칠 위협에 대처하는 겁니다.
현실의 논객들과는 다른 인터넷 논객의 방어자세일겁니다.
인터넷 논객의 시점에서 바라봤다면 인터넷 독자의 시점에서 바라보겠습니다.
1. 발가 벗겨진 영웅
전문대 졸업, 30대, 백수라는 검찰의 표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나타냅니다. 학력이 뭐가 중요하냐는 거죠. 과연 학력이나 백수라는 무직업 때문에 사람들이 검찰의 표현에 거부감을 나타낼까요?
아닙니다. 사람들은 학력이나 직업이 문제가 아니라는걸 다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영웅이 검찰에 의해 발가벗겨진다는데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겁니다.
S자 표시가 있는 상의와 박쥐 가면과 스파이더맨 신발을 신고 있어야만 하는 영웅이 검찰에 의해 발가 벗겨져 팬티 한장만 달랑 입고 있다는 겁니다.
2. 영웅이여 부활하라
영웅들에겐 꼭 난관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영웅은 그 난관을 극복해 내며,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꼭 보여주는 게 “영화”의 스토리겠죠.
독자들은 미네르바에게 원합니다. 이 난관을 스스로 헤쳐 나오라구요. 그 힘을 보여 달라구요. 그리고 정부나 대기업에 스카우트 되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힘을 보여 달라구요.
3. 미네르바는 가짜다
검찰에 의해 발가벗겨진 자신들의 영웅이 너무 나약한 존재로 보여졌을 겁니다. 그래서 인정하기 싫었겠죠. 분명히 더 대단한 존재의 진짜 영웅이 존재한다고 굳게 믿어 버립니다. 그리고 급하게 영웅을 치장하기 시작합니다. 벗겨진 옷을 다시 입히게 되구요.
검찰에 구속된 영웅을 부정하며, 진짜 영웅이 건재하게 다시 나타나 주기만을 노심초사 기다리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을 볼 때 인터넷 독자들은 미네르바의 미래 예측의 능력을 넘어 서서 자신들의 공동의 적에 대한 투쟁으로서의 “영웅”으로 인식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이 그 파장의 크기가 차이일 뿐 인터넷 공간에서 이런 상황을 많이 보았습니다.
문제는 인터넷 논객이 오프라인으로 유입 될 때 책임감이라던 지 갖가지 변수에 대해 충분히 대처할 능력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도태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신바람으로 작업 할 땐 “신기(神氣)”가 생기게 마련이지만 책임감과 업무량의 압박을 받을 땐 신기(神氣)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거죠. 이런게 실력을 떠나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의 차이점 일 겁니다. 따라서 현장 경험을 충분히 쌓아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다시 게임 커뮤니티 논객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자신의 글을 상대에게 인정받기 위해선 두가지 방법이 필요합니다.
1.
땅에다 코를 박아야 하는 형입니다. 겸손 하라는 거죠. 그 어떤 사람들 보다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 자세를 유지하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 준다면 많은 사람들이 능력을 인정해 줄겁니다.
반대 댓글이나 악플등에 소극적인 형태를 취할 겁니다. 댓글을 달지 않거나 댓글에 수긍하는 형입니다.
2.최배달 형(形)
죽음을 각오하고 상대의 논리와 싸워야 합니다. 후퇴는 없으며, 승리 아니면 죽음이죠. 여기서 중요한 건 상대를 이기는 것 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겁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 상대의 인정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쟁취 해 나가는 형입니다.
반대 댓글이나 악플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형입니다. 때에 따라선 본문 보다 댓글의 길이가 더 길죠.
지양해야 할 글들도 살펴 보죠.
1.칼날이 선 글
글에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칼날을 세우면 안됩니다. 그 칼날이 언젠가는 자신의 심장을 뚫을 수 있다는 겁니다.
악플이 여기에 해당 되겠죠. 아니면 논리를 가장한 악글일 수도 있구요.
2.선동하는 글
이건 글을 읽는 독자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겁니다. 독자들이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허위정보나 과장된 정보를 글에 포함시키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부터 허위정보나 과장을 시키는 게 아니라 선동 되는 상황을 보고 점차 글이 허위, 과장 정보로 변질 되겠죠.
3.전문적인 용어가 많이 포함된 글
인터넷 논객의 경우엔 되도록 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지길 바라기 때문에 전문적인 용어를 부득이 사용할 경우 용어 설명을 꼭 달아 놓습니다.
그러나 글의 논리에 대한 이견들로 인해 논리 싸움이 벌어지면 상대방이 알 수 없는 전문용어를 사용해서 상대를 위협하게 됩니다. 자신을 과대포장 하거나 전문적임을 강조해서 상대가 반박을 하지 못하게 위협하는 글의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글도 자제 해야겠죠.
마지막으로 정리하면서 결론을 맺겠습니다.
인터넷 논객의 입에서 “누구를 위해 글을 적는다”는 말이 나왔을 땐 이미 논객이 아니라 정치인이며, 선동가가 된 겁니다. 그리고 무형이든 유형이든 간에 대가를 바라게 됩니다. 만약 자신의 논리가 부족하거나 인기가 사라질 경우 자신과 자신의 글을 과대 포장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처음의 순수한 아마추어의 정신은 사라져 버리고 “영웅놀이”에 빠져 버리게 된다는 거죠. 이 단계의 유혹이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비단 미네르바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이런 단계를 거치면서 명멸해간 많은 인터넷 논객을 보았습니다.
솔직히 돈 벌 생각이 아니라면 순수한 아마추어의 정신을 끝까지 유지해서 오랫동안 독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논객으로 남는 게 좋지 않을까요?
능력 있는 인터넷 논객은 자기 자신을 이기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